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King Crimson의 "Epitaph"를 듣고...

자작나무1 2014. 6. 29. 19:29

 King Crimson의 "Epitaph"를 듣고...

 

 먼훗날

자작나무가 죽고

자작나무 주위의 사람들이 모여

자작나무의 주검을 화장을 하여

자작나무가 평생 좋아했던

산에 한줌의 재로 변한 자작나무를 뿌리면서

서로 생전의 자작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항상 줄담배를 피우던

술을 많이 마시지도 못하면서

술을 좋아했던

평생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여자들을 좋아했던

노는 날이면

배낭을 짊어지고

세상을 떠돌아 다녔던

자작나무를 이야기한다.

 

 산을 내려와

근처의 구멍가게에서

생전의 자작나무가 좋아했던

쓴소주를 마시면서

술자리에서

우스개소리를 잘했던

노총각이면서도

걸죽한 음담패설을 곧잘 늘어놓던

살아생전의 자작나무를 떠올리면서

조용히 소줏잔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