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박3일 정선, 태백여행기... 셋쨋날... 태백 황지와 상장동 이야기마을(10.11)

자작나무1 2015. 10. 17. 19:48

 어제는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일찍 여관에 들어가 푹 쉬었다.

오래간만에 여행 중에 낮잠도 즐기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난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본다.

다행히 비는 그쳐있다.

창을 통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온다.

강원도의 맑고 차갑고 신선한 공기

강원도의 아침공기

창문을 닫고

냉장고 안의 냉커피를 꺼내 마시면서 TV를 본다.

KBS 영상앨범 산

오늘의 산행지는 몽블랑 둘레길

둘레길이지만 고도차가 커 쉬운 길은 아니다.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의 국경을 넘나드는 길

여중학생 2명과 회사원, 의사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통역사와 외국인 가이드를 따라 산길을 걷는다.

한동안 TV를 보다가 씻고 모텔을 나온다.

 

 건너편 고한농협 버스정류장에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태백 버스터미널로 간다.

버스는 두문동재 터널을 지나가는데,

양편의 산에 고운 단풍들이 가득하다.

커다란 풍력 발전기가 있는 매봉산과 함백산

창 밖으로 펼쳐진 단풍 세상

어제도 실컷 보았는데, 그럼에도 너무 아름답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터지고...

가을 세상에, 단풍 세상을 지나가는 느낌

버스는 어느새 태백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을 빠져나와 황지를 찾아간다.

태백에는 여러번 왔는데,

황지가  가깝다는 이유로 한번도 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황지를 찾아간다.

 

 

 황지 주변에도 나무들이 단풍이 많이 들었다.

연못 안의 물이 엄청 맑다.

다른 사람들도 신기한 듯 물을 빤히 쳐다보신다.

도심 연못에 이렇게 맑은 물이 있다니...

고원 도시 태백의 모습

아침 산책으로 딱인 곳이다.

 

 황지를 나와 택시를 타고 상장동 마을의 벽화를 보러간다.

이 곳도 몇년 전에 태백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들러야 하는 곳이었는데,

산에서 너무 힘들여서 그냥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찾아왔다.

탄광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쉽게 볼 수 없는 그림들이라 더더욱 보고 싶었다.

 

 벽면에는 탄광촌과 광부들의 그림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그림 옆에  조그만 판에 설명이 써 있어서

좀 더 쉽게 그림들을 이해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지난 시절의 기록

탄광 사람들의 이야기

그림과 글들을 읽으면서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어제 함백산 기원단을 보면서도 내 마음은 가벼워질 수 없었는데...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들

하루하루가, 내일이 단순한 시간의 경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

그런 삶의 이야기들

 

 우울한 마음으로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골목 앞에는 화분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화분에는 다양한 화초들이 심어져 있다.

이 곳 사람들의 부지런함

또한 집 앞에 화분을 내놓은 일이

단순한 부지런함이나 취미생활이 아니라

삶의 희망으로 가는 첫걸음이었으면 하는 생각들

가끔 희망의 꽃 엔젤 트럼펫도 보인다.

예전에는 이 꽃을 보면 트럼펫 소리가 떠올라졌는데,

오늘 이 골목길에서는 희망의 꽃으로 보여진다.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길어올리는 꽃, 희망의 꽃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들

탄광촌 사람들이나,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나

결국 삶의 희망은, 목표는

온가족이 건강하게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 일일텐데...

대가족이 함께 서 있는 그림에서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런 희망이 왜 이리 힘들어지는지...

하루하루가 무거워지고 팍팍해지는 삶

 

 또 다른 그림 하나

어둠을 배경으로 광부아저씨가 활짝 웃고 계신다.

어둠속에서도, 막장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희망을 키워가야 하고

웃어야 하는 일

지난 시절의, 탄광 마을 사람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괜시리 마음이 울컥해지는...

 

 내가 고등 학생일 때 춘천에 있는 우리학교로

태백이나 정선에서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이 전학을 왔다.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유학이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표정이 어두웠고, 말이 없었으며

공부를 못하는 대신에 싸움은 엄청 잘 했다.

어느 날은 그 친구가  탄광촌 이야기를 들려 주었는데,

TV나 신문에서 보았던 이야기와는 많이 달랐다.

 

 친구가 들려준 탄광촌 이야기

그 당시 광부들의 월급은 70만원

10여년 전에도 월급은 똑같았다고 한다.

그 때 서울의 보통 월급이 20만원이었다고 한다.

월급날이 되면 탄광촌 전체가 잔칫집이 된다.

술에 고기에 춤과 노래가 밤새도록 끊이지 않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면 받은 월급이 다 떨어져서

그 다음부터는 외상으로 겨우 살아간다는 이야기

탄광촌 학교

날이 좋은 날에도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이 태반이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학교에 가고 싶어도

아이들이 없어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학교에 빠진 아이들은 삼척이나 동해에 가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

그들에게 학교는, 공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다는 이야기

우리가 흔히 막장, 막장이라고 하는데,

그 말의 정확한 뜻은

단순히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의미 뿐만 아니라,

내일이 없다는 뜻이라고...

내일이 없기에 돈이 생기면 먹고 마시고 놀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

지금 당장으로 만족하는 탄광촌 사람들의 이야기

상장동 마을의 벽화와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오래전에 탄광촌에서 전학 온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또렷하게 떠올라진다.

 

 

 자신들은 어려서부터 검은 냇물만 보았기에

시냇물이 맑다는 노래는 처음부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탄광촌에서 전학 온 친구들

조금은 무겁고 어두워진 마음으로 마을을 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태백역으로 간다.

역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역으로 들어가 청량리역으로 가는 무궁화호(12:18)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