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늘 가까이 다가가는 길은
모두 산을 통해 나 있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한눈에도 차지않는
사람 사는 세상의 사소함에
크게 한번 웃고 싶어서이고
맑은 바람에 씻어 휘리릭 휘리릭
하늘로 날려보낼 몇마디 욕지기가 있어서 이고
뽑아버려야 할 묵은 피가 있기 때문이고
내려와 더 악착같이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를 다짐하고 싶어서이다.
산은 그렇게 그냥
거기있는 산이 아닌거고
살아서 의지가 되고 맞장구 쳐주는
이해심 많은 고마운 이웃이고
아직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고
산만한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한국의 산하 사이트에서 아프락시스님의 글을 모셔온 것입니다.
어제(6일)는 왕십리 레노스블랑쉬에서 영준이 형님 차남 결혼식에 다녀오고...
부리나케 집에 와서 배낭을 챙겨 청량리역에서
KTX 산천을 타고 진부역으로 왔다.
진부 공용버스정류장 앞 서림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호텔을 나와
진부 공용버스정류장 앞의 춘천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아침을 해결하고
버스정류장에서 8시 20분에 출발하는 상원사행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정시에 상원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상원사로 간다.
창 밖으로 키 큰 소나무와 전나무, 간간이 자작나무가 보이고...
들에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그런 모습들에 강원도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 든다.
월정사로 들어가는 길 옆의 키 큰 나무들
아침부터 나무구경에 정신을 잃는다.
월정사를 지나 어제 비가 내려서 더더욱 우렁차게 흘려가는 계곡물을 바라보면서
상원사 앞의 버스종점에서 내린다.
종점 앞의 관대걸이를 내 사진기에 담고...
세조가 이 곳에 왔을 때 옷을 걸어놓았다고 관대걸이라고 한다.
왕이 옷을 걸어놓은 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것이 후대에까지 전해지나 그런 생각이 뜬금없이 든다.
또한 이런 모습들에서 조선은...
왕의 나라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왕이 된 세조
주변의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신임을 잃은 세조는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꾸준한 이미지 메이킹을 벌인다.
문수동자와의 만남
문수동자가 자신의 피붓병을 고쳐주었다는 이야기
전국의 사찰과 온천을 돌아다니면서
불교를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을 한다.
관대걸이를 지나 상원사로 간다.
오대산 입구의 절, 상원사
마당에는 연등이 가지런히 매달려 있다.
유리벽에 갇혀있는 상원사 동종
그런 동종을 보면서
유홍준 교수님의 글이 또 다시 떠올라진다.
종은 때린 만큼 울린다는 글
유리벽에 갇힌 동종은 종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이야기
전에 상원사 동종이 예전에는 안동에 있었다고
금모래은모래님이 댓글로 전해준 것도 떠올라진다.
마당의 약수를 마시고 길을 따라 오대산 비로봉으로 간다.
오대산은 예전에 아는 형이랑 한번 올라갔던 적이 있다.
중간에 암자며, 적멸보궁이 있어서 그것들을 구경하면서 올랐던 오대산
길이 넓고 주변에 키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조금은 편안하게 오른다.
중대 사자암 입구부터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검은 돌로 이우어진 돌계단
돌에 구멍이 뚫려있어 제주도 현무암인가 그런 생각도 든다.
길 옆에 길게 늘어선 연등
거기에 어디선가 스님의 독경소리도 끊이지 않고 들린다.
암자로 가는 길
몇일 전에 케이블TV 인디필름에서 보았던 영화 "동승"도 떠올라진다.
조그만 절
노스님과 젊은 스님, 동자승 이야기
절의 중심을 잡는 노스님
포경수술을 하고 싶어하고,
포경수술을 할려고 밖에 나갔다가
여자를 만나 파계에 이르는 젊은 스님
자신을 떠난 어머니를 한없이 기다리는 동자승
절은 세상 밖에 있다고 이야기 하는데,
실제 세상 밖에 절이 있을 수 없다.
비탈진 산에 기대어 있는 중대 사자암
암자를 짓기에는 턱없이 불리한 지형에
순응하여 지어진 건물
그래서 1,2,3,4층 지붕 사이가 좁다.
그 지붕들 사이로 펼쳐지는 단풍세상
오대산은 어느새 단풍이 곱게 내려앉아 있었다.
중대 사자암을 지나 적멸보궁으로 간다.
적멸보궁 아래의 약수, 용안수
물이 시원하고 맛있다.
깊은 산속의 옹달샘
적멸보궁에서는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신자들이 기도를 드리고 절을 하고 계신다.
적멸보궁 이후에 산길이 드러난다.
산길을 따라 비로봉으로 오른다.
중간중간 단풍들이 보이고...
등산객들이 단풍 아래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시다.
보통 설악산의 단풍이 각양각색의 다양함으로
휘황찬란한 단풍의 향연을 펼친다면,
오대산은 그에 비해 은은한 단풍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오늘 보니, 주변의 단풍들이 노란색 위주라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물론 붉은 색의 단풍도 있기는 있지만,
주로 노란 색의 단풍이 주종을 이루고
붉은 색의 단풍은 포인트로 몇몇 보였다.
또 다시 이어지는 계단길
점점 다리에 기운이 빠져 오르다가 쉬고, 오르다가 쉬면서
산길을 오른다.
0.7Km, 0.4Km,0.2Km
이정표에 거리가 점점 좁아지기는 하지만,
0.2Km도 지금의 나에게는 먼거리였다.
힘들여, 힘들여 하면서 비로봉 1,563m에 도착한다.
비로봉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가을, 단풍철이라 전국에서 단체 산행객들이 많이도 오셨다.
부산, 대구, 대전, 원주 등등
아예 비로봉 표지석은 많은 사람들로 사진기에 담지도 못한다.
비로봉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가지고 온 사과 하나를 먹는다.
비로봉에서 남쪽은 잘 보였는데,
북쪽 설악산 구간은 구름들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비로봉을 지나 상왕봉으로 간다.
조금은 편한 능선길
그런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배낭에 집어넣었던 잠바를 꺼내 입는다.
부드러운 능선길
수피가 하얀 나무들
무슨 나무인지 이름이 궁금해진다.
어느 정도 걸으니, 주목군락지가 나온다.
크고 싱싱한 주목
이 곳의 주목은 태백산이나 함백산 주목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
길가의 크고 오래된 나무들
오대산에는 그런 나무들이 많았다.
상왕봉 1,491m 도착
이곳은 비로봉보다 사람들이 적어
상왕봉 표석 앞에서 다른 등산객의 도움으로 사진을 찍는다.
상왕봉을 지나 두로령 방향으로 간다.
좀전보다 경사가 심해 조심조심 내려간다.
오늘 오대산은 대체적으로
입구는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중간, 8부 능선까지는 단풍이 한창이고,
정상 부근은 이미 겨울산의 모습을 보이고 있엇다.
북대암으로 내려가는 길
그래, 오대산은 다섯 개의 암자가 있어서
오대산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를
어릴적에 고모에게서 들은 기억이 난다.
중대, 북대, 남대, 서대, 동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산을 내려간다.
북대암 입구의 임도길
산길이 아니라 임도길이라 조금은 편할 줄 알았는데,
임도길이 길고도 길어(4.5Km)
편한 길 대신 지루한 길로 바뀐다.
전에 태백산에 갔을 때에도
마지막에 지루한 임도길이 나와 옥의 티가 된 적도 있었다.
임도길을 하염없이 걸어 내려오면서
세번이나 길가에서 쉬었다 내려왔다.
사과와 약과와 캔커피를 마시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버스종점
입구의 찻집 "소풍가"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작은 민속품과 소품으로 꾸며진 찻집
그런데 안에 소님들이 많아
카페 사진은 찍지 않는다.
냉커피를 마시니까 살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찻집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진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4시 20분 차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 결국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시간을 더 기다려 5시 10분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진부 공용버스정류장으로 왔다.
전에 아는 형이랑 이번처럼 단풍철에 오대산에 왔었는데,
그 때에도 버스가 행사와 많은 차들로 막혀
두시간이나 늦게 온 적이 있었다.
진부 공용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가까운 식당, 부림식당에서 산채정식을 먹는다.
진부에는 이 집보다 부일식당이라고 유명한 식당이 있다.
그래서 진부에 오면 항상 부일식당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었는데,
오늘은 혼자이고 배도 고파서 눈에 띄는 부림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된장이 아닌 막장으로 끓인 검은 된장찌개
강원도 된장찌개
저녁을 먹고 택시를 타고 진부역으로 간다.
평창
다음에도 또 평창에 올 것이다.
그 때에는 이번에 놓친
선재길과 월정사,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돌아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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