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찾아서

이어령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중에서 창덕궁 후원 예찬...

자작나무1 2011. 6. 11. 09:22

 

일본의 평론가 요시무라가 한국의 비원을 보고 다음과 같은 인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 나는 서울의 비원을 보고 있다. 낮은 구릉에 신록의 잡목이 알맞게 무성했다. 나는 이 명원을 걸어 다니면서 뜰을 걷고 있음을 잊었다. 너무나도 구릉 그대로며 자연림 그대로다. 나에게는 정원 이전을 생각나게 했다. 산 그 자체는 아무리 경관이 좋아도 정원이 아니다. 그것이 일본인의 감각이다." (침묵의 미)

 

비원에 대해, 또 한국의 정원에 대해 아마 이 이상의 찬사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원의 느낌을 들지 않게 하는 것, 자연 그대로라는 착각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다름아닌 한국의 이상적 조원술 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정원 기술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나무를 가위로 가지런히 자르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러므로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비원의 뜰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온 일본 관광객이 비원 한가운데를 걸으면서 "그런데 그 유명한 정원은 대체 어디 있어요?"

라고 물었다는 웃지못할 삽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