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당일치기 전주여행기... 맛의 고장, 전주(8월 15일)

자작나무1 2015. 8. 23. 07:27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가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아침 공기도 신선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지난달에 박노해님의 인디아 사진전에서 보았던 글귀가 문득 떠올라진다.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오늘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열심히 전주를 돌아다닐 것이다.

신도림역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영등포역 뒷편으로 가는

영등포09번 마을버스를 탄다.

가로공원 옆을 마을버스가 지나가는데,

가로공원에는 이른 새벽시간임에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배드민턴을 치시는 분들, 공원을 한바퀴 도시는 분들...

부지런한 사람들...

활기찬 가로공원의 사람들을 뒤로하고...

영등포역 뒷편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고

편의점에서 사 온 캔커피에 담배 두대를 피우고

영등포역으로 올라간다.

사흘 연휴라 그런지 역 안에는 사람들이 많으시다.

역내 대합실 의자에 앉아  YTN 뉴스를 보다가

기차시간에 맞추어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시간에 맞춰 여수 EXPO행 무궁화호가 다가오고...

기차에 올라탄다.

출발(07시 03분)

창가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본다.

아침이라 그런지 안개가 자욱해 멀리까지 내다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많이 낀 것을 보니, 오늘 하루도 엄청 더울 것 같다.

원래 전주는 대구와 함께 더운 곳이라

한여름날 전주여행을 피할려고 했는데

14일 임시공휴일과 17일 연가를 내서

생각지도 못한 나흘 연휴가 되었고

나흘동안 서울에만 있을 수도 없어서

무더위 속의 전주여행을 감행한 것이다.

안개낀 하늘은 서대전역을 지나면서 서서히 벗겨지고...

지독한 안개이다.

오늘은 얼마나 더울지... 괜한 걱정이 든다.

계룡역을 지나 논산역으로 가면서

창 밖으로 우뚝솟은 산이 바라보인다.

저 산이 내가 내년에 가야할 향적산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논산역, 강경역, 익산역을 차례로 지나고...

뒷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 한분이 익산이 예전에는 이리였다고 말씀을 하시고...

그 옆의 아주머니는 오래전에는 정읍도 정주로 불렀다고 말씀을 하신다.

익산역을 지나 전주역에 도착

역을 빠져 나오는데, 어떤 사람들이 역 앞에서

작은 태극기를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해주신다.

오늘은 광복절, 그것도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그래서 어제는 임시 공휴일이었고...

사람들이 태극기를 받으면서 기뻐하시는 모습에

이런 작은 배려로 전주에는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년 전에 아는 형과 전주에 왔을 때에는

풍남문 앞에, 역 앞에 커다란 얼음이 놓여 있었다.

무더운 날에 얼음을 보면서, 얼음에 손을 비비면서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히라는

전주시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배려.

그런 작은 배려가 전주를 아름다운 도시로,

다시금 찾아가고픈 도시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파출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337번 우석대학교행 시내버스를 타고 덕진공원을 찾아간다.

전주는 자주 왔슴에도 올 때 마다 전주 시내의 지리가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제대로 알았다.

전북대학교 병원, 전북대학교, 덕진공원

덕진공원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통해 덕진공원 앞에 서고...

11시가 넘어가는 시간

일단 덕진공원에 가기 전에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나는 덕진공원에 10여년 전부터 자주 다녔는데,

올 때 마다 덕진공원 입구의 진미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푸짐한 반찬이 나오는 백반집

지금은 진미백반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혼자 가도 백반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2인 이상만 가능하다고 가게 앞에 써 있다.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혼자 왔다고 하니까

12시 이전이라 괜찮다고 하시면서 백반을 내 놓으신다.

반찬수도 많고 반찬들도 맛있다.

김치찌개와 고등어 조림

이 두가지만으로도 밥 두그릇은 후딱 헤치울 수 있다.

어쩌면 덕진공원 앞의 진미백반에서

풍성한 전라도 백반을 먹을려고

일부러 전주에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전주하면 덕진공원이나 한옥마을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이

진미백반의 백반이다.

그 만큼 나에게는 고마운 백반집이고...

맛의 고장, 전주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집이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덕진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의 붉은 배롱나무꽃이 나를 반겨주고

공원 한편에는 전주의 세 법조인상이 있다.

세 분 중 가운데 계시는 분이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이신 가인 김병로 선생님이시다.

일제시대 일본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애국지사들에게 후한 판결을 내리셨던 분

해방 후에는 초대 대법원장이 되시고,

이승만 대통령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애쓰셨던 분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과는 사이가 안좋으셨던 분

붉은 배롱나무꽃 아래에는 신석정 시인의 앉아 계시는 모습과 시비가 세워져있다.

덕진공원의 중심인 넓은 연못 앞에 선다.

풍수지리에서 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

연못 한켠에는 연잎들이 무성하다.

간혹 붉은 연꽃이 피어있고...

비록 연꽃이 그리 많지 않지만,

연못 한편을 가득 뒤덮은 푸른 연잎들이 보기 좋다.

연못 가운데 길게 놓여진 현수교를 통해 전망대 3층에 오른다.

3층 전망대에서 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넓은 연못과 연잎들, 그 뒤로 전주 시가지와 얕으막한 산들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덕진공원에서는 제일 맘에 든다.

 

 전망대를 내려와 덕진공원 뒷편으로 간다.

푸른하늘(여행)님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오송제를 찾아 덕진공원을 나온다.

공원 뒷편에 예쁜 카페가 보인다.

오늘은 일정이 바빠 그냥 지나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서울에 와서 두고두고 후회를 할 것 같아

빠듯한 일정임에도 카페 전면을 사진 찍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의 모습도 맘에 들었지만, 내부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좀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그런 것마저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카페

창가 쪽에 앉아 방금 나온 덕진공원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냉커피를 마신다.

여행 중에 누리는 작은 사치

카페를 나와 한편으로는 키다란 메타쉐콰이어가 자라는

그 건너편으로는 전북대학교 건물이 있는 도로를 따라 간다.

전북대학교

전북대학교는 나에게 강준만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이 근무하시는 곳이다.

인물과 사상, 실명 비판

예전에는 글이라는 것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써야 한다고 배웠고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는데...

강준만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게 얼마나 엉터리이고, 허위였는지... 알았다.

사회에서 중립이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기계적인 중립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무슨 대단한 판관인양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위선인지 가르져 주셨던 강준만 교수님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애써 도올 김용옥 교수님과 박노해 시인을 옹호해주셨던 일은

작은 용기로는 가당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강준만 교수님의 책만 찾아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강준만 교수님이 계시는 전북대학을 옆에서 보게 되어서 마음 뿌듯하고...

 

 

 얼마 걸으니까 큰 도로의 사거리가 나오고...

언덕 위로 혼불문학공원이라는 팻말이 보여

도로를 건너 혼불문학공원을 찾아간다.

하늘로 나뭇잎이 우거진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혼불이라는 장편소설을 쓰신 최명희 소설가님의 묘소가 나온다.

최명희님의 고향이 전주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문향 전주는 소설가 최일남님과 양귀자님의 고향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작은 묘소

작은 묘를 보면서

최명희 소설가님은 검소한 삶을 사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햇빛이 묘소 앞에 가득하여 환한 느낌이다.

장명등 뒤의 붉은 배롱나무꽃이 장관이다.

최명희 소설가님의 묘소를 지나 산 위로 올라간다.

길이 넓어 걷기 좋다.

높지 않은 산이라 금방 능선에 닿고...

능선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가끔 등산객들이 길 옆의 의자에 앉아 쉬고 계신다.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능선길을 오르니,

삼거리가 나오고...

이정표에 장군봉까지의 거리가 0.5km라고 일러준다.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장군봉까지 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 전주에 온 이유는

한옥마을을 제대로 둘러보는 일이라는 생각에

그런 생각은 쉽게 접는다.

삼거리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오송제를 찾아간다.

그리 짧지 않은 내림길 끝에는 작은 편백나무숲이 나온다.

 

 건지산 편백나무숲도 푸른하늘(여행)님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내가 편백나무숲을 좋아해서 남도로 여행도 많이 하고...

편백나무숲을 쫓아 많이 다녔는데,

이렇게 작은 편백숲은 처음이다.

그래서 편백숲을 찾아오면서 은근 기대가 컸는데,

생각외로 작아 그 만큼 실망도 컸다.

그런데 편백숲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작은 숲이라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작은 만큼 소중한 숲이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작은 만큼 예쁜 숲이고...

전북대학생들은 이런 숲에서 야외수업을 듣는다면

두고두고 기억이 날 것 같다.

편백숲 안에서의 야외수업

전북대학의 작은 편백숲

한참을 편백나무들을 보다가 오송제를 찾아 아랫길로 들어선다.

 

 작은 편백숲에서 오송제는 지척이다.

푸른하늘(여행)님이 작은 울림이 있는 곳이라고 말씀하시던 곳

산으로 둘러쌓인 저수지이다.

좀전에 지나왔던 덕진공원이 도심 속의 커다란 저수지이라면

오송제는 산 속의 저수지이다.

오송제에도 연꽃은 지고 연잎들만 무성하다.

간혹 한두송이씩 연꽃들이 피어 있어

나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고...

예전에 내가 연꽃에 대해 썼던 글이 두서없이 떠올라지기도 한다.

 

   연꽃(둘)

 

  진흙뻘에 뿌리를 내리고

 

  흐린 물 사이로 줄기를 올리고

 

  수면 위로

 넓찍한 잎과 예쁜 꽃을 피워 올린다.

 

  예쁜 꽃 속으로 들어가면

 깊은 산골

 조그만 대웅전

 어린 동자승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합장을 올린다.

 

 저수지 한켠의 산책로를 따라 저수지를 벗어나고...

새로 생긴 신도시 분위기의 송천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른다.

요즘 신도시의 특징 중의 하나가

학원들이, 학원 간판이 많다는 점이 아닐까...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주거지도 환경, 그 중에서도 교육 환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걸어 송천 신일아파트 버스정류장에 이르고...

한옥마을로 가는 973번 대모행 시내버스에 오른다.

산을 오르고 내리느라고 땀을 많이 흘렀는데,

버스 안이 냉방이 잘 되어 있어서 금방 땀이 사라진다.

아침에 지나왔던 전북대학과 덕진공원 앞을 지나

풍남문 옆의 한옥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늘은 주말, 토요일

건너편 한옥마을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일단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풍남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래 전에는, 한옥마을이 지금처럼 인기가 없었을 때에는

풍남문이 전주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한옥마을의 인기에 밀려 조금은 묻혀진 느낌이다.

풍남문도 나름대로 멋진 문이고

멋의 도시, 전주에 어울리는 건축물인데,

조금은 소외된 느낌이 든다.

어찌 되었든 풍남문은

나에게는 전주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위풍당당한 문이다.

풍남문 앞에서는 건너편의 정동성당의 십자가와 첨탑이 멋있게 다가온다.

 

 

 도로를 건너 전동성당 앞에 선다.

한옥마을 입구에 위치하여

한옥마을을 수호하는 수문장 같은 성당이다.

옛스럽고 고풍스러운 건물

조선시대 순교자의 터에 세워진 성스러운 건물

그런 성스러움도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쉬이 잊혀진다.

간혹 예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여자들이 보이고...

한복도 이쁘지만, 한복의 색이 참 곱다.

여자분들이 전통의 옷이라서 한복을 빌려 입는 것이 아니라

한복이 예뻐서 빌려 입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참 보기 좋고...

매력 많은 한옥마을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 같다.

정동성당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마당 중앙의 오래된 은행나무도 내 사진기에 담는다.

 

 

 

 사람 많은 정동성당을 나와 이번에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경기전으로 간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

오래 전에는 경기전 주위에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가끔 찾던 곳이었는데...

한옥마을의 인기와 함께 경기전의 인기도 어느새 바뀌었다.

또한 이곳에도 한복을 입은 여자들이 많다.

마치 한복을 입은 것이 무슨 자랑인 것처럼

한옥마을 여기저기를 활개치고 다니시는 모습.

그런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다.

잊혀져가는 한복이 이곳에서 새로 인기를 얻어가는 느낌

또 하나

여행지에서 체험행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야 돌아다니느라고 체험행사 그런 것은 해 볼 엄두도 안나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곳의 역사적인 유물이나 풍광보다도

그곳에서의 체험행사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여행지에서 즐거움의 척도

경기전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오래된 건축물, 오래된 나무들, 거기에 키 큰 대숲까지...

무엇보다도 넓은 터에 건물들과 나무들이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여유있고 시원스레 보인다.

 

 

 경기전을 나와 한옥마을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주말 오후시간

사람들로 붐비는 한옥마을

대구의 쿠스코님처럼

다음에는 한옥마을 근처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일찍 이곳을 돌아다녀야지 맘 먹는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최명희 문학관이라고 씌여진 한옥집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최명희 문학관답게

최명희님이 쓰신 혼불과 원고, 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마지막 생명을 움켜쥐고 한줄한줄 이어쓰셨던 마지막 작품, 혼불

최명희님이 고향이 전주일뿐 아니라

전주 한옥마을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어려서는 한옥마을 주변에서 놀았고...

그러면서 어린 시절부터 역사나 근원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가지셨다고 한다.

저번에 원주의 박경리 문학관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박경리님의 토지를, 최명희님의 혼불을 읽고

이 곳에 왔다면 얼마나 감회가 남달랐을까 그런 아쉬움이 든다.

솔직히 책 한권을 한달 넘게 읽는 나의 입장에서는

열권이 넘는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최명희 문학관을 나와

커다란 한옥마을 은행나무를 보고

주변의 한옥찻집을 찾아 들어갈려고 그랬는데,

한옥찻집 마다 손님들이 많아 포기한다.

은행나무 건너편에는 동학농민운동기념관이 있었는데,

오늘은 휴관이라 써 있다.

다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동락원이라는 개방된 한옥집이 있어 기쁜 마음에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많은 한옥집 중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한옥집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옥마을에 한옥을 보러 왔는데,

앞에서만 보고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그나마 전주의 한옥마을은 이런 집들이 두군데나 있어서 좋다.

좀 더 찾아본다면 더 많을 것 같다.

오목대 오르는 길 앞에도 개방하는 집이 있었던 것 같고...

동락원은 예쁜 장독대와 잘 가꾸어진 화단, 정원수들,

거기에 오래된 고택이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입구의 안내판을 보니, 주말 저녁시간에는 판소리 공연도 열리는 것 같다.

전주에서의 판소리 공연

소리의 고장, 전주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전주에서 판소리 한토막은 듣고 가야하는데...

오래 전에 내가 전주에 자주 왔던 이유 중의 하나가

소리를 자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진공원의 조그만 정자 안에서 들려오는 판소리

그런 특별한 체험이 있어서

자주 전주를 찾아왔던 것 같다.

몇년전 아는 형과 함께 전주에 왔을 때에는 오목대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선생님의 지도 아래 판소리를 불렀던 모습들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부르시던 웅장한 창소리가

문득 떠올라진다.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판소리

그것 자체가 장관이었다.

소리의 고장, 전주

 

 시간은 서서히 여섯시에 가까워지고...

조금은 사람들이 뜸한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분식집에서 비빔밥을 판다고 해서

전주까지 와서 전주 비빔밥을 안먹고 가면 안되지 하는 마음에

분식집 안에 들어가 전주 비빔밥을 먹는다.

솔직히 이 집은 맛보다도 식당 안에 손님들이 없어서

그래서 들어간 집이다.

그런데, 이곳은 맛의 고장, 전주

분식집에서 나오는 비빔밥

그 비빔밥은 놋그릇 안에 정성스레 고명들이 얹혀있다.

세상에나...

나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특히 오래된 절을 찾아다니면서 절 아래에서 비빔밥을 많이 사 먹었는데,

이런 비빔밥은 처음이다.

맛도 맛있어 내가 이제까지 먹어본 비빔밥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한국관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내 나름대로 맛집에 대한 고집 그런 것이  있는데,

고급 식당에서 먹는 비싼 음식이 맛있는 것은 맛집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조금은 허름한 식당에서 싼 음식이 맛있을 때 그게 진정한 맛집이라는 생각, 고집

그래서 여행을 다닐 때에는 일부러 골목길 안쪽의 허름한 식당을 많이 찾는다.

오늘 하루

점심으로 먹은 진미백반의 백반과

저녁으로 먹은 경아분식의 비빔밥

점심과 저녁으로 제대로 된 전주의 맛을 보게 되어 기쁘다.

감사한 일이고...

맛의 도시, 전주

 

 맛난 비빔밥을 먹고

한옥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

545번 비봉 백제대행 시내버스를 타고 다시 전주역으로 간다.

역 앞에서 커피와 담배를 피우면서 한참을 기차시간을 기다리고...

6시 44분 용산행 누리로호를 타고 서울로 간다.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오늘은 70주년 광복절

하루 전날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노는 것도

전국민이 경축 분위기로 광복절을 보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앞으로의 통일

북한이 언제 어떻게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에 대해 준비를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광주의 양림동 근대화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 스스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댓가로 남의 나라의 식민지가 되고

우리의 힘으로 해방을 이루지 못한 까닭으로 분단이 되고...

앞으로의 통일은 우리의 힘과 준비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철저한 준비로 통일로 가는 길

그게 진정한 의미의 광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는 광복은 아직 미.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