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4박5일 제주도 가족여행기... 셋쨋날(1.29)

자작나무1 2017. 2. 5. 12:16

 아침에 일어나 담배를 피울려고 밖으로 내려오니,

어둠 속에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비 내리는 제주

오늘 이렇게 비가 내리면 오늘은 펜션에서 쉬면서

어제의 여행기를 마무리 해야지 맘 먹는다.

불고기와 스팸으로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에

창 밖을 내다보니, 다행히 비가 그쳐있다.

사촌동생이 중문에 있는 면세점에 가고 싶어해서

일단 중문으로 가기로 한다.

제주 도심

키가 큰 야자수가 전봇대처럼 높다랗게 서 있다.

도로 옆으로 무수히 많은 박물관들

박물관이 많은 제주의 모습

경주가 통일신라시대의 문화유적들과 사철 꽃밭을 이루는 모습들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면,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많은 박물관으로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

내심 제주에는 비가 그쳤지만,

남쪽인 서귀포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걱정대로 서귀포 지역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어머니는 이렇게 비가 내리면 면세점에 들렀다가

그냥 펜션으로 돌아가자고 말씀을 하신다.

고급 호텔같은 건물 1층의 면세점으로 간다.

제주관광공사 중문면세점

비가 내려서 그런지 면세점에는 손님들이 많고

사촌동생은 중문면세점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가족들은 면세점 입구의 Dunkin  Donuts에서

커피와 도너츠를 먹는다.

달아도 너무 단 도너츠

그럼에도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이 떠올라진다.

마음이 울적할 때에는 달콤한 도너츠가 먹고 싶어진다는 사연

달다란 도너츠를 먹으면서 그 때 들었던 라디오 사연이 생각난다.

면세점에 갔던 사촌동생이 면세점에서 나오고...

밖으로 나오니까 비가 그쳐있다. 행운

어제는 내가 일정을 짰는데,

오늘은 내 동생이 일정에 가이드까지 도맡아 하기로 한다.

중국 상해에 이어 제주에서의 여행 가이드

내 동생이 몇년 전에 서귀포지역을 돌아다녀서

이쪽은 잘 안다고 한다.

내 동생의 말을 따라 롯데호텔로 간다.

건물이 오래되었슴에도 여전히 기세등등한 롯데호텔, 리조트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호텔과 백화점은 역시 롯데라는 생각이 든다.

로비인 8층에서 엘리베이터로 1층으로 내려간다.

커다란 바위 앞으로 폭포가 떨어지고...

키 큰 야자수와 잎을 사방으로 펼친 소철

제주의 1월에는 매화꽃이 피어있다.

봄의 전령사

커다란 풍차 세대

 

 

 

 

 

 

 

 

 산책로를 따라 바닷가로 나가고...

긴 계단을 내려가 중문해수욕장에 이른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파도소리

파도소리가 듣기 좋다.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고...

바닷가 산책로 주변에도 키 큰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바닷가 정자에서 한참을 쉰 후,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단이 길고 가팔라 어머니가 힘들어하신다.

옆에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점점 늙어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 짠해진다.

어머니의 늙음을 옆에서 지켜보아야만하는 아들의 마음

전망대에서 다시 바다를 내다보고...

멋진 바다풍경

 

 

 

 

 

 

 다시 롯데호텔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 이르고,

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로 간다.

가는 길에 정원의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먼나무를 사진 찍는다.

먼나무의 붉은 열매

제주의 겨울은 그리 쓸쓸하지 않다.

먼나무의 붉은 열매, 귤나무의 노란 귤, 검은 밭담 안의 푸릇푸릇한 보리

화려한 제주의 겨울

내 동생이 미리 핸드폰으로 검색한 서귀포의 횟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중문에서 서귀포 가는 길

서흥동을 지나가는데, 가로수로 심어진 조그만 귤나무에

탐스러운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제주의 과일, 귤

그 모습에 중국인들이 많이 오는 제주에서

귤이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지나가는 투로 말을 하니까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들은 여동생이

이 길에서는 중국인들이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손 탈 일이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아는 것이 많은 내 동생

서귀포항 못미처 횟집, 동해미락

2층의 식당에서는 서귀포 앞바다와 섬 하나가 보인다.

푸짐한 반찬들

홍합국, 갈치껍질 말린 것, 딱새우

밑반찬도 풍성하고, 맛있고, 1차, 2차 두번에 걸쳐 나온 회도 맛있다.

갈치회, 고등어회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은 개인별로 매운탕이 그릇 채로 나온다.

맵지 않고 맜있는 매운탕

창 밖으로 바다를 보면서 먹는 회와 매운탕

제주에서의 풍성한 점심식사

식사를 마치고 내 동생의 안내에 따라 도로를 따라

이중섭 거주지를 찾아간다.

먼나무 가로수길

키 큰 야자수와 귤나무

봄의 꽃, 매화도 피어있다.

 

 

 

 

 

 

 좁은 돌담길을 따라 이중섭 거주지로 간다.

초가 안의 단칸방

안내문에 따르면, 1.4평의 방 안에서 네식구가 살았다고 한다.

조그만 방

뒤의 작은 아버지께서는 이런 작은 방에서

네식구가 살았다니, 눈물이 난다고 말씀을 하신다.

작은 아버지의 말씀에 내 마음도 슬퍼진다.

행복이라는 것이 방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중섭의 생애 중 이곳에서의 생활이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다만 이중섭 미술관에 대해서만 간략한 소개와 내 소견을 말해두고자 한다.

  대향 이중섭(1916~56)은 우리나라 근대미술에서

  황소, 달과 까마귀, 부부 등 주옥 같은 몇점의 명화를 남기고

  41세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화가이다.

 

  사람들은 그를 전설적인 화가, 천재화가라고도 칭송하지만,

  내가 보기엔 예술적 재능, 대상의 특질을 귀신같이 포착하여

  거기에 자신의 감정을 실어넣는 것은 뛰어났지만

  성격상으로는 대단한 에고이스트였고

  사회성에 문제가 많았던,

  그래서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한 아까운 화가였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p.446

 

 

 

 

 거주지 위의 이중섭 미술관으로 간다.

1,2층으로 이루어진 이중섭 미술관

2층에 전시된 이중섭의 황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의 방에는 달력사진을 찢어

액자로 걸린 이중섭의 황소가 걸려 있었다.

어렸던 나,

화가도, 그림도 유명해서 액자로 걸어놓은 줄 알았다.

지금 내가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야

젊은 아버지가 왜 이중섭의 황소를 방에 액자로 달아놓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소가죽 안의 뼈가 드러난 역동적인 소의 모습

그림 속의 소가 그림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그림

우리 아버지는 소의 역동성을,

아니다, 우리 아버지의 삶의 자세

앞뒤가리지 않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그건 우리 아버지가, 젊은 아버지가 그런 마음의 자세를 일깨우기 위해

액자에 그림을 걸어놓은 것이었다.

젊은 날의 우리 아버지는 방에 걸린 이중섭의 그림 황소를 보시면서

나태해진, 게을러진 자신을 채찍질 하셨을 것이다.

뛰어, 달려, 앞만 보고 돌진해...

세상을 향한 무한질주

 

 

 모든 것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데,

특히 미술분야는 그 편차가 더 심하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나와 우리 어머니는

금방 미술관을 나오는데,

미술에 대해 나름 조예가 깊으신 작은집 식구들과 내 동생은

한참을 기다려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심해서 화단을 내려다보니,

뜻밖에도 노란 수선화가 피어있다.

반가움

1월의 제주에서 내가 본 것은 봄이다.

남쪽 나라 제주에 도착한 봄

미술관을 나와 횟집 앞의 주차장으로 간다.

한라산 아래 2차선 도로, 평화로를 달린다.

주변의 빽빽한 가로수길

단조로운 풍경에 자꾸만 눈이 감긴다.

운전을 하시는 작은 아버지도 힘드실 것이다.

가족들은 잠의 무게에 빠져있고...

제주 시내에 들어와 이마트에 들러 필요한 쌀과 커피를 사고

팬션으로 돌아온다.

점심을 늦게 배불리 먹어서 저녁은 건너뛰고

내 동생과 사촌 동생을 쫓아

팬션 옆의 Cafe "A Twosome Place"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오전에 이어 여행기를 이어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