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미덕을 내세우던 전쟁은 끝났으나, 이제 나는 새로운 전투를 시작해야한다. 그것은 죽음과의 싸움이 아니라 삶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죽음이 더 쉬운 길인지도 모른다. 전쟁을 치른 자가 어찌 신의 존재를 믿겠는가?"
"인간은 과연 전쟁에서 무엇을 얻는가? 전쟁은 나를 무엇으로 만들었나? 먹고 생존하려는 감각만이 괴이하게 큰 더듬이처럼 발달된 기형동물이 되어 정글을 헤매던 우리들은 과연 무엇이었나? 폭탄이라는 쇳덩이로 서로 갈기갈기 찢어 내버리는 인간이 다른 짐승을 죽여 아삭아삭 씹어먹는 동물의 세계보다 과연 얼마나 떳떳할까? 짐승은 아름답기라도 하다. 한 마리의 목표물을 쫓는 표범의 뚜렷한 목적의식과 달리는 말의 아름다운 몸과 치타의 율동과 물에 내려 앉는 새의 우아함과 고래의 웅장한 모습, 거기에 비하면 인간은 얼마나 초라하고 추하고 교활한 존재인가? 그 교활함의 극단적인 상징이 월남의 정글이다. 존엄성도 없고, 남성적이지도 못하고, 오직 비열하기만 한 싸움. 장쾌한 도전도 없고, 그저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씩 하나씩 죽이기만 하는 싸움. 이곳에서는 죽음조차도 모욕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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