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의 부재
술에 취해
밤 늦게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자다가 일어나셔서
이 더위에
술 쳐먹고 다니느라고 잔소리를 할 것 같은데,
그런 엄마가 계시지 않는다.
집에
혼자 있으면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내 이름을 부를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김현님의 "행복한 책읽기"
그 책에는
지은이가
자다가 깨어나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으시는 모습이 있다.
그 글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엄마의 부재
앞의 거대한 담장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의 모습
갈 곳 잃은 나의 모습
엄마
어제는 학교 앞 엄마손 식당에서
정보안관님, 편선생님, 실장님, 병도, 영식이, 홍선생님하고
김치 볶음밥에 소주를 마셨다.
어제 그렇게 많이 마신 것 같이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30분만 더
10분만 더
그렇게 누워있다가 일어나
씻고, 모닝빵에 치즈를 넣어 우유랑 먹고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종로3가역으로...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을 하여 삼송역으로 간다.
가을이라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삼송역에서 053번 상곡동(푸른마을)행 마을버스를 타고
하늘문 추모공원으로 간다.
하늘문 추모공원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셔져 있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의식처럼 하늘문 추모공원을 다닌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잊지 않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노력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년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때보다는 아버지, 어머니 생각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일상 중에 문득 문득 어머니, 아버지가 떠올려지고
내 마음 어딘가에 부모님들에 대한 그리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들...
몇일 전에는 술에 만땅 취해 집으로 돌아가면서
내가 찾아가는 그 집에는 부모님들이 없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나올려고 했었다.
오래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도
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늘문 추모공원에 도착
공원으로 올라와 흡연구역에서 담배 2대를 피우고...
전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저녁 무렵 병원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가
담배 냄새가 난다고 네 오빠가 왔다고
내 동생한테 이야기 했다는 것이 떠올라졌다.
실제로 아버지 말씀 이후 바로 내가 병실에 들어 갔었다.
2층의 추모실에서 의자에 앉아
아버지, 어머니 사진들을 본다.
가족들 사진
한 때 행복했던 우리 가족들
작은 집 식구들도 함께했다.
어머니, 아버지, 작은 아버지, 작은 엄마
내 동생, 방이, 옥이
우리 가족들의 행복한 한 때
우리도 몇년 전에는 그런 행복 속에 있었는데...
그 때는 이게 행복인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뷔페 음식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들
그 사진들을 한참 쳐다보며서 괜시리 슬퍼진다.
앞의 창 밖으로 키 큰 소나무와 잣나무가 보이고...
전에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시고
한 나무는 아버지이고, 한 나무는 나라고 말씀을 하셨었다.
아버지, 어머니 나무
추모공원을 나온다.
앞의 산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아래의 버스 종점에서 053번 삼송역6번출구행 마을버스를 타고
고양동 시장으로 간다.
고양동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가까운 식당, 미소야에서 로스가츠를 먹고,
식당 앞의 카페 GRADE COFFEE에서 커피를 마신다.
서울이 아닌 외곽지역이라 커피값이 싸다.
2천원, 착한 가격
카페를 나와 골목길을 따라 중남미 문화원으로 간다.
가는 길 옆의 벽제관
조선시대 중국에서 사신들이 한양으로 오면,
이 곳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의관을 정비했다고 한다.
텅 빈 벽제관을 보면서
나는 작년에 읽었던 하멜 표류기의 한 대목이 떠올라졌다.
하멜 일행 중에 몇 사람들이
중국 사신들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렸다가
중국 사신이 나타나자 앞으로 나와
자신들이 조선에 억류되어 있다고 말을 하였다.
쇄국정책을 추진하던 조선에서
청에 알리지도 않고 몰래 외국인들을 억류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당시 큰 외교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뇌물의 힘으로써
그 어려움을 피해 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한 토막
골목길을 따라 중남미 문화원을 찾아간다.
전에 한번 갔던 길이라 쉽게 찾을 수 있을 수 알았는데,
자꾸 길이 어긋나는 것 같아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중남미 문화원을 찾아간다.
중남미 문화원 옆의 고양 향교
향교 위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향교가 나무 아래에 있는 것 같다.
입구의 홍살문
작은 향교
향교 뒷편으로 오래된 나무들도 보인다.
향교를 한바퀴 둘러보고
중남미 문화원으로 들어간다.
전에 왔을 때 나무들이 좋아
가을 단풍 시에 오면 좋을 것 같아
이번에 찾아온 것인데,
내 예상과는 달리 단풍이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아쉬움
작년 가을에도 행정실 사람들에게
이 곳이 좋다고 우겨
이 곳으로 연수를 왔었던 적이 있다.
나에게는 세번째 방문
박물관을 둘러보고 그 다음에는 그 옆의 미술관을 둘러본다.
정원의 나무들과 그 아래 남미풍의 조각품들
전에도 그 조각품들을 보면서
남미는 인종적으로 아시아에 가까운데,
문화적으로는 아프리카와 비슷하다는 느낌들
열정적인 모습의 남미 여인상
동물 조각품들
미술관의 그림들도 원색을 사용해 강해 보인다.
박물관 내의 카페 TACO에 들어가 이번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매번 이 카페에 올 때 마다 멕시코 전통음식 타코를 사 먹었는데,
이번에는 좀전에 점심을 먹어
배불려서 사 먹지 않는다.
무성한 나무들
나무 아래의 파라솔들
정말 단풍이 한창일 때 오면 참 좋은 곳인데...
하는 아쉬움이 또 다시 든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단풍잎들
원형 극장 위로는 토기로 만든 벽화가 있다.
벽화 주변에는 밤나무들이 많아
지난 가을 행정실 연수 시에는
영식이가 밤나무를 발로 차 밤을 땄다.
토기 벽화 아래의 조그만 교회
교회가 엄숙하게 지어져 있다.
안에 들어가니, 성가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야외 음악당 주변에도 예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내가 맨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그 날이 멕시코 독립기념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카페 앞 공터에서 기념식 행사를 열고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누군가의 진행 아래
행사가 진행되고, 행사 이후에는 멕시코의 국가를 경건하게 부르고
마지막에는 비바 멕시코를 외치던 모습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의 유학생, 이민자들도
3.1절이나 광복절에 외국에서 이런 행사를 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고국을 기리는 행사
너무나 엄숙한 분위기라 행사라기보다는 어떤 의식으로 보였다.
멕시코인들의 결연한 의지가 보이던 의식
중남미 문화원을 나와 골목길을 지나
고양시장 버스정류장에서 053번 삼송역6번출구행 마을버스를 타고
벽제역으로 간다.
오늘 여행의 핵심은 053번 마을버스이다.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고양여행
벽제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육교를 지나 벽제역으로 간다.
솔직히 하늘문 추모공원을 다니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벽제역은 폐허, 방치 상태라
별로 찾아가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번에 향기 별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이곳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핫한 사진명소이고
터널에서 찍은 사진들이 멋져
나도 당일치기 고양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
벽제역을 지나 많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
터널을 찾아간다.
방객현 터널
젊은 연인들이 많은 곳
사진기 앞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어두운 터널이라
실루엣으로 보이고...
멋진 곳
요즘 젊은이들은 버려진 터널에서도
그들만의 즐거움들을 잘도 찾아낸다.
터널 앞으로는 멀리 북한산 연봉들이 보이고...
나도 뒤에서 한참을 줄서서 기다리고
터널과 그 뒤의 북한산을 내 사진기에 담는다.
터널을 나와 그 앞의 아직 베지 않은 벼도 내 사진기에 담는다.
터널을 나와 도로를 건너
아까 내렸던 벽제역 버스정류장에서
053번 삼송역6번출구행 마을버스를 타고
삼송역으로 간다.
삼송역에서 내려 고양종고를 찾아간다.
이 곳은 몇년 전에
어머니랑 내 동생이랑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둘렀던 곳이다.
양편으로 키다란 메타쉐콰이어 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곳
키 큰 나무들의 행렬들이 장관이다.
여기 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일 키 큰 메타쉐콰이어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학교에 다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들은 공부와 점수에 치여
그런 생각마저 할 여유가 없겠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불행
학교 정문에서 사진을 찍고
삼송역으로 간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11.10) (0) | 2018.11.17 |
---|---|
부암동 산책(둘, 11.3) (0) | 2018.11.04 |
1박2일 평창 진부 오대산 산행기(10. 7) (0) | 2018.10.09 |
당일치기 인천 여행기(9.29) (0) | 2018.10.03 |
1박2일 인천 덕적도 여행... 둘쨋날(9.26) (0) | 2018.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