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박4일 대구, 합천, 함양 여행기... 대구 시내 여행기

자작나무1 2014. 5. 10. 11:41

 여행이란...

 

 본래의 내가

창 밖으로 보이는 신록의 숲이 되었다가

넓게 펼쳐진 바다 위의 파도가 되었다가

산 옆으로 흘러가는 시냇물이 되었다가

새벽에 만나는 선선한 바람이 되었다가

산골짜기에 무더기로 피어나는 들꽃이 되었다가

산 위의 멋진 전망이 되었다가

지붕 위로 재재거리면서 날아다니는 제비가 되었다가

길 위로 아무렇게 굴러다니는 돌맹이가 되었다가

본래의 나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오늘은 오월의 첫연휴를 맞아 대구, 합천, 함양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 어머니가 끓여주신 홍합을 넣은 미역국을 먹고 집을 나선다.

아침 공기가 생각보다 쌀쌀하다.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역으로 가고...

시간이 많이 남아 역 뒷편으로 나와 시원한 냉커피에 담배 두대를 피우고...

다시 역 대합실로 오른다.

대합실에는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들뜸으로 어수선하고 산만하다.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해운대로 떠나는 무궁화호에 올라탄다.(08:01)

오늘이 나흘간의 연휴의 첫날이라 그런지 좌석이 꽉차고,

입석으로 가시는 분들도 많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창 밖으로 빌딩과 아파트 그 뒤로 오월의 신록의 산이 펼쳐지고...

창 밖으로 펼쳐진 오월의 신록을 바라보면서 대구를 향해 내달린다.

천안을 지나 대전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기차에서 내리고...

한참을 달리고 달려 대구역에 도착한다.

역을 내려와 지하도를 지나 지난 가을에 멋진 단풍을 보여주었던 경상감영공원을 지나

68년 전통의 따로국밥집에 이른다.

이 식당은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이 식당 앞을 자주 지나다녔슴에도

한번도 안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대구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꼭 가봐야지 맘을 먹었었다.

식당 안은 오랜 명성에 걸맞게 손님들로 가득차고

한쪽에 앉아 따로국밥을 먹는다.

조금 싱겁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옆의 뚝배기 안에 있는 석박지 국물을 부어 먹으니, 맛있다.

여행 첫날, 첫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웬지 이번 여행은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식당을 나와 한일극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달성공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조금 후에 달성공원으로 가는 427번 동명행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는 달성공원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도로 가운데에는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대구 3호선 지하철의 높은 교각이 세워져있다.

공원 입구로 걸어가고...

달성공원 입구는 서울의 동묘공원처럼 중고제품들을 파는 좌판들과 사람들로 복잡하고 어수선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드넓은 풀밭과 풀밭 위에서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차고...

넓게 펼쳐진 풀밭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보기 좋다.

 

 

 대구 여행을 준비하면서 달성공원에 갈까말가 많이 망설였다.

전에 아는 형이랑 한번 왔다 간 곳이기도 하고...

동물원의 동물들은 내가 잘 사진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더더욱 망설이게 됐다.

그런데 대구의 시작점이 달성공원일 수도 있고,

그런 상징성과 함께

잘 가꾸어진 나무들과 나무숲을 보기 위해 다시 찾는다.

나무들이 양편으로 우거진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중간중간 울타리 안의 사자, 코끼리, 원숭이들이 보인다.

토성을 오르기 위해 언덕을 오르고...

아랫쪽에는 어른들과 아이들로 복잡한데,

토성은 오가는 사람들도 적고 한적하다.

나무 사이로 대구시내도 보이고,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이 보이고...

모든 국민들이 힘들어했던 4월

나 또한 힘들게 4월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신록으로 우거진 숲에 가고 싶어했다.

푸른 나무들로 우거진 길을 걷으니,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세상에 지친 사람들을 받아주는 고마운 숲

다시 한번 숲의 고마움을 깨닫는다.

토성 끝에는 관풍루라는 웅장한 누각이 길을 막아서고...

누각을 피해 아래로 내려오니,

수운 최제우상이 세워져 있다.

내가 요즘 동학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좀 더 특별하게 보인다.

최제우상을 지나 아래로 내려오니,

여러 동물들이 반긴다.

칠면조우리, 공작우리, 새우리 등등...

공작우리를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갑자가 환호를 보낸다.

왜 그러나 하고 다시 공작우리로 다가서니,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었다.

옆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왜 그러나 놀란 표정을 짓고...

나는 얼른 날개를 활짝 편 공작을 사진기에 담는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파라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먹으면서 저번에 형과 달성공원에 왔을 때

여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지 하는 생각과 함께

나 혼자 웃음을 짓는다.

달성공원에 온 이유는 동물사진을 찍을려고 온 것이 아니어서

공원 중간의 잘 자란, 잘 가꾸어진 나무들을 사진 찍기 위해

넓은 풀밭 앞으로 나온다.

들리는 말로는 이곳 동물원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토성을 중심으로 역사문화공원으로 다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금 찾아오고 싶다.

가즈오향 향나무, 꽃아그배나무, 느릅나무 등을 사진찍고...

 

 

 

 달성공원을 나와 도로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이르고...

시내버스 두대를 갈아타고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에 이른다.

이 곳은 지난 가을에 1박2일 청도, 대구여행을 하면서 왔던 곳이다.

세월호 참사로 우울한 날들을 보내면서

내가 듣고 싶어했던 노래가 김광석님의 노래였다.

그 노래를 들으면 웬지 그 노래에서 위로를 받을 것 같아서...

그런데 웬일인지 집에서 김광석님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

내 마음은... 내가 생각해도 알다가도 모른다.

김광석님 거리 앞에 도착하면서 그런 내 마음이 생각난다.

달성공원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곳에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 연인들과 아가씨들이 많다.

좁은 골목, 많은 사람들로 인해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로...

어쩔 수 없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김광석님의 거리를 사진기에 담는다.

집에서 김광석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위로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 곳에서 스피커로 틀어놓은 김광석님의 노래를 듣고

김광석님의 그림과 사진들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위로를 받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김광석님의 노래를, 김광석님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지치고 힘든 일상생활 속에서 그의 노래에, 그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내가 요즘 김제동님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 김제동님은 김광석님의 기일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매년 그의 기일에 맞춰 한강에 가서 혼자 소주를 마신다는 글도 생각났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도 짠해졌다.

 

 

 

 

 내가 다시 김광석님의 다시 그리기길에 온 이유는

김광석님의 노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옆 방천시장 안에 있는 카페 "유칼립투스"를 사진 찍을려는 마음으로 또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작은 골목들이 복잡하게 이어진 곳이라 전에 보았던 그 카페를 쉽게 찾지 못해 골목길을 여러번 돌아다니고...

그렇게 힘들게 돌아다니다가 겨우 찾는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 곳은 예쁜 카페가 아니라

카페처럼 예쁘게 꾸며놓은 우크렐라 교습소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그래도 교습소 안에서 우크렐라를 연습하던 학생이 나의 사정을 듣고,

안에 들어와 사진 찍어도 좋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래서 카페처럼 예쁜 교습소를,

작고 이쁜 우크렐라와 악기들로 가득찬 교습소를 사진기에 담는다.

또한 그 학생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어 제 블로그에 올려도 되느냐는 부탁에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셔서

마음도 예쁜 교습생의 우크렐라 연습하는 모습도 사진기에 담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슨일이든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런 사람들의 여유만만함, 당당함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그런 젊음이, 열정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교습소를 나오고, 방천시장을 지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가기 위하여 큰도로를 건너고

경북대병원을 지나 국채보상기념공원에 이른다.

대구 도심에는 국채보상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2.28기념중앙공원

이렇게 세 개, 나무들로 우거진 좋은 공원이 있다.

교통편도 좋고...

그래서 대구에 오면 꼭 이 공원들을 들렀다간다.

지난 가을에 경상감영공원에 갔어서

이번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2.28기념중원공원에만 가기로 했다.

낣은 풀밭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

도심 속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은

대구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여행객에게도 큰 복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나처럼 혼자 여행을 다니는 입장에서는

이런 공원에 와서 편하게 쉴 수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그래서 더더욱 좋은 것 같다.

오월의 신록으로 더더욱 아름다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게다가 이곳은 동성로와 가깝고,

안에 도서관도 있어

젊은 사람들도 많다.

데이트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혼자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

그런 공원의 모습들이 참 편하게 보인다.

나무 아래 풀밭에는 담쟁이가, 맥문동으로 가득차 있다.

공원을 두번이나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오래 전에 대구로 여행을 온 적이 있다.

그해 여름, 매미인가...

여행 첫날부터 장맛비가 내려서 어디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낮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와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몇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다시 집에 가면 되지...

대구에서 쓸데없이 허송세월을 보낸 한심한 내가 자꾸 떠올려지기도 한다.

공원을 나와 도로를 건너 동성로에 들어선다.

동성로에도 젊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더운 대구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의 복장은 여름 복장이다.

짧은 반바지, 짧은 치마, 반팔...

젊은 사람들의 여름 패션을 보면서 더운 대구가 그려지기도 하고...

동성로 중간의 카페 "Herb"에 들어간다.

넓은 실내, 거리 방향으로는 테라스 위에 파라솔이 세워져 있어

거기에서는 담배도 피울 수 있다.

아래로는 동성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냉커피를 마신다.

오늘 하루 동안 찍은 사진들도 다시금 보고,

배낭 안에 있는 김제동님의 "김제동이 만나러갑니다"라는 인터뷰책도 읽는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서 여행 첫날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느껴진다.

카페를 나와 2.28기념중앙공원에 다다른다.

이곳도 젊은이의 거리, 동성로 옆이라 젊은이들로 가득차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 찍기는 포기하고

천천히 공원 한바퀴를 돈다.

공원은 작아도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 그늘진 곳도 있고,

중앙에는 분수가 설치되어 있어

조그만 아이들은 거기에서 노느라고 신이 나 있다.

그늘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더운 도시, 대구 사람들의 여름나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공원을 나와 지하도를 통해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선다.

내일 아침에 합천 해인사로 가기 위하여

서부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오늘 하루는 여행이 순조롭게 지나갔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금방 온다.

서부버스터미널로 가는 518번 시내버스가 금방 나타나고...

버스를 타고 서부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오늘 하루 묵을 모텔을 찾아 얼마간 돌아다니고,

모텔을 찾은 후에는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다.

돼지갈비찜 정식

맛있다.

보통 경상도에 와서는 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한 적도 없지 않았는데,

오늘은 점심도 그렇고, 저녁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순조로운 하루가, 순조로운 여행 첫날이 이렇게 마무리되어 간다.

내일도 순조롭게 여행이 이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