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부암동 산책(둘, 11.3)

자작나무1 2018. 11. 4. 08:20

   별 헤는 밤

                       윤 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

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

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도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세탁기를 돌리고, 모닝빵에 치즈를 넣어 먹고...

빨래를 걷고, 빨래를 줄에 걸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다.

화분에 물까지 준 다움에 집을 나선다.

신도림역에서 종로3가역으로...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경복궁역으로 간다.

역을 올라와 경복궁역 버스정류장에서 1020번 정릉행 시내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위의 인왕산과 북악산에 단풍이 한창이다.

그래서 주변에 등산객들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많다.

가을 행락철

부암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에서 언덕길을 올라

라 카페 갤러리를 찾아간다.

 

 

 

 일년에 두번 순례처럼 찾아가는 곳

박노해님의 사진전을 구경하러 가는 길

라 카페 갤러리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후

전시장으로 가서 사진전을 본다.

 

 

 

 

 

 

 

 

 

 

 

 안녕, 그리고

지난번에 열렸던 사진전 중에서

사람들에게 호응이 많았던 사진들로 전시회가 꾸며져 있다.

또한 7년 동안의 사진전을 마치고

내년 2월달부터는 경복궁 옆으로 전시실을 옮긴다고 한다.

라 카페 갤러리에서의 마지막 전시회

노란 나뭇잎 뒷편의 집 한채,

앞의 마당에서는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내가 살고싶은 집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어깨를 활짝 펴고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웃들과 가족들과 함께

그 척박함을 이겨나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비록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의 사람들이지만,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일하는 모습마저도 삶의 성자처럼 보인다.

 

 "기쁨이 없고 노래가 없는 노동은 삶이 아니지요.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박노해님의 사진전의 주제를 정하라면

위의 두문장이 사진전의 주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삶과 노동과 감사가 함께하는 삶

 

 이제까지 내가 본 박노해님의 사진전

2014년  8월 볼리비아 사진전 "티티카카"

2014년 12월 페루 사진전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2015년  3월 알자지라 사진전 "태양 아래 그들처럼"

2015년  8월 인디아 사진전

2016년  4월 카슈미르 사진전 "카슈미르의 봄"

2016년  8월 인도네시아 사진전 "칼데라의 바람"

2017년  4월 쿠르디스탄

2017년  9월 라오스 사진전 "라오스의 아침"

2018년  3월 팔레스타인 사진전 "올리브 나무의 꿈"

 

 라 카페 갤러리를 나와

언덕길을 내려와 도로 건너편의 윤동주 문학관을 찾아간다.

 

 

 

 

 

 

 

 

 

 문학관 안에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

문학관을 나와 그 뒷편의 시인의 언덕에 오른다.

커다란 돌에 새겨진 윤동주님의 시, 서시

윤동주

그를 떠올리면 어두운 시대, 깜깜한 밤에

여리고 여린 감성의 소유자로 생각난다.

순수하고 맑고 여린 감성의 시인

암흑의 시대를 여린 불빛으로 비춰주는 별 하나

앞으로 북한산의 연봉들이 잘 보인다.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이 잘 보이는 부암동

언덕 위의 집들마다 나무들이 많아 여유롭게 보인다.

시인의 언덕을 내려와 부암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 옆을 지나친다.

가까운 식당, 부암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는다.

 

 

 

 이 식당에도 사람들이 많다.

부암동에 오면 꼭 들르는 식당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언덕길을 내려가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찾아간다.

미술관 앞에는 면세점이 있는지

한무리의 중국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입구의 카페, "커피 생각 날 때"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미술관 3층으로 올라가 표를 끊고 석파정으로 간다.

 

 

 

 

 

 

 

 

 

 

 

 

 

 대원군의 별장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작년 가을에 대비마마님과 향기 별님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곳

단풍이 이쁜, 서울에 숨겨진 정원

숨겨진 정원치고는 사람들이 많이도 오셨다.

이제는 많이 유명해진 것 같다.

계곡, 한옥집

한옥 앞의 우람한 소나무

커다란 소나무가 장관이다.

언덕길 주변의 단풍든 나무들

내 생각과는 달리 단풍은 한풀 꺽인 것 같다.

그럼에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단풍

언덕길을 오르면 광장이 나오고

그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커다란 바위마저도 장관이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대나무숲이 나오고...

숲 속 산책길이 된다.

붉은 단풍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지체가 되고...

단풍과 한옥의 기와가 한폭의 고운 그림을 그려준다.

넓은 풀밭 위에는 몇개의 석조물과 조각품이 있고,

저 멀리 북악산과 북한산이 멋들어지게 보인다.

사진 찍을 것이 많은 석파정

영화 "명당"

대원군 이야기

상갓집 개

뛰어난 지관에게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오는 터를 알게된다.

지관은 거기에 무덤을 쓰면 조선이 망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대원군은 천년고찰 가야사를 불태우고 그곳에 기필코 무덤을 쓴다.

그 영화를 보면서 대원군을 움직이게 한 힘은 야망이 아니라

그 당시, 권문세족, 안동 김씨에 대한 증오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아름다운 별당에서도 대원군은 편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석파정을 내려와 미술관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1020번 교보문고행 시내버스를 타고

경복궁 앞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