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묵호 등대펜션에서 만난 고양이 이야기
지난 현충일에는 학교에서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하고 동해 묵호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현충일 아침에 집 앞에서 만나 고속도로를 타고 묵호로 떠났습니다.
사흘 연휴의 첫날
고속도로는 많은 차들로 정체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고...
고속도로 정체로 인하여 아침 8시에 구일역을 출발한 차는
서해안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동해 고속도로를 거쳐
오후 5시에 묵호에 도착하였습니다.
연휴가 이어진 날에는 길을 나서면 안되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묵호에 펜션을 미리 예약한 관계로
다시 서울로 돌아설 수도 없었습니다.
힘들게 묵호에 도착을 하고...
마트에 들어가 고기를 사고,
바닷가 옆 선어센터에 가서 회를 사가지고
등대펜션으로 올라왔습니다.
펜션 앞 나무탁자에서 사 온 회에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어디선가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
먼 거리에서 회에 술을 마시고 있는 우리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우리가 광어회 한점을 던져 주니까
냉큼 달려와 회를 입에 물고 잡목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다 먹고 이번에는 아까보다 좀 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우리들이 회를 던져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우리가 이번에도 회를 던져주자
냉큼 물고 잡목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기를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오징어회를 던져주니까,
고양이 입장에서
광어회와 오징어회의 비중이 다른 것인지
오징어회를 물고 잡목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닥에서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회를 던져주면 어느 사이에 그 자리에서 회를 먹었습니다.
우리들은 고양이가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저는 많이 먹어 배탈이 나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우리집에서 키웠던 미키라는 강아지도
언젠가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서
집안 여기저기에 토를 하면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라졌습니다.
미련한 미키 같으니라고...
회를 다 먹고 이번에는 마트에서 사온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고양이는 우리 자리로 좀 더 가까이 다가와
고기를 던져주기를 바랐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던져주자 조용히 고기를 먹었고...
어둠이 내려앉고
시간이 지나자
어느 사이에 고양이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잘 먹었다는 인사도 없이...
우리는 그날 자정이 넘어 새벽까지
웃고 떠들면서 술과 고기를 실컷 먹었습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앞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날밤 마셨던 술자리와
동해 묵호 등대펜션에서 만났던 고양이 한마리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한자리를 차지했던 고양이는
오랫동안
오랫동안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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