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산을 내려와 배양골 버스정류장에서 506번 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타고
경주 시외버스터미널로 와
터미널 뒷편의 골목에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고
여관 골목 안의 여관에 들어가서 씻고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난다.
다섯시 오십분
케이블 TV에서 영화 "도둑들" 후반부를 본다.
전에 전반부는 보았기에 누워서 "도둑들" 후반부를 본다.
영화 내용도 재미있고, 구성도 짜임새가 있고
김윤석님, 김혜수님, 이정재님, 전지현님, 오달수님
명품 연기자들의 명품연기
잘 만든 영화인데, 영화 후반부에 홍콩 느와르 같은 액션씬은 좀 지나친 것 같다.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으로 액션 부분을 오버한 느낌
하여튼 영화 "도둑들"을 보고
다음에는 KBS 영상앨범 산을 본다.
이번 산행지는 괴산 산막이길과 칠보산
두 부부가 함께 산을 오른다.
유방암 수술을 마친 부인
그 부인에게 산은 또 다른 장벽이 아니라
인생 후반부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산막이는 임진왜란 당시 피난을 온 사람들이 산에 막혀 더 이상 갈 수가 없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고
산막이길 위의 등잔봉은 과거를 보러 간 아들의 장원 급제를 위해
어머니가 100일 동안 이 봉우리에서 등잔에 불을 켜고 백일 기도를 드렸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각 지명마다 남다른 내력들이 깃들어 있는데,
그런 사실들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KBS 영상앨범 산을 보고 씻고 여관을 나온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양동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려 양동마을 입구로 가는 212번 근계행 시내버스에 오른다.
나를 태운 버스는 경주 시가지를 지나
황성공원 앞을 지나 양동마을을 향해 달려 나가고...
얕은 산줄기와 넓은 논들을 바라보면서
경기도 파주 금촌에서 임진각으로 가는 길이 겹쳐진다.
버스는 경주에서 포항으로 흘러가는 형산강을 건너
안강을 향해 달리다가 중간의 양동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나를 내려준다.
버스정류장에는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다.
썰렁한 분위기
양동마을 표지판을 따라 양동마을로 걸어간다.
길 옆으로 포항으로 가는 기차 선로가 놓여있고...
길 따라 걷다보니 양동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양동마을
내가 경주를 많이 왔슴에도
경주의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은 몰랐다.
경주 시내의 많고 많은 통일신라시대 유적지들에 빠져
그 이상의 조선의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가보고 싶어했던 양동마을
안동의 하회 마을처럼 기와와 초가집이 함께하는 마을이었다.
입구에는 기와집 형태의 양동 초등학교가 있고
운동장 옆에 키 큰 메타쉐콰이어가 반겨준다.
담장을 따라 심어진 나무
키 큰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멋진 그림을 그려준다.
매표소를 지나 문화원 안으로 들어간다.
양동마을에 대한 설명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조선시대에는 양반도 초가집에서 사는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와와 초가가 양반과 상민을 가르는 척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하긴 돈 많은 만석꾼은 기와집에서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
문화원을 나와 본격적인 양동마을 탐방에 들어간다.
하회마을처럼 평지를 이룬 곳이 아니라
설창산과 성주봉 사이에 기대어 이룬 마을이라
오르고 내리는 길이 많고...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조금은 힘든 탐방길이다.
안락정을 구경하고 길 따라 위로 올라간다.
왼편으로 언덕 위에 초가와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정다워보인다.
전통이 살아 쉼쉬는 향토마을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분위기이다.
몇개의 고택을 지나 서백당에 이른다.
서백당은 양동마을에서 중심 같은 곳이다.
경주 손씨의 큰 종가로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오신 양민공 손소 선생님께서
1459년에 지은 집이다.
또한 아들 손중돈 선생님과 외손인 이언적 선생님이 태어나신 유서깊은 집이다.
집 마당에는 이 집의 역사를 알려주는 500년 이상된 향나무가 우람하게 버티고 있다.
언덕길을 내려와 오래된 돌담길을 따라 골목길을 오르면
서당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선생님이 서당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신다.
서당은 서당의 훈장님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마을에서도 제일 높은 곳에 서당을 세운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무엇보다도 학문을 숭상하고 우러러보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그려진다.
인문주의, 조선의 모습
작년에 안동 하회마을에 갔을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고택 마다 이름이 있고, 각 건물 마다 현판이 걸려 있는 모습들
그 이름에도 저마다의 높고 깊은 뜻이 새겨져 있는 모습
그런 모습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은 인문주의자들이고,
그런 인문주의자들이 모여 마을을 꾸미다보니,
마을 전체가 인문적인 향기로 쌓여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쉽다면, 그 인문에 기술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안타까움
기술이 포함되었다면 우리 조선의 역사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하는 상상들...
마을을 오르고 내리느라 몸이 지쳐간다.
그러고 보니, 아침 일찍 이곳에 올려고 아침도 걸렸다.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드니, 급 배고파진다.
마을에는 그 흔한 매점도 보이지 않고...
다시 마을 아래로 내려가 오동나무 식당에 들어가
아침겸 점심으로 정식을 시켜 먹는다.
산골집에서 먹는 상차림
소박한 상차림
배가 고픔에도 맛은 그저 별로였다.
밥을 먹고 초가 찻집을 찾아봐야하는데,
힘들어 그냥 포기하고 마을을 내려온다.
양동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옥산서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시간이 한시간 이상 남아있어
그 시간 동안 푹 쉰다.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옥산서원에 가지 못하면
한동안 옥산서원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기로 그 시간을 버텨 나간다.
시간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집에서 가지고 온 중국의 임어당님의 "중국, 중국인"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결국 내가 이기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203번 옥산서원행 시내버스가 다가온다.
나를 태운 버스는 다시 형상강을 건너 안강읍을 지나간다.
나도 안강에 대해 들어는 보았지만,
이렇게 큰 읍내인 줄은 처음 알았다.
도로 옆의 상가지대도 복잡하고
다리 건너 어래산 밑에는 아파트가 많아
웬만한 시지역으로 보인다.
또 하나 안강 앞의 넓다란 논들
안동 하회마을 앞의 풍산들녘 보다 더 넓어 보인다.
이런 넓은 들녘을 바탕으로
양동마을이. 옥산서원이 생겼다는 생각
버스는 안강읍을 거쳐 옥산1,2리를 거슬러 옥산서원 앞 버스정류장에 선다.
예전에는 양동마을도, 옥산서원도 알지도 못했는데,
이런 곳을 오게 되어서 기쁘다.
기쁜 마음에 옥산서원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길 아래로 시냇물이 흐리고...
그 주변으로 나무들이 무성하다.
깊은 산중에 온 느낌
지금보다는 한여름에 오면 시원할 것 같은 느낌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맘에 든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입구의 높다란 감나무에는 아직도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내가 꾸물거리는 바람에 늦게 와서
경주에서 단풍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나무에 매달린 감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옆에 사진을 찍는 아주머니와 함께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열심히 사진기에 담는다.
웬 횡재... 하는 마음으로...
옥산서원 옆에는 모과나무 한 그루에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이번에는 모과나무의 모과를 열심히 내 사진기에 담는다.
못생긴 모과, 그래도 향은 일품이다.
옥산서원 안으로 들어간다.
서원 안에 사람들이 없어 적막한 느낌
좀 쓸쓸한 분위기이다.
건물들 사이의 공간이 좁아 휑한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하는데,
계절이 가을을 넘어 겨울이어서 그런지
작은 공간마저도 공허해 보인다.
옥산서원... 회재 이언적 선생님을 모신 서원
경주는 통일신라시대 불교유적들만 많은 곳이 아니다.
조선 성리학의 높은 고봉이셨던 회재 이언적 선생님이 태어나시고 사신 곳
그래서 조선시대부터 양반마을로 이름이 높았다.
영주의 안향 선생님, 안동의 퇴계 선생님, 밀양의 김종직 선생님, 함양의 정여창 선생님
경주는 양반마을로 알아주는 곳이다.
그래서 경주의 유림들은 그 자존심이 높다고 한다.
또한 경주는 통일신라와 조선을, 불교와 유교를 함께 아우르는
유서깊은 곳이고...
옥산서원은 안동의 도산서원처럼 유생들이 공부하는 그런 이미지보다는
시골로 낙향한 선비들이 자연과 함께 노후를 보내는 그런 분위기이다.
공부보다는 안빈낙도를, 유교보다는 자연이나 도교에 가까운 분위기
그 만큼 주변의 풍경이 자연스러워서 그런 것 같다.
서원 앞으로는 냇물이 졸졸 흐르고...
주변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버티고 있고...
뒤로 어래산 마저 위압적이기보다는 포근한 분위기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이언적 선생님이 그려진다.
제자들에게도 공부는 책 속에만 있지 않고
흐르는 냇물소리에도, 산 아래 내려오는 바람에게도 들어 있다고 말씀을 하실 것 같은...
서원보다는 주변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긴다.
산 속에, 자연 속에 내려앉은 옥산서원의 모습
옥산서원을 나와 독락당을 찾아 길을 오른다.
어래산과 도덕산, 자옥산이 감싸안은 곳
그럼에도 마을이 답답하지 않고 뭔가 포근해 보인다.
밝은 분위기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길을 오르고...
이언적 선생님이 말년을 보내셨다는 독락당은 입구부터 공사중이다.
독락당도 건물보다는 주변의 시냇물과 주변 풍경이 더 보기 좋다.
그 시냇물을 보기 위하여 아래에 일부러 창을 달았다는 독락당
이름처럼 혼자 있어도 고독하지 않은 집이다.
행복했던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마치고
독락당 입구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경주시내로 나아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한분이 산에서 내려와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오신다.
어느 산을 다녀오셨느냐고 물으니까 어래산 572m을 다녀오셨다고 말씀을 하신다.
내가 산이 생각보다 부드러울 것 같다고 하니까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뛰신다.
나도 언젠가는 어래산에 오르고 싶다.
203번 터미널행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버스를 타고 경주시내로 나아간다.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정말 좋은 곳인데,
경주 시내에서 먼거리에 있어 그게 흠이다.
버스도 많지 않고...
하여튼 교통도 안 좋은 곳을 다녀와서 뭔가 뿌듯하다.
경주에서 조선으로 떠나는 여행지,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독락당
버스는 시내로 접어들고 황성공원 앞을 지나가기에
시립도서관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황성공원은 이름은 들어보았어도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 전에 울산에 사시는 들국화님의 사진을 통해
공원에 나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언젠가 시간이 나면 가봐야지 맘을 먹은 적이 있다.
경주 시립도서관 맞은편의 공원
산책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겨울이라 나무들이 빈약해 보인다.
계단길을 따라 얕으막한 봉우리에 오르니
김유신 장군님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고
경주 시내가 넓게 펼쳐져 보인다.
시내 전망을 사진 찍기에는 좋은 곳이다.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오니...
넓은 풀밭 위에 나무들이 빽빽이 심어져 있다.
잎을 다 떨군 겨울에도 나무숲이 장관이다.
그 옆으로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있고...
여기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겨울이 아니라 한여름에 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내 마음 속의 숲, 계림 만큼 멋진 곳이다.
좋은 숲이 많은 경주의 모습
솔숲 안으로 들어가 돌아다니고...
경주의 좋은 숲을 알게 되어서 기쁘고 또 기쁘고...
앞으로도 경주에는 자주자주 찾아올 것 같은 예감
한참을 사진을 찍고...
이번에는 이곳에서 가깝다는 경주읍성을 찾아간다.
주변의 할아버지에게 물어물어 경주읍성 방향을 찾고...
북천 위의 좁은 다리를 건너 골목길을 통해
경주읍성을 찾아간다.
겨울의 짧은 해는 이미 기울기 시작했다.
서둘러 경주읍성에 도착하고...
내가 잘못 찾아왔는지 경주읍성은 복원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조금은 방치되어 있다.
긴 성벽 위의 나무들이 한두개씩 자라나고...
성벽 끝에서부터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풍경을 만난 느낌이 든다.
오히려 복원되지 않은 예전의 성벽의 모습들이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
해질녘의 경주읍성의 모습
이제는 서울로 가는 기차시간이 가까워졌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이제는 그런 미련을 버리고 신경주역으로 가야한다.
골목을 나와 큰 도로를 따라 우리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신경주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내가 조바심을 쳐서 그런지 버스는 쉽게 오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가야하나 그런 걱정 속에
신경주역으로 가는 70번 신경주역행 시내버스가 다가온다.
1박2일 경주여행
내가 이제까지 다니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잘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첫날은 남산에서 통일신라시대의 불교유적을 공부하는 시간들이었고
둘쨋날은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에서 조선시대의 인문주의에 대해 공부하는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다음에는 2박3일 일정으로 경주에 와서
천천히 쉬면서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을 돌아다니고 싶다.
감은사지 삼층석탑, 이견대, 문무왕릉, 봉포해수욕장
경주시내의 왕릉, 오릉, 포석정,
황성공원
무궁무진 볼거리가, 이야기 거리가 많은 경주여행
다음 경주여행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박5일 중국 상해, 소주 가족여행기... 셋쨋날(12.26) (0) | 2016.01.06 |
---|---|
4박5일 중국 상해, 소주 가족여행기... 둘쨋날(12.25) (0) | 2016.01.02 |
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 남산 산행기(11.28) (0) | 2015.12.06 |
2박3일 정선, 태백여행기... 셋쨋날... 태백 황지와 상장동 이야기마을(10.11) (0) | 2015.10.17 |
2박3일 정선, 태백여행기... 둘쨋날... 함백산과 정암사(10.10) (0) | 2015.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