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셋)

자작나무1 2013. 10. 17. 19:39

선비와 산적두목(셋)

 

 점점 깊어만가는 가을밤

그믐달도 구름뒤에 숨어버려

사방이 캄캄하다.

가끔 가을바람이 우수수거리면서

밤거리를 해메이고 있다.

 

 선비와 산적두목은 방안에서 촛불도 끈 채

긴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산적두목 : 선비님, 한양에서 대원군이 보낸 서찰이 왔습니다.

   선비     : 아니, 그 깐깐한 양반이 뭣때문에 서찰을 보냈습니까

 산적두목 : 저희 부하들을 데리고 자신의 식솔로 들어오라고 써 있었습니다.

   선비     : 한양에도 그 어르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목까지 부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산적두목 : 글쎄요.

                그런 식으로 자신의 힘을 키우자는 것이 아닐까요.

    선비    : 두목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산적두목 : 저희들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지,

                누구밑에서 일하는 것은 애초부터 우리일이 아닙니다.

                그 어르신밑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을 것 같습니다.

    선비   : 저는 국가의 녹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대원군께서 임금님을 잘 모시고,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빠진 조선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고통을 받고 있는 백성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산적두목 : 이미 많은 농민들은 조선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화도에 외국군대들이 대포를 쏘면서 나타나고,

                일본의 침략야욕이 또다시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의 앞날은 캄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비     :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두목님은 예전에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산적두목 : 부끄러운 과거의 일을 왜 물어보십니까

                선비님을 믿고 과거의 일을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한 고을의 수령의 아들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아주 못된 수령이었습니다.

                고리대금업으로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어느날 돈을 받아내기위하여 아버님과 함께 어느 소작농집에 찾아갔는데,

                몇일째 굶주림에 어린아이들은 이미 죽어 있었고,

                젊은 어머니는 실성한채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미쳐서 아버지고, 가문이고 모두 다 집어치우고

                산속으로 도망갔습니다.

                조그만 절에 의지해 잡일을 하면서

                큰스님밑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 공부끝에 농민들을 중심으로한 혁명이 

                조선의 살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선비    : 처음부터 범상치않은 인물이라고 생각은 가졌지만,

                과거가 의외입니다.

                못된 수령의 아드님이라...

                아비의 잘못을 반역으로 지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적두목 : 저희 아버님이 고을수령으로서 많은 나쁜 짓을 했는데,

                고을사람들에게 맞아죽지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니, 선비님께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자식의 도리로서 아버님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몇권의 서책을 구해왔습니다.

                편히 쉬십시요.

 

 산적두목은 선비의 인사도 마다한 채 산속으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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