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꿩 이야기

자작나무1 2015. 7. 11. 18:41

 

 

 

 

 

 꿩 이야기

 

오늘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앞 뜨락에서

꿩을 보았습니다.

박물관 뒷편으로 걸어가는데,

풀밭 위로 꿩이 보였어요.

꿩 사진을 찍기 위하여

천천히 다가가니,

멀리 도망가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제 앞에서 멀어져 갔어요.

제가 조금씩 꿩 앞으로 다가가자

꿩은 멀리 날아가는 대신에

두발로 꽁꽁 뒤면서 조금씩 달아나기 시작했고

제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저 정도는 능히 따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지,

날아가지 않고 콩콩 뛰면서 달아났어요.

저는 저대로

가까이서 꿩을 제 사진기에 담을 욕심으로

꿩을 쫓아갔어요.

꿩은 제 걸음이 빠르지 않다는 점을 알았는지

만만해 보였는지

멀리 날아가지 않고

콩콩 뛰면서 도망갔어요.

따라올 수 있으면 얼마든지 따라오라는 듯이...

그렇게 꿩을 따라 다니면서

꿩 사진을 겨우 한장 얻을 수 있었어요.

제가 처음 찍은 꿩 사진 한장

오늘 산도 아닌 중앙국립박물관 뒷뜰에서 만났던

꿩 한마리는 저에게 지난 시절에 만났던

꿩들을 떠올려 주었어요.

 

 오래 전에 회사 사람들하고

청계산을 올라 갔다가

과천으로 내려왔는데,

다 내려 온 상태에서

어미꿩과 새끼꿩을 길가에서 발견했습니다.

궝 새끼들은 병아리보다 조금 더 컸어요.

우리 일행을 발견한 꿩은 놀랐고

놀란 상태에서도

앞서서 걸어가던 어미꿩은

어느새 맨 뒷자리에 가 있었고

그 다음에는 새끼꿩이 가는 방향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런 식으로 저희들을 유인했어요.

원래 꿩은 머리만 풀섶에 숨기면

자신을 못 찾을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똑똑하지 못한 새로 알고 있는데,

그 날 만났던 어미 꿩은

꿩이 아니라 어미 꿩이어서 그런지

무척 똑똑했어요.

새끼를 보호할려는 어미의 본능

그 눈물겨움

 

 또 하나 

어느 해 추석 전날

아는 형이랑

파주의 고령산에 간 적이 있어요.

보광사를 지나고 조그만 암자를 지나

고령산 정상에 도착했어요.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우리 두 사람 밖에...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갑자기 풀섶에서 부시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는 누군가가 반대편에서 올라오시나 생각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등산객은 올라오시지 않고...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계속 반복되었어요.

저는 멧돼지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약간 겁이 났어요.

그 흔한 지팡이도 없는 상황이라...

그런데 한참 후에 꿩 한마리가

소리나던 풀섶에서 날아올랐어요.

꿩은 제 나름대로

제 구역에 들어와

식사를 하는 우리가 괘씸해서

그렇게 풀 뒤에서 신경질을 부렀나봐요.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데,

길 옆으로 아래로 도망가는 산토끼도 만났어요.

산에 다닌지 10여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산에서 산토끼를 만난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저는 앞으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을텐데

오늘처럼

꿩을 만나

멋지게 꿩사진을 찍고 싶어지네요.

과연 그런 날이

그런 행운이 저에게 찾아올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덧붙여서

숫꿩은 장끼,

암꿩은 까투리,

새끼는 꺼벙이라고 하네요.

헷갈려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