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아산여행기... 묵은 마을의 정겨운 이야기들

자작나무1 2014. 4. 14. 20:02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씻고, 베낭을 꾸린다.

물병을 챙기고,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집어넣고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오늘은 아산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날

신도림역에서 아는 형을 만나

지하철 승강장으로 오른다.

우리가 기다리는 신창행 지하철은 오지 않고,

인천으로 가는 지하철만 연달아 온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신창행 지하철이 다가오고...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우리를 태운 지하철은 석수와 안양을 지나

성균관대역에 멈춘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에서 내린다.

여행 출발부터 조짐이 그리 좋지 않다.

함께하는 형한테 미안한 감정이 앞서고...

한참을 다시 신창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린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나의 입장에서는

지하철 맨끝칸에 조그만 간이 화장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다시 든다.

한참을 기다려도 신창가는 지하철은 오지 않고...

병점행 지하철을 타고 병점역으로 간다.

병점역에서 다시 화장실에 들러 볼 일을 보고...

목적지인 온양온천역은 아직도 멀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을 무한정 잡아먹는다.

날은 꾸물거리고, 하늘에서는 한두 방울의 봄비가 비친다.

이번에는 천안행 지하철이 들어오고...

천안행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날씨가 영 안 좋으면 천안에서 밥 먹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자고 형과 이야기를 나눈다.

흐린 하늘은 갤 조짐이 보이지 않고...

비가 와도 외암 민속마을까지는 가야 하나

나중으로 연기해야 하나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오늘 같이 흐린 날에서는 설화산에서 멋진 전망을 사진기에 담을 수도 없는데...

이런저런 걱정 끝에 우리를 태운 지하철은 천안역에 도착하고...

천안역에서 내려 다시 신창행 지하철을 기다린다.

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도림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 가는데,

지하철을 무려 세번이나 갈아탄 셈이다.

신창행 지하철이 들어오고...

지하철을 타고 온양온천역에서 내린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하늘도 맑게 개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맘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외암마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안내판에 버스 번호와 대기 시간이 표시되어 있어

조금은 느긋한 맘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외암마을 방향으로 가는 130번 시내버스를 타고

송암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절에 가시는 아주머니와 함께...

그 아주머니께 외암마을에 대해 물어보니,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친철하신 아주머니의 설명을 들으면서

외암마을 앞에 이른다.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외암마을 입구의 식당에서

사골떡국과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함께 먹는다.

나는 떡국이 걸죽한게 맛이 괜찮았는데,

형은 별로라고 말씀을 하신다.

 

 

 매표소를 지나 외암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외암마을은 전에 두번이나 왔던 곳이다.

처음에는 형과 함께 외암마을을 거쳐 설화산에 오른 적이 있고,

또 한번은 학교에서 교직원 연수차 온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전통마을이 있어서 좋다.

나와 함께 다니는 형은 오래된 집들을, 마을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민속촌에도 다녀오고 그랬다.

또한 나는 순천의 낙안읍성을 다녀온 적도 있다.

나중에는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 경주의 양동마을, 제주의 성읍마을에도

가봐야지 맘을 먹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언덕 위에 소나무숲이 가꾸어져 있고,

왼쪽길을 따라 마을 안을 돌아다닌다.

마을이 깔끔하고 정겹다.

고향 같은...

푸근한 인심이 퍼져있을 것 같은 마을

이엉을 올린 초가며 기와집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으면서

이곳에서도 저번주 에버랜드처럼 사진을 많이 찍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집울타리인 돌담에 자꾸 눈길이 가고

그래서 예쁜 돌담들을 사진기에 많이 담는다.

전에 양양 낙산사에서도 그랬는데...

 

 

 외암마을 서쪽언덕 위에는 이간 선생님의 무덤이 있고,

그 주위로 울창한 소나무숲이 있다.

소나무숲 안으로 들어가니

서늘한 기운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아산의 외암마을은 풍수적으로 길지라고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완벽한 길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마을 오른쪽의 광덕산, 망경산 줄기는 튼실한데 비해

설화산쪽 산줄기는 그에 비해 턱없이 약하다는 이야기

게다가 마을 앞쪽도 휑하여서

길지라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

그런 풍수적으로 약한 지역을 보완하기 위하여

마을 서쪽에 인위적인 소나무숲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는 아름다운 숲으로 남아 있지만...

 

 

 외암마을은 이번이 세번째 방문인데,

지난 두번의 방문은 사진기 없이 그냥 돌아다닌 그런 방문이었다.

이번에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를 사진 찍으면서

지난 두번의 방문에서 외암마을에 대해 제대로 보지 못 했다는 생각이,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는 여행과 그렇지 않은 여행이

얼마나 차이가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외암마을

이것저것 볼 것들도 많은 마을이고,

그 만큼 사진 찍을 것들도 많은 마을이다.

특히나 돌담과 초가지붕이 잘 어울리는 마을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지난번 다녀왔던 순천의 낙안읍성이 많이 생각난다.

 

 

 

 

 외암마을을 한바퀴 돌고나서

커피 한잔 마실 생각으로 마을 안의 찻집을 찾는다.

안내 표시가 없어서 쉽게 찻집을 찾지 못하고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다가 힘들게 찻집을 찾는다.

힘들게 찾았슴에도 찻집에는 아무도 없어

한참을 기다린 후에 주인 아주머니가 오셔서

겨우 커피를 마신다.

형은 대추차를 마시고...

 

 찻집 안에는 입구의 지붕 위에 제비집이 있다.

얼마나 반갑고 반가운지...

아주 오래간만에 본 제비집

나는 예전부터 제비를 좋아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다가 날아다니는 제비를 보게 되면

제비를 본 날짜와 장소를

따로 공책에 적어 놓을 정도로 제비를 좋아한다.

외암마을에서 제비 뿐만 아니라 제비집을 보게 되어

횡재를 한 기분마저 든다.

작은 제비집에는 몇마리의 새끼들이 시끄럽게 지저귀고...

엄마 제비와 아빠 제비가 번갈아서 먹이를 몰고 온다.

봄을 맞아 분주한 제비 가족들

찻집 아주머니는 제비들이 강남에서 오자마자

새끼를 낳고...

몇 주 후에 또 한번 새끼를 낳는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제비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힘들게 찻집을 찾아온 보람이 있다.

 

 

 

 외암마을을 오면서 돌담 아래의 수선화를 사진 찍어야지 맘을 먹었는데,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수선화를 만날 수 없었는데,

찻집에서 돌담 아래의 노란 수선화를 본다.

너무나 고마운 찻집

제비집에 돌담 아래의 노란 수선화까지...

찻집 이름도 예쁘다.

복실이네 꽃마실

복실이는 어디로 마실을 갔는지 볼 수 없다.

내 마음 속의 찻집으로 기억하고 싶은 찻집

 

 

 덤으로 돌담 아래 작은 가로등과 빨간 튜율립을 본다.

사진기에 담고...

 

 찻집 아주머니가 설화산에 봄꽃들이 한창이라고

시간이 되면 설화산에도 올라가 보라고 권하시고...

날씨가 흐려 설화산에 갈까말까 망설였는데,

찻집 아주머니의 말씀을 따라

산으로 방향을 정한다.

봄꽃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마을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저 편에 조그만 절이 보이고...

작은 저수지를 지나 산으로 들어서니,

입구가 공사 중이었다.

이런 작은 산에서도 무슨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는지...

어수선한 공사 현장을 지나 산길을 오르고...

산길을 오르면서 개복숭아꽃과 산벚꽃이 번갈아 나타난다.

함께했던 형은 복숭아꽃이 많은 산에는

무당들이 꼬인다고 지나가는 투로 말씀을 하시고...

찻집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산은 봄꽃으로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난 봄꽃이 봄산을 이루고...

어디선가 딱따구리가 시끄럽게 나무를 쫀다.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온 산에 가득차다.

능선에 이르고

마지막 급경사를 이룬 곳 전에서

의자에 앉아 잠시 쉼을 취한다.

 

 의자에 앉아 형이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내용에 대해 말씀을 해 주신다.

사람이 밤에 자는 것도 일종의 단시간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고,

잠자는 동안, 단기간의 죽음 동안

영혼은 육체를 벗어나 영의 세계를 떠돌아다니는데,

그것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사람이 죽고 바로 땅에 묻지 않고,

3일장, 5일장 치르는 것도

육체를 떠난 영이 다시 육체에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중국에서는 어떤 할머니가 죽은 후 10여일 후에

다시 살아난 적도 있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죽음

아직은 나에게 어려운 문제이고,

솔직히 어렵다기 보다는 무섭다.

형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예전의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서 읽었던 글이 떠올라지기도 했다.

죽음이 기나긴 잠이라면...

그것은 축복이라는 글

 

 

 

 얼마간의 쉼을 마치고

마지막 급경사길을 오른다.

그 나마 급경사길이 그리 길지 않아

쉽게 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가 뭉텅이로 피어있다.

다른 봄꽃들은 몰라도

진달래와 철쭉은 산 속에서 보아야 예쁜 것 같다.

산 속에 숨어서,

수줍어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다소곳이 피어난 여린 봄꽃, 진달래

 

 

 441m 설화산 정상

정상에는 태극기가 외롭게 서 있다.

예전에 형과 함께 설화산에 왔을 때에는 날씨가 무척 맑은 날이었다.

아랫마을이 훤히 내려다 볼 정도로 전망이 좋았었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비행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라는 말을 나누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아래 전망을 사진기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이다.

아쉬운 마음을 무더기로 피어난 진달래에 달랜다.

 

 정상을 내려와 맹씨고택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외암마을에서 산을 넘어 맹씨고택으로 가는 것이다.

맹씨고택으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편한게 내려간다.

산을 내려가 맹씨고택이 있는 마을에 다다르니,

건너편에 배봉산이 듬직하게 서 있다.

마을은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우리가 오래된 마을에 들어섰음을 일러주는 것 같다.

 

 

 맹씨고택, 맹씨행단

조선초 청백리였던 맹사성 선생님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집 보다는 집 앞의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보기 좋다.

전에 보았던 은행나무 2그루

가끔 맹씨행단의 은행나무가 생각나기도 했다.

크고 늠름한 은행나무를 보면서

나무는 늙으면서도 늙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은행나무 건너편에는

아담하고 단아한 한옥건물, 맹씨고택이 자리하고...

이곳도 외암마을처럼 가지런한 돌담이 이쁘다.

 

 

 맹씨행단을 나와 온양온천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하여

마을을 내려온다.

마을 옆 빈터에는 노란 수선화들이 심어져 있다.

노란꽃을 매단 수선화

이렇게 수선화를 심는 사람들은

생활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 길을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수선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마음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하루 동안 외암마을, 설화산, 맹씨행단을 보고

서울로 올라가기 위하여

중1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온양온천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오늘 하루를 되새김 한다.

하루 동안 이것저것 많이 본 행복한 날이었고,

하루가 꽉찬 느낌이다.

아침에는 이런저런 곡절들로 좀 안 좋았는데,

하루치 여행을 온전하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오래된 마을의 오래되지 않은

다양한 풍경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뜻 깊었던 당일치기 아산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