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 전설이 있다.
설문대할망은 제주의 창조신이다.
할망은 키가 엄청나게 커서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우면 다리는 현재 제주 앞바다에 있는 관탈섬에 걸쳐졌다.
빨래할 때는 관탈섬에 빨래를 놓고,
팔은 한라산 꼭대기를 짚고 서서
발로 빨래를 문질러 빨았다고 한다.
앉아서 빨 때는 한라산에 엉덩이를 걸치고 한다리는 마라도에 걸치고
우도를 빨래판 삼았다고 한다.
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를 때
치마의 터진 구멍으로 조금씩 새어나온 흙더미가 오름이며,
마지막으로 날라다 부은 게 한라산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중에서 P.176
여행 둘쨋날
어젯밤에 자정이 넘어 늦게 잤슴에도 정확히 아침 7시에 일어나
2층에 계신 안선생님이랑 아침산책을 나간다.
고향이 제주이신 안선생님은 나랑 예전에 중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팬션 제주 해변의 집도 안선생님을 통해 예약할 수 있었고,
우리 가족은 3층, 안선생님은 2층에 머물게 되었다.
제주 해변의 집을 나와 그 옆의 도두봉,
긴 계단을 통해 제주의 섬머리, 도두봉을 올라간다.
계단 옆의 푸른 식물은 털머위라고 안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다.
비탈진 산사면을 뒤덮은 털머위를 보면서
작년 6월 이순신 장군님이 태어나신 생가,
초가 뒷편에 무성했던 머윗잎이 떠올라진다.
도두봉 정상
뒷편으로는 웅장한 모습의 한라산이,
앞으로는 수평선의 바다가 무한히 넓게 펼쳐져 있다.
제주의 바다
제주는 날이 변화무쌍하여 제주 시내에서도 한라산을 통째로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던데,
나는 제주에 올 때마다 한라산 정상을 볼 수 있었다.
제주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
제주는 한라산이고, 한라산은 제주이다.
도두봉 정상에는 뜬금없이 산담을 두른 묘가 있다.
보통 산 정상은 묫자리로 기피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곳에는 형식을 제대로 갖춘 묘가 있다.
검은 제주의 돌로 사방을 감싼 제주의 묘
제주인들의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묘
묘 뒷편에는 특이하게 돌하르방 2기가 놓여있다.
웬지 묘와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생뚱맞은 돌하르방
묘를 만들고 한참 후에 돌하르방을 갖다 놓은 것은 아닐까 싶다.
조그만 동백에는 조그만 붉은 동백꽃이 옹기종기 피어있고,
그 뒤로 내려다보이는 바다, 바다
바다 위로 커다란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옆에 계시던 안선생님은 저 배는 중국 여행객들을 태운 크루즈선이고,
제주에서 다섯시간 정도 머물면서 주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한다고 한다.
옆의 제주공항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비행기들이 쉼없이 뜨고내리고 있다.
그 모습을 안선생님은 한참을 바라보신다.
도두봉을 내려와 어머니, 작은어머니를 도와 설 차례상을 준비한다.
우리집은 신정에 설차례를 지내는데,
이번 신정에는 우리 어머니가 너무 아프셔서 차례를 지내지 못했다.
그런데 몇일 후에 어머니의 꿈에 삐쩍 마르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춘천집 안방에 앉아 계시고,
우리 어머니가 집에 밥이 없다고 배고프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시라고
이야기를 하러 안방에 들어갈려고 그랬는데,
우리 아버지가 문 앞을 막고 계셔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야기를 못 드렸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부득이하게 제주에서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내야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 후에 어머니의 말씀
귀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함부로 말할 수 없겠다는 말씀
차례를 지내는 중 내 동생이 돌아가신 아버지께 술을 따르는 중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직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내 동생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짠해진다.
차례... 살아있는 사람들이 돌아가신 사람들을 기리는 제례의식
차례 후에 불어터진 만둣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아침식사 후에는 커피와 과일까지 먹은 후에 11시쯤 집을 나선다.
출발
제주 도심을 지나가면서 검은 돌담 옆의 키 큰 나무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여전히 달고 있는 상록활엽수들을 보면서
상해의 겨울을 떠올리고...
또 하나, 검은 돌담들이 유독 눈에 띄인다.
지난번 제주여행에서는 돌하르방을 열심히 사진 찍었는데,
이번에는 검은 돌들로 쌓아놓은 돌담을
열심히 사진 찍어야지 맘 먹는다.
산담, 밭담, 집담
이번 제주여행의 첫번째 여행지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안선생님이 제일 먼저 추천해주신 곳이다.
한라산 아래의 원시림
어머니, 작은 엄마, 사촌 여동생은 힘들다고 입구의 쉼터에서 쉬시기로 하고,
작은 아버지, 사촌동생, 내 동생 넷이서 숲길로 들어간다.
빽빽이 자라나고 있는 활엽수림
바닥에는 이끼를 뒤집어 쓴 돌과 푸른 잎의 관중과 고사리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내 동생은 이곳은 겨울보다는 봄이나 여름이 더 좋겠다고 말을 한다.
작은 아버지는 덩굴을 이루는 다래를 보시면서
이 덩굴로 겨울에 신는 설피를 만든다고 말씀해 주신다.
탐방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이정표를 따라 한바퀴 빙돈다.
여기저기서 검은 까마귀와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제주 중산간 지대를 장악한 까마귀들
지난번 제주여행에서는 성읍 민속촌에서 전깃줄에 일렬로 앉아있던
까마귀떼가 문득 생각난다.
장관이었던 까마귀떼
산길을 거의 다 내려오는 중에 가까운 곳에서 나무줄기를 쪼는 딱따구리 소리가 들리고,
관찰력이 뛰어나신 작은 아버지께서 딱따구리의 위치를 가르쳐 주신다.
내 동생은 핸드폰으로 동영상까지 찍었는데,
나는 사진기로 딱따구리를 제대로 찍지 못한다.
산 속의 외과의사 딱따구리
입구에서 어머니, 작은 어머니, 사촌 여동생을 만나 주차장으로 내려와
두번째 여행지, 섭지코지로 간다.
제주 삼다수의 고향 교래리를 떠나 좁은 도로,
키 큰 삼나무들이 일렬로 심어진 멋진 드라이브길을 달린다.
옆에 주차장이 있으면 잠깐 멈춰 그 길을 사진기에 담고 싶었으나,
주차장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제주에서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아 사진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만
목적지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곳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제주도
아름다운 섬, 제주도
목장이 연이어 나타난다.
지난번 하나투어를 이용한 제주여행 시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중산간지대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대신 말을 키우고, 버섯과 고사리를 재배한다는 말씀
성산읍으로 들어서고, 새로 생긴 거대한 펜션지대를 돌아
섭지코지 주차장에 도착한다.
섭지코지는 매번 제주에 올 때 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나,
기회가 닿지않아 이번이 처음이다.
올인 드라마로 유명해진 곳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도 찾아오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내 동생은 이곳은 지형이 잘록하여 소를 키우는 방목지이었는데,
올인 드라마의 인기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인기관광지로 바뀌었다고 이야기 해준다.
중국 문화 해설사에 이어 제주도 문화해설사가 된 내 동생
중국인들은 없어도 사람들이 많은 섭지코지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누런 벌판, 그 너머로는 서귀포 지역과 그 뒤로 눈을 인 한라산이 보인다.
언덕길을 오르고...
한켠에는 푸르디 푸른 푸른 바다가,
또 다른 한켠에는 벌판 위로 과자집, Cozy House가 보인다.
Cozy House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들고 언덕길을 오른다.
언덕 위의 협자연대
연대 뒷편에는 이 겨울에 유채꽃이 피어있다.
꽃을 좋아하시는 여성들로 분주한 유채꽃밭
앞으로는 등대가, 사각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그 너머로는 멋진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보인다.
멋진 풍경들
급한 계단길을 올라 등대 앞에 선다.
아래에 갈매기 똥을 뒤집어 쓴 바위가 우뚝 서 있다.
선녀와 용왕신 아들간의 못다 이룬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선돌바위
외돌개와 비슷한 바위
그리움이 깊어지면 바다 위로 우뚝 선 바위를 이루나보다.
사람 많은 섭지코지를 내려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성산항을 지나 오조리의 제주 칼국수집
카페를 개조한 식당
앞의 모습만으로는 카페를 겸한 식당처럼 보인다.
식당이 남미풍이고, 틀어놓은 스피커에서는 쿠바 재즈가 나온다.
해산물, 홍합, 게, 새우, 딱새우가 들어간 해물 칼국수
그런데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국물이 너무 많아
해산물이 많음에도 국물이 시원하지 않다고 하신다.
해물 칼국수를 먹고 식당을 나와
오조리 해변 앞에 서서 바다를 보면서 담배를 피운다.
오른쪽에서부터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보이고...
성산 일출봉에서는 우도가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봉우리 아래 꼬리부분이 소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
우도가 작은 섬으로 보이지 않는다.
해변도로와 이름도 예쁜 종달리를 지난다.
요즘 제주의 핫플레이스
종달리 해변과 위미리 동백군락지
종달리 해변은 바다 빛깔도 이쁘지만, 봄날 같은 예쁜 카페들이 많아
젊은 연인들과 여성들에게 인기코스이다.
이름이 예쁜 종달리
나는 검은 돌담 아래 원색의 지붕들이 예뻐 보여
내가 좋아하는 마을이다.
종달리를 지나 하도리 별방진에 도착한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여진 석성
석성이 크고 튼튼하고 그래서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
나에게 묵직한 아름다움을 던져주는 별방진
별방진 석성 위를 걷는 즐거움
바깥쪽에는 하도리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안쪽으로는 검은 돌담과 파랗고 빨간 지붕들
밭에는 푸른 채소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들
옹기종기 서로의 어깨를 기대어 삶의 모습을 이루는 풍경들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시금 찾아오고 싶은 별방진
"여기가 별방진이다.
별방진은 조선시대 군사적인 요충지로
중종 때 제주목사 장림이 왜선의 정박지가 우도에 있기 때문에
김녕방 호소를 이곳으로 옮기고 별방진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성곽의 규모는 둘레가 1,008미터, 높이는 4미터 정도로
본래 성 안에는 각종 관사, 창고와 샘이 2곳
그리고 동, 서, 남쪽의 3곳에 문이 있고,
옹성 3개소, 치성 7개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성 안에는 민가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옛모습을 찾을 길 없고
큰 우물만이 옛 별방진의 거대한 규모를 말해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중에서 P.158
제주시내로 달린다.
공항으로 가는 차량들 때문인지 도로는 길게 막히기 시작하고...
어느새 어둠이 찾아와 주변이 어두워진다.
밤8시가 넘어 숙소인, 해변의 집에 도착한다.
집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2층에 계신 안선생님이 회와 소주를 사가지고 올라오신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술자리
어머니, 작은 아버지, 작은 엄마, 안선생님이랑 회에 술을 마신다.
작은 아버지하고 술을 함께 마시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작은 아버지도 술을 잘 마신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술을 못 마셔
작은 아버지도 술을 못 마시는 줄 알았다.
관찰력이 뛰어나신, 그러면서 호기심도 많으신 작은 아버지께서
섭지코지에서 보았던 노란 꽃이 유채꽃이 맞냐고 물어보셨고,
안선생님은 그 꽃은 유채꽃이 아니라 냉이꽃이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또한 안선생님은 제주의 도로는 서울과 달리
제한 속도가 낮고 도로 사정도 안 좋아
운전하기 힘든 곳이,
또한 교통사고가 많은 곳이 제주라면서
오늘 운전하시느냐고 작은 아버지께서 힘드셨겠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또한 제주에는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고, 양, 부 세성 중심이었는데,
고려말 삼별초의 항쟁이 진도에서 제주로 건너오면서
타성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씀을 해 주신다.
작은 아버지와 안선생님의 대화를 들으면서
소주를 홀짝홀짝 마신다.
제주의 밤은 깊어만가고...
여행 둘쨋날이 술과 함께 저물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술, 소주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박5일 제주도 가족여행기... 넷쨋날(1.30) (0) | 2017.02.05 |
---|---|
4박5일 제주도 가족여행기... 셋쨋날(1.29) (0) | 2017.02.05 |
1박2일 경주여행... 둘쨋날... 가을날의 경주 (0) | 2016.11.08 |
1박2일 경주여행... 첫쨋날... 남산 고위봉 산행기 (0) | 2016.11.03 |
4박5일 중국 상해, 우전 여행기... 넷쨋날 (0) | 2016.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