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술자리
누군가는 비 오는 날에는
빈대떡에 막걸리가 딱이라 했고
누군가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수제비에
소주가 최고라고 했어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누군가를 한마음으로 욕하기 시작했어
누군가를 심하게 욕을 하여도
그 사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사람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욕을 먹은 만큼 오래 살 것이라는 사실에
갑자기 욕을 멈추고
술을 마셨어
탁자 구석으로 술병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갑자기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깜빡했다면서 서둘러 식당을 나가고
누군가는 술에 많이 취했다면서
비틀거리면서 빠져 나갔어
한두사람씩 술자리를 떠나고
마무리도 없이 술자리가 파했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
고3 때였던가
가을 소풍날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몇명의 반친구들이
과자들을 앞에 놓고 술을 마신 일이 떠올라졌어
사랑은 낮게, 우정은 높게, 술잔은 평등하게
우리반 반장이었던 용기의 건배사에 맞춰
낮술을 마셨던 기억들
오래 전 기억들이 추억이 되어
뜬금없이 떠올라졌어
어렴풋한 그리움과 함께...
밤하늘에서는 추적추적 여름비가 청승맞게 내리고...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주 한옥마을의 상업화에 대하여... (0) | 2015.07.18 |
---|---|
질경이 이야기 (0) | 2015.07.18 |
꿩 이야기 (0) | 2015.07.11 |
"날개 없는 천사들"... 오늘 뉴스를 보고... (0) | 2015.07.10 |
빨간 책방 Cafe에서 열린 이동진님의 사진전 "뒷모습, 어쩐지"를 보고나서... (0) | 2015.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