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이성부님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출처] 봄 / 이성부 (::문학동네::) |작성자 라디비나
어제
오전에는 고양 하늘문 추모공원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고,
저녁에는 이모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갔었다.
장례식장에서 앞자리의 내 동생이 아버지, 어머니 생각에 훌쩍훌쩍 울어
나도 울컥한 마음에 내 동생과 함께 소주와 맥주를 홀짝홀짝 마셨다.
소줏병이 하나, 둘, 셋이 넘어가기 시작하고...
만취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 아침에 겨우 일어난다.
대충 씻고 우유 한잔 마시고 집 밖으로 나온다.
오늘은 춘천에 가는 날
몇일 전에 성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마트에 일이 생겨 가게를 접었다고...
심심하다고 춘천에 놀러오라고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오늘 춘천에 가는 것이다.
용산역에서 ITX를 타고 춘천으로 간다.
술에 취한 상태라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면서 간다.
도로변의 이팝나무의 하얀 꽃
그 이팝나무꽃을 보면서
지난 대구, 합천, 함양여행 시 보았던 이팝나무꽃이 떠올려지고...
청량리를 지나면서
먼산들을 쳐다본다.
봉화산, 불암산, 천마산, 삼악산
신록, 연두빛
산의 색이 참 곱다.
좋은 계절, 봄
산은 봄산이다.
남춘천역에서 내린다.
춘천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주는
왜 춘천역으로 오지 않았느냐고 투덜거리면서 남춘천역으로 온다.
그 사이 편의점에서 냉커피를 사 마시고...
남춘천역 뒷편에서 성주를 만나
성주차로 횡성으로 간다.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횡성은 춘천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별로 간 적이 없었다.
홍천이나 원주는 여러번 가보았는데,
횡성에 가 본 적은 없었다.
성주도 속초를 가면서 지나치는 곳이었다고 한다.
횡성으로 나와 횡성 읍내를 돌아다니다가
주차장이 넓은,
그리고 주차장에 차들이 많은 횡성 토종한우프라자에서 한우를 먹는다.
횡성 한우를 먹을려고 횡성에 온 것이다.
한우를 먹으면서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하고 다르구나 느껴진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
소고기를 옆의 정육점에서 사 먹는다.
소고기값이 생각보다 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는 소고기를 먹어 기분은 좋다.
넓은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차고,
한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할머니의 고희연을 치르시고 계셨다.
횡성이 돈이 많은 곳이라 한우집에도 이 지역 사람들이 많으신 것 같다.
거한 점심을 먹고 자작나무 미술관을 찾아간다.
이 미술관은 오래 전에 금모래은모래님의 블로그에서 처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 자작나무숲
부푼 기대를 안고 자작나무 미술관을 찾아갔는데,
입장료가 이만원이라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왜 이리 비싸...
둘이서 사만원
비싸도 너무 비싸다.
말 많은 성주는 미술관 앞에서 돌아서면서 아무 말이 없다.
웬만해서는 미리 알아보고 와야지 그냥 왔냐고 한마디 했을텐데...
조용하다.
미술관 가는 길은 좁은 길이라
입구의 어느 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걸어갔었다.
그런데 들어갈 수 없으니...
대신 인삼밭 옆의 청보리밭에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이 곳에서 청보리밭을 보다니...
기쁜 마음에 연신 사진을 찍고...
집에 있는 내 동생에게 청보리밭 사진을 카톡으로 보낸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집집마다 개들을 키우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큰 개들은 조용히 있는데,
조그만 개들은 우리를 보고 신나게 짖는다.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나...
담벼락 아래의 금낭화
조그만 마을을 둘러보면서 차로 간다.
성주가 이번에는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어
횡성댐에 가자고 한다.
원래 횡성댐에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물어 생각 없이 대답한 것이 횡성댐이었다.
전에 YTN 뉴스에서 횡성댐에 둘레길이 생겼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횡성댐으로 간다.
가는 길의 섬강
섬강 주변의 조용한 풍경들
강 옆으로는 자전거길이 잘 되어있다.
횡성댐에 도착
소양강댐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다.
산으로 둘러쌓인 횡성댐
산중 호수처럼 보인다.
물이 검푸려 나름 깊이가 있을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계시고,
어느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 소리가 크게 들린다.
호수를 바라보고, 주변의 나무들을 사진 찍는다.
나는 성주한테 유원지로 개발할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성주는 성주대로 호수 안에 유람선이 있어야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나와 성주는 댐이어서 카페 정도는 있는 줄 알았는데, 그 흔한 카페도 없다.
다시 댐을 나와 횡성읍내로 나간다.
성주는 섬강 주변이 좋아 여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산쪽을 쳐다보니, 산 중턱에 펜션 공사가 한창이다.
도중에 카페가 보여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마신다.
Cafe Gallery T
읍내에서 한참 떨어진 이런 외진 곳에 카페가 있다니...
요즈음 도시 외곽에 이런 카페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솔직히 나만 차가 없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차가 있으니까
이렇게 도심 외곽에 카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 같다.
밖에 천막이 쳐져 있어 캠핑 온 기분이 든다.
예전에 동대문에도 이런 카페가 있었는데...
야외에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신다.
이 곳에서는 강이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
카페를 나와 차에 올라타니, 성주가 에일린의 노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크게 튼다.
드라마 도깨비의 주제가
어제 작은 엄마도 최근에 다시 그 드라마를 처음부터 다시 보셨다고 말씀하셨다.
또 내 동생도 중국에서 한국에 돌아와 다시 이 드라마를 찾아보았다고 했다.
드라마 도깨비의 인기
성주와 나는 작년에 작은집 식구들이랑 다녀온 강릉 주문진의 도깨비 촬영 장소를 이야기하고...
나는 지난번에 강릉 주문진에 갔을 때 이곳에 또 다녀왔다고 이야기한다.
널 품기 전 알지 못했다
내 머문 세상 이토록
찬란한 것을
작은 숨결로 닿은 사람
겁 없이 나를 불러준 사랑
몹시도 좋았다
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우습게 질투도 했던
평범한 모든 순간들이
캄캄한 영원
그 오랜 기다림 속으로
햇살처럼 니가 내렸다
횡성 읍내로 가고...
언덕 위에 누각이 보여 그리로 간다.
태풍루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리는 마음으로 세워진 누각
언덕 위라 횡성 읍내가 넓게 잘 보인다.
누각 위에는 네덜란드인 고 오덴 중령 현충비가 세워져 있고,
그 위에는 횡성 군민의 종이, 커다란 종이 세워져 있다.
언덕에서 건너편으로 오래된 성당이 보여
언덕을 내려와 그 성당을 찾아간다.
지붕이 특이해서 러시아 정교회 건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성당이었다.
횡성 성당
벽돌로 세워진 성당
성당이 믿음직스럽고 견고해 보인다.
성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성당 사진을 찍는다.
나는 성당을 찍으면서 풍수원 성당을 떠올렸는데,
안내문에는 풍수원 성당이 관할하는 공소이었는데,
성당으로 승격했다고 씌여 있었다.
성당을 나와 섬강을 건너 춘천으로 간다.
또 다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중간에 새로 생긴 홍천강 휴게소에 들러
핫도그, 통감자, 사이다를 사 먹는다.
나는 많이 돌아다녀 배고픈데,
성주는 아직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오늘 저녁을 안 먹어도 되겠다고...
성주는 소화가 잘 안 되어 놀 때에는
하루 한끼 먹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나는 미련하게 잘 먹는 편이다.
홍천강 휴게소에서 홍천강이 보였는데,
화양강 휴게소의 풍경보다는 못 해서 사진기에 담지는 않는다.
춘천으로 가는 차 안에서...
성주는 젊었을 때 만났던 여자 이야기들을 한다.
3년 넘게 사귀었던 여자
어느 날 그 여자가 주말에 회사까지 차를 태워달라고 해서,
주말마다 운전하기가 싫어서
그 날로 현찰 1,600만원으로 차를 사 주었다는 이야기
내가 너가 리차드 기어냐고 한마디 했다.
그 때에는 회사 월급도 많았지만,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춘천에 계시는 어머니한테도 아파트를 사 주었다는 이야기
제주도에 살 때에도 지나가다가 여자를 만나면
꼬셔서 자신이 제주도 여행 가이드를 했다는 이야기
성주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자는 많이 만났지만, 오래 사귀지는 못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긴 나도 그렇다.
여자를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또 육개월 이상 여자를 사귀어 본 적도 없다.
언어 장애, 모아둔 돈도 없고...
직장도 그렇고...
여자를 오래 사귈수록 부담이 점점 더 커지는 나
성주와 나는 그런면에서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친구이고...
다만, 성주는 여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나는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성주한테 이야기 하지 않았다.
중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남춘천역에서 성주와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에 헤어진다.
당일치기 횡성여행
지난번 당일치기 가평, 춘천 여행처럼
여행이 주가 아니라 이야기가 주가 된 여행이었다.
성주와의 끝 없는 이바구들...
그런 이바구들이 있어 행복했던 하루,
당일치기 횡성여행이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박4일 일본 간사이여행... 셋쨋날(5.21) (0) | 2018.05.30 |
---|---|
3박4일 일본 간사이여행... 둘쨋날(5.20) (0) | 2018.05.27 |
1박2일 강릉, 삼척여행... 둘쨋날(4.15) (0) | 2018.04.22 |
1박2일 강릉, 삼척여행... 첫쨋날(4.14) (0) | 2018.04.21 |
당일치기 이천 봄나들이(4.7) (0) | 2018.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