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 남산 산행기(11.28)

자작나무1 2015. 12. 6. 15:04

 오늘은 경주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날

원래는 영주의 부석사와 소수서원에 갈려고 그랬는데,

갑자기 경주에 사시는 강산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영주에서 경주로 여행지를 바뀌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씼고

엄마가 차려주신 도루묵 조림에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몇일 동안 추웠는데, 오늘 아침은 그리 춥지 않다.

기분 좋은 아침의 출발

지하철로 서울역에 가고...

아직 기차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지하 1층의 Angel in-us Coffee에서 카페라떼를 마신다.

내가 들어오기 방금 전에 문을 열어서

카페 안에는 손님들이 없고...

편안한 마음에 카페라떼를 마시고

옆의 흡연실에 들어가 담배를 피운다.

 

기차시간에 맞추어 서울역으로 올라가고

기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부산으로 가는 KTX에 올라가 내 자리를 찾아 앉는다.

출발(07시45분)

나를 태운 KTX는 힘차게 달려 나가기 시작하고...

서울을 벗어나면서 창 밖으로 눈쌓인 풍경이 펼쳐진다.

경기지역에는 이번에 눈이 많이 내린 것 같다.

산에도, 들에도, 논에도, 지붕 위에도

눈이 희끗희끗 쌓여있다.

오래간만에 보는 겨울풍경

시린 겨울의 모습

창 밖으로 펼쳐진 겨울모습을 보면서 간다.

오송을 지나고 대전을 지나고...

대전을 지나가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kTX 매거진을 보고

집에서 가지고 온 중국 임어당의 "중국, 중국인"을 읽는다.

신경주역에 도착

버스터미널 앞에서 51번 신한은행 네거리행 시내버스를 타고 경주시내로 나간다.

고속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시외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깜빡하고 시내 방향으로 간다.

내 기억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시내 방향에 있는 줄 알았다.

서라벌 네거리에서 경주역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이정표만 보고 무심코 삼릉 방향으로 걷다보니,

이 길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겠다는 것은

늦게서야 깨닫는다.

옆에는 빈 논 뒤로 우뚝한 많은 송전탑을 이고있는 벽도산이 보이고...

다시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삼릉으로 간다.

이번에 경주로 여행을 오면서 내 나름대로 몇개의 원칙을 세웠다.

첫째 철저히 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것

둘째 한옥이나 초가찻집만 사진기에 담을 것

셋째 지난 1박2일 경주, 부산여행 시 다녀온 곳을 배제할 것

그런 원칙에 따라 내 마음 속의 숲, 계림도 가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여행 시작부터 첫번째 원칙을 어긴다.

다행히 택시비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6천원)

택시에서 내려 가까운 식당, 시골여행에서 이른 점심으로

매생이  칼국수를 먹는다.

점심을 먹고 그 앞의 삼릉으로 간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마구 자라고 있는 소나무숲

괴기스러운 모습에 신령스럽다.

삼릉의 소나무숲은 사진으로만 보았지

이렇게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많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지

이른 새벽 안개가 끼어있을 때의 삼릉 소나무숲은

한폭의 수묵화이다.

부산에서 오신 사진작가 한 분이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고 계신다.

소나무숲에 둘러쌓인 삼릉도 보기 좋다.

왕릉으로 보이기보다는

소나무숲에 포근히 내려앉은 자연의 일부로 보인다.

죽음조차도, 주검조차도 자연의 일부로 환원된 모습

하긴 죽음조차도 자연의 일부이다.

 

 

 삼릉을 지나 남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소나무 가지 아래의 편안한 테크길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편하다.

편한 마음으로 산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산의 많은 문화유적들이 보인다.

많은 불상과 바위 위에 그려진 불상들...

말로만 듣던 통일신라시대 불교 유적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산으로 오른다.

앞에 안내판에 불교 유적들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게 잘 적혀져 있어

천천히 읽으면서 간다.

불교국가, 통일신라시대 사람들

그들은 불국토를 만들기 위해

불국사를 짓고, 남산에 많은 탑과 불상들을 모시고...

더 나아가서는 팔공산으로, 지리산으로, 금강산으로...

전국토를 불국토로 만든다.

현대에 와서도 외지인 깊고 깊은 산 속에

절을 짓고, 마애불을 모시고...

불심 깊었던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이 그려진다.

통일신라시대 불교는 단순한 국교 이상의 의미를 가졌을 것 같다.

 

 

 외국인 부부와 아이가 함께 산에 오르는 모습을 뒤로하고

상선암으로 간다.

암벽 아래의 조그만 암자

건물이 좀 작고 왜소해 보인다.

옆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연기 속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아주 오래간만에 마셔보는 밥 짓는 냄새

작은 암자의 사람 사는 냄새

한참동안 그런 모습을, 냄새를 맡는다.

 

 

 상선암을 지나 전망 바위 앞에 선다.

앞으로 경주시내가 넓게 펼쳐져 보인다.

아주 오래 전에 한여름에 남산을 오른 적이 있다.

그 때 남산에 올라와 경주 시가지를 바라보면서

내 나름대로 경주가 신라와 통일신라시대

천년수도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본 적이 있었다.

경주 주변의 높지는 않지만, 겹겹이 쌓인 산의 봉우리들

그 안의 분지에는 강이 흐르고...

강의 물이 적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저수지를 쌓고...

강과 저수지 사이의 드넓은 논들...

천년수도가 될 수 있었던 경주의 지리적 조건

 

 전망바위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계신다.

지금 경주의 인구는 26만

통일신라시대 서라벌의 인구는 추정 80만에서 100만

그 당시 세계에서 이 정도의 인구를 가진 도시는 10개가 채 못 되었다는 말씀

그래 맞어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무역로,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경주였던 이유는 단순한 지리적 위치에 따른 것은 아닐 것이다.

통일신라가, 경주가 보잘 것 없었다면

아라비아 상인들이 당나라의 서안에서 굳이 경주까지 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인구 만큼 재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심지어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마을을 이루어서 살았던 통일신라시대 서라벌

또 하나

통일신라시대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역사

그것은 현재 남은 통일신라시대의 유적만으로는 그 설명이 부족하다.

금관이며, 불국사며, 에밀레종, 금동반가사유상처럼

아주 훌룡한 문화유산들도 자랑거리이기는 하겠지만,

통일신라시대의 위대성은 그 당시 세계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성, 개방성

인도에서 온 걸승에게 임금님이 친히 절을 지어주시고(표충사)...

많은 어린 학생들이 당나라로 유학을 가고(의상, 최치원, 고선지)...

당나라에서 높은 관직을 얻고...

스님들이 머언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가고(혜초와 왕오천축국전)...

그런 통일신라시대의 개방성, 세계화

거기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위대함을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망바위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금오봉 468m에 선다.

삼릉에서 금오봉까지는 일반등산로인지 등산객들이 많다.

금오봉에서 용장사지 방향으로 내려간다.

 

 

 긴 내림길을 거쳐 용장사지 삼층석탑 앞에 선다.

남산을 기단으로 우뚝하게 세워진 용장사지 삼층석탑

그 늠름한 모습에 한눈에 반한다.

앞으로는 고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겹겹이 쌓여있고...

멋진 전망 앞에 기죽지 않고 서 있는 자태.

역시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은 탑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분황사지 석탑, 감은사지 석탑...

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한참을 쳐다본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길을 우회하여 내려가니,

이번에는 높다란 대나무숲이 반긴다.

남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닌데,

의외로 볼 것들이 많은 산이었다.

소나무숲과 통일신라시대 불교유적들, 전망과 대나무까지...

작디 작은 이야기들이 많은 경주 남산

 

 대나무숲을 지나

계곡을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용장골

골이 지루하게 길다.

한참을 길 따라 내려간다.

설잠교를 건너고...

조선시대 매월당 김시습을 기리는 다리라고 한다.

매월당이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쓰셨다고 한다.

금오봉 때문에 금오신화라는 이름이 나온 것 같다.

 

 

 길고 긴, 그래서 지루했던 용장골을 내려와

주차장 앞에 선다.

주차장 뒤로 보이는 남산

언젠가는 금오봉과 고위봉을 길게 종주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주차장 안쪽에는 금오신화라는 카페가 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원래 한옥찻집이 아니면 들어가지 안 을려고 했는데,

산에 내려와 커피가 마시고 싶어

그런 원칙은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냉커피를 마신다.

그리 넓지 않은 카페에는 작은 화분들이 가득하다.

화원 같은 카페

사장님은 옆에 선인장 온실도 있다면서

거기도 구경하라고 말씀을 하셔서

커피를 마시고 나와 선인장 온실도 들러본다.

 

 카페를 나와 배양골 버스정류장에서 경주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날은 금방 어두워지고...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와

주머니 속의 장갑을 꺼내 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