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뮤직방송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어제의 산행기를 컴퓨터에 쓴다.
어제는 그렇게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산행기를 쓰는데 보통 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서 쓰고나서 길을 나서야하는데, 그럴수록 글은 자주 막히고...
한동안 끙끙 대면서 산행기를 이어간다.
겨우 산행기를 마치고 씼고 모텔을 빠져 나온다.
다시 서부버스터미널로 간다.
서부버스터미널은 예전부터 자주 왔던 곳이다.
비슬산을 가기 위해...
함양 상림을 보기 위해...
창녕의 화왕산과 유적지를 보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
뒤로는 앞산이 우뚝하고, 제비가 사는 곳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제비가 보이지 않는다.
표를 끊고, 버스에 올라타 창 밖을 내려다보니,
바닥에 제비 두마리가 모이를 쪼고 있다.
버스가 지나다니는 위험한 곳에 제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앞선다.
내가 탄 버스는 정시에 출발을 하고...
창 밖으로 우방맨션 울타리에 줄장미가 가득 피어있다.
유월의 줄장미가 오월에 활짝 피어 있다.
어찌되었든 붉은 장미가 오월의 햇살 아래 빛을 내고 있다.
버스는 88고속도로로 진입을 하고...
고령을 지나면서 정체가 이어진다.
나는 함양상림을 보기 위하여 이 도로를 많이 다녔는데,
이렇게 막힌 적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내일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해인사로 가는 차들이 많은 것 같다.
고령을 지나 합천으로 들어서고...
저 멀리 울퉁불퉁한 바위산 가야산이 보인다.
예전에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야산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제 가야산을 올랐다고 쉽게 가야산이 눈에 띄인다.
그래서 산을 오르고, 안오르는 것은 큰 차이가 나나보다.
주위의 산들은 밋밋한 육산인데,
가야산만이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암산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야산이 특별한 산이 된 것 같다.
해인사가 들어서고, 국립공원이 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
멀리서 보니 더욱 신령스럽게 보인다.
그런 산을 올랐다는 뿌듯함도 들고...
산의 고장 거창으로 들어선다.
내가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거창과 언양이 최고의 산의 고장인 것 같다.
높은 산으로 둘러쌓인 곳
산 하나하나가 다 알토란처럼 단단하고 야무져 보이는 산
가조면을 지나면서 연이어진 산들이 더더욱 잘 보이고...
그런 많은 산들로 둘러쌓여 있슴에도
그 중앙은, 분지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굳이 풍수를 몰라도 이 곳은 천혜의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무진 산들과 그 산들에서 내려오는 황강, 넓은 평야지대
밭에는 보리가 심어져 있다.
바람에 출렁거리는 보리밭
너무나 아름다운 오월의 풍경들이다.
거창 읍내를 지나 다시 고속도로를 통해 함양에 도착한다.
함양
예전부터 함양상림을 보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년에 한번 이곳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1박2일 일정으로 동대구역에서 내려
서부버스정류장에 와서 함양으로 와 함양상림을 산책하고
진주로 내려와 진주성을 구경하고,
부산으로 가 태종대에 갔다가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백반을 먹고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
나중에 다시 한번 이런 식으로 여행 일정을 짜야겠다.
숲과 성과 바다로 떠나는 1박2일 여행
생각만해도 마음이 들뜬다.
역마살이 낀 자의 또 다른 비애
함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군청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함양 군청과 함양초등학교 앞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있다.
그 건너에는 학사루라는 오래된 정자가 있고...
오래된 마을의 오래된 이야기들...
학사루에는 조선시대 사림의 높은 봉우리였던 김종직과 유자광의 애증의 역사가 전해져오고...
무오사화의 시발점이 되었던 역사적인 정자
정자를 지나 길을 가다가 중간에 식당에 들러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위천 앞에 이른다.
중간에 오래된 정자와 느티나무가 자라고...
5월 연휴라 그런지 상림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다.
차도 많고...
함양상림... 내 마음 속의 숲
나는 상림에 다섯번 정도 찾아왔는데,
오늘처럼 사람들이 많았던 적은 처음이다.
보통 나이 드신 어르신들과 약수터에 물을 떠가는 사람들 밖에 없었다.
한적했던 숲
함양상림 안으로 들어선다.
커다란 나무들로 인해 항상 그늘이 져 있는 곳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곳은 여름에 와도 좋다고 말씀을 하신다.
통일신라시대 이곳 태수였던 최치원 선생님이
옆의 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인공림
저번 담양의 관방제림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 선조님들은 자연의 재해를 자연으로 막았던 슬기로왔던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전통이 사라져서 조금은 아쉽게 생각된다.
바닷가에 방풍림을 없애고 퍼블릭 골프장을 만드는 현대의 우리들.
10년을 생각하는 사람은 과일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는 사람은 숲을 만든다는데,
오늘날의 우리사회는 그런 것에 너무 무감한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의 숲... 상림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그런 생각이 든다.
입구에는 대원군이 세웠던 척화비가 온전히 세워져 있고...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넓은 풀밭에서 어린이날의 시간들을 보내고 계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모습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제일 부러운 모습이 이런 모습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 거기에 기르는 강아지까지
대가족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들
항상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웃음이 그치지 않는 모습들
가장 행복한 모습들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넓은 풀밭 끝에는 예전에 함양 읍성의 일부였던 함화루가 나오고...
누각을 사진 찍고 숲 속으로 들어선다.
오래된 나무들이 길을 감싸고 있다.
처음 상림에 와서 한국에 이렇게 좋은 숲이 있는지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른다.
그런 놀람에 자주 찾았던 곳
그러면서 내 마음 속의 숲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아 길 위에 다람쥐들이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이 적을 때에는 다람쥐들이 길 위를 왔다갔다한다.
그리 사람들도 무서워하지 않고...
길 옆으로는 수로가 마련되어 있고,
그 수로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이 수로가, 물이 흐르는 수로가 있어서
이 숲이 건강하게 유지가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간 숲속길을 걸으니, 옆에 석불이 보인다.
이은리 석불
이 석불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산 밑 절에 있었던 돌부처님은 어느 해 여름
장마와 산사태로 인해 땅에 묻히고...
어느날 마을사람들의 꿈에 나타나
나를 땅 속에서 꺼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땅 속에 묻힌 돌부처님을 찾고, 땅 속에서 꺼내
이 숲에다가 모셨다고 한다.
숲에는 나무들이 모이고, 새들이 모이고, 작은 동물들이 모이고,
땅 속에 묻혔던 석불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숲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무 위로 바람이 지나가는지
나무들이, 숲이 술렁이기 시작하고...
숲 속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새롭기만하다.
오래간만에 찾은 상림
내가 이 숲에 와 있다는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곳에 오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 중의 하나는
이런 좋은 곳에는 어머니, 아버지, 외할머니, 내 동생
그리고 산에 같이 다니는 형님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그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적어지고...
잎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연한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들이
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한참을 숲길을 걷고...
그 끝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 선생님이 중국에서 배워온 기술을 이용해
함양 안의에 처음 물레방아를 세웠다고 한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물레방아를 세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함양은 물레방아의 고장으로 알려지고...
오래된 마을에는 오래된 숲이 있고, 오래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숲 옆에는 온통 연꽃밭이 만들어져 있다.
한여름에 오면 연꽃으로 인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준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숲을 빠져나온다.
상림 앞에는 통나무로 지어진 카페가 있다.
내가 상림에 오면 꼭 들르는 카페이기도 하다.
처음 왔을 때에는 통나무 카페가 무척 근사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낡아져서 그런가
처음의 그 느낌은 전해지지 않는다.
사장님의 양해 아래 카페 사진을 찍고
아랫층의 조그만 마당에 놓인 파라솔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냉커피를 마신다.
사진기의 사진들이 꽉차 더 이상 저장할 수 없다는 알람에
커피를 마시면서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지운다.
그러는 가운데 윗층에 계시던 사장님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래로 내려오시고...
자연스럽게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서울에서 가야산에 갔다가 상림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씀을 드리고...
내일은 안의에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니,
사장님께서 안의에 갔다가 함양으로 오지 말고,
거창을 거쳐 대구로 가라고 말씀을 전해준다.
그 외에도 서울생활과 시골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를 나와
오늘 하루 묵을 모텔을 찾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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