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나들이

자작나무1 2016. 9. 4. 16:40

 9월의 첫번째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김밥을 오븐렌지에 데워먹고 집을 나온다.

밖의 날씨는 약간 쌀쌀하다.

신도림역에서 나를 기다리는 형을 만나고...

인천행 지하철을 타고 부평역으로 간다.

전철 안에서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비 한번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었다는 이야기

내가 몇일 전에 썼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에 대한 감상평

사람이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 영혼이라는 것이 남아있다는 이야기

그날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나를 뒤쫓아오셨을 것이라고...

아버지가 내가 너무 보고싶어서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셨을 것이라는 말씀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행동을 똑바로 해야한다는 말씀

누군가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씀

형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평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고

센트럴파크역에서 내린다.

역을 빠져나오니,

인천 송도 신도시의 상징건물, 트라이볼이 반겨준다.

동대문 DDP처럼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트라이볼을 사진 찍는다.

 

 트라이볼을 지나쳐 다리를 건너 G타워 전망대를 찾아간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쉽게 찾아간다.

로비의 안내원의 설명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G타워 전망대로 올라간다.

G타워 33층, 전망대

 

 

 G타워 전망대는 내 예상과는 달리 무료이다.

또한 G타워 전망대에서는 인천 송도신도시가 잘 보인다.

밑의 센트럴파크, 빌딩과 아파트촌, 인천대교를 중심으로 한 인천 앞바다가 잘 보인다.

전망대를 한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는다.

센트럴파크는 몇년전 겨울에 인천의 꽃구름님의 사진을 따라 한번 와본 적이 있었는데,

센트럴파크에 전망대가 생겼다고 해서 일부러 또 찾아온 것이다.

 

 전망대 안에는 인천에 대한 이런저런 그림들과 모형, 설명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이 그림과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인천의 성냥 공장, 조선인촌주식회사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 공장

내가 스무살 때 친구들이랑 풀밭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그 때 소양강 처녀와 인천의 성냥 공장이라는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르곤했다.

나의 스무살을 떠올리게 하는 인천의 성냥 공장

그렇게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도 성냥 공장의 이름은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추억이 많이 깃든 성냥 공장이다.

 

 33층의 G타워 전망대를 내려오고

2층의 카페가 보여 커피를 마시러 간다.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나 고급적이라

커피값이 호텔처럼 비싼 것이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면서 올라갔는데,

커피값은 걱정과는 달리 비싸지 않았다.

입구의 고급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카페 내부는 북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책들이 어지러이 놓여있어 헌책방에 온 느낌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의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어떤 곳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카페 사진을 찍는데,

여러 책 사이로

그리스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두툼한 책이 보인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다룬 역사책

서양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

그 두꺼운 책을 사진 찍으면서

언젠가는 배낭에 이 책을 집어넣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녔으면 하는...

야무진 생각을 가져본다.

 

 카페를 나와 본격적인 센트럴파크 공원 탐방에 나선다.

선선한 날씨에 주변도 잘 보여 사진 찍기에도 좋은 날이다.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다.

수로를 따라 걷고...

세아이와 강아지가 오줌을 싸는 재미있는 동상도 지나고...

새로 생긴 한옥마을에도 가본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한옥마을이 없었다.

호텔과 식당과 카페로 이루어진 한옥마을

새로 지은 한옥들이 보기 좋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한옥이 보기 좋고...

한옥마을을 보면서 경주 대릉원 주변의 한옥마을이 떠올라지고...

형한테 다음달에는 또 경주에 다녀오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점심을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기는 했지만,

형한테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형한테 이야기를 한다.

보통 형과 돌아다닐 때에는

밥값은 형이, 커피값은 내가 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형이 나보다 돈을 많이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대해 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이곳에 오면서 오늘은 제대로 된 식당에서 밥값을 내가 내야지 마음 먹고 있었다.

한옥으로 지어진 식당, 한양에 들어가 한우양념불고기 정식을 먹는다.

한옥에서의 근사한 점심식사

여느 식당에서 불고기는 너무 달아서 피하는 음식 중의 하나인데

이 식당은 다행히 불고기도 달지 않고 부드럽다.

불고기 국물에 밥을 말아 두 그릇을 먹는다.

 

 점심을 해결하고 건너편의 한옥카페 Hollys Coffee에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형한테 돈이 많고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도

우리처럼 이렇게 돌아다닐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돈과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매주 돌아다닐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냐고...

창 밖으로 보이는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수로 위의 배를 타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보이는 시간, 시간들...

그런 행복에 푹 빠져 냉커피를 마신다.

 

 카페를 나와 다시 산책을 나선다.

수로 위에 조그만  배 위에

젊은 엄마, 아빠, 아이가 앉아있다.

형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뜬금없이 수수께끼를 낸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내가 둘이라고 대답을 하니까

형은 앞에 보라고 둘이 아니라 셋이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형다운 수수께끼

수의 세계에서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당연히 둘이겠지만,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될 수도 있고

셋이 될 수도 있고, 넷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

수와는 다른 인간사의 덧셈법

 

 배를 타는 곳을 반환점으로 해서

또 다시 산책길을 걷는다.

강 옆으로 산책로를 따르다가

형의 제의에 따라 언덕길로 올라선다.

공원이 좀 더 넓게 보이고...

걷다가 다리가 보여 다리 위에 올라가

수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원을 사진 찍는다.

넓게 펼쳐진 풍경들...

이런 모습들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작년에 다녀온 중국 상해의 치바오 수향마을과 소주 평강로의 수로들이 떠올라진다.

좁은 수로 위로 작은 나룻배가 돌아다니고...

늘어진 수양버들 뒤로는 집들과 골목이 빽빽하게 늘어선 풍경들

조금은 어수선하면서도 평화롭고 고즈넉했던 풍경들...

지난 중국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 중의 하나이었다.

수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풍경들...

 

 다시 언덕길을 따라 걸으니까

나무 아래 맥문동의 보라빛꽃이 활짝 피어있다.

나무 아래에서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져 있다.

너무 이뻐 보여 내 사진기에 담고...

사진을 찍으면서 센트럴파크 공원은 사진 찍을 것들이

의외로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사슴농장

전에 왔을 때에는 겨울이라 그랬는지

사슴농장에 사슴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사슴농장도 넓어졌고 사슴들도 많아진 것 같다.

사슴을 보자 제일 먼저 꽃사슴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사슴이 예쁘다.

꽃같이 예쁜 사슴

어린 사슴들이 어미를 쫓아 돌아다니는 모습들

센트럴공원에서 만난 목가적인 분위기

 

 사슴농장을 지나고 이제는 거의 센트럴파크를 한바퀴 돌았다.

높다란 세계탈조각상을 지나고

센트럴파크역으로 갈려고 하는데,

수로 위로 유람선이 지나간다.

이국적인 공원답게 배도 이국적으로 이쁘다.

조금은 고전적인 모습의 배

센트럴파크 공원에 어울리는 배이다.

아침에 G타워를 가기 위해 건넜던 다리를 건너

센트럴파크역으로 간다.

센트럴파크를 다 돌아다니고나서 든 생각 하나

원래 이 공원의 이름은 중앙공원이다.

굳이 영어로 센트럴파크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는데,

공원이 이국적으로 잘 꾸며져 있어서

중앙공원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이름보다는

센트럴파크라는 버터냄새가 나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늘 하루

형과 나는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행복한 나들이

부평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오늘 하루가 행복한 나들이길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내 인생길도 이렇게 행복한 나들이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과 함께 천상병님의 "귀천"이라는 시가 떠올라진다.

나의 남은 인생길이 행복한 소풍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천상병님의 "귀천"이라는 시에 얹어본다.

 

 

   귀천

                    천 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