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

자작나무1 2013. 9. 10. 08:19

 선비와 산적두목

 

 한양에 살던 한 선비는

천주학과 관련되어

머언 남쪽으로 귀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두명의 포졸의 인솔하에

마포나루를 떠나

수원과 천안, 한밭을 지나

전라도 여산땅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산 동헌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마을을 지나고

넓게 펼쳐진 논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올랐습니다.

 

 해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고

그 즈음

한무리의 산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산적두목 : 선비님을 모시기 위하여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비    : 나라의 죄를 짓고 귀양을 가는 몸이요,

               저를 기다릴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산적두목 : 저희는 단순한 산적이 아닙니다.

               썩어빠진 조정을 엎어버리고,

               도탄에 빠진 농민들을 구하기 위하여

               산속으로 모였습니다. 

               저희들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에 동참하여 주십시요.

  선비   : 저는 방에서 책만 본 사람입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죄 짓고 귀양가는 사람이

             그런 일들에 동참할 수 없습니다.

산적두목 : 저희도 어느정도 선비님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단순한 책상물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갑시다.

               우리의 지도자가 되어 주십시요.

  선비   :  저는 그런 사람이 못됩니다.

              다만, 새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속에서 도적질을 할 것이 아니라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습니다.

산적두목 : 선비님의 생각을 존중하겠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

               그때 우리들을 도와주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선비    : 저는 이만 귀양살이를 하러 길을 가겠습니다.

        

 두명의 포졸에 이끌러 선비는 어두워지는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밤하늘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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