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진작가로 변하신 박노해님에 대한 단상

자작나무1 2014. 8. 24. 08:28

 사진작가로 변하신 박노해님에 대한 단상

 

 오늘 아침에는 몇일 전에 푸른하늘(여행)님이 블로그에 올리신 박노해님의 남미 사진전이 문득 떠올려졌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부암동으로 사진전을 구경하러 가야지 하는 맘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들과 함께 박노해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겹쳐 떠올려졌습니다.

처음 박노해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놀라움,

날카로운 시선으로 따뜻하게 글을 이어가던 모습들,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하셨던 모습들

박노해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고도의 자본주의, 정보통신사회에서도

누군가는 땅 속으로 들어가 철을 캐야하고,

누군가는 봄이 오면 씨앗을 뿌려야하고,

누군가는 화장실을 청소해야 한다는 사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노동의 소중함은

지난 시기 못지 않게 중요함에도

세상은 그런 노동의 중요함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는 글들은

저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같은 글이었습니다.

 

 사면과 복권이 되고

신문과 TV에 자주 얼굴이 나오고

거대신문 중앙일보에 글을 연재하면서

자신이 속했던 운동권사람들에게

배신이니, 변절이니

많은 비판을, 욕을 먹어야했던 박노해님

그 당시 인물과 사상을 연재하셨던

강준만님의 박노해님 옹호글을 읽으면서

역시 강준만 교수님이구나 싶은 생각도 떠올려졌습니다.

 

 이제는 사진작가가 되셔서 전세계를 돌아다니시는 박노해님의 모습

 

 저는

속 좁은 저는

박노해님이 세계를 다니시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보다는

우리 사회의 뼈아픈 성찰을 요구하는 글들을 많이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시집을 내시고, 글을 연재하시던 그 당시의 국내 노동상황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날로 커가고 있는 비정규직의 아픔이나

노동의 유연성 강화라는 이유로

해고가 일반화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합치기보다는

여러 노동단체로 쪼개지는 상황에서

왜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야하는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노동운동의 길을 함께 고민하고,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깨우침을 줄 수 있는 글들을

더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얕은 생각들이

박노해님에게는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노해님이 세계를 다니면서 찍어오신 사진들이

책 한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여러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 수 있고,

사진 속의 내용들이

인간의 존엄성, 노동의 소중함,

좀 더 좋은 사회에 대한 갈구

그런 모든 것들을 담은 것일 수도 있는데,

글을 안 쓴다고, 책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는 것은

정말 저의 짧은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여튼 오늘 오후에는 지난 날

학벌에 대한 차별과 무시

빨갱이라는 비판을 받아가면서 묵묵히 수행했던 노동운동

오랜 수감생활과 사회적 냉대

그런 것들을 극복하시고

사진작가로 변하신 박노해님의

여전히 맑고 천진하고 눈빛이 깊은 박노해님의

사진전을 보러 갈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박노해님은

저의 책읽기에서

어둠 속에 길을 가르켜주는

커다란 별빛입니다.

 

 사족 하나>

 세상은 빠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세상과 싸우기를 바라는 것은

싸움에 대한 무지이고,

세상에 대한 저의 아둔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족 둘>

 오늘 오후에 부암동의 카페 라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노해님의 볼리비아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카운터앞 에서 박노해님의 사진에세이 "다른길"을 샀는데,

카운터에서 일하시는 분이

올 가을에는 박노해님의 새 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