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 광석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본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 곳으로 가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내 동생이 구워준 감자에
Mascarpone 치즈를 발라
우유와 함께 먹는다.
구운 감자를 먹으면서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이 떠올라졌다.
배낭을 챙겨 집을 나온다.
오늘은 2박3일 부산여행을 가는 날
지난 여름 2박3일 진주, 김해 여행을 하면서
지난번 3박4일 창원 여행을 하면서
부산에 가고 싶었다.
하루쯤 일정을 만들어 부산에 갈 마음이었는데,
다른 일정에 밀려 그러지를 못했다.
부산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고,
그래서 자주 여행을 했던 곳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부산여행 일지
2011년 10월 1박2일 해운대, 송도, 태종대
2013년 2월 1박2일 경주 감천문화마을, 용두산, 동광동 인쇄골목
8월 2박3일 암남공원, 몰운대, 다대포, 광안리
2014년 10월 2박3일 양산 부산시민공원, 자성대
2015년 2월 4박5일 해운대, 청사포, 송정, 기장 용궁사, 죽성리 해송, 드림성당, 보수동 책방골목
2017년 6월 1박2일 영도 흰여울길. 부산시민공원, 송상현 광장, 이바구길
신도림역에서 서울역으로 오고...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와
흡연구역에서 담배 2대와 함께 캔커피를 마시고...
대합실 의자에 앉아 YTN 뉴스를 보다가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부산행 KTX(07:57)
멍하니 창 밖으로 펼쳐친 흐린 하늘과 전망을 내다보고,
틈틈이 KTX 매거진과
주강현님의 "풀어낸 비밀 속의 우리문화2"를 읽는다.
지난 3박4일 창원여행에서도 함께했던 책
책을 보는 시간들보다는 그저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는 시간들이 더 많다.
가끔 하늘 위로 새들이 날아가고...
힘들게 날아가고 있는 청동오리들과
우아하게 날아가는 백로
검은 모습의 까마귀들...
부산역에 도착
역 앞의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1층의 식당, 함경면옥에서 떡만둣국을 먹는다.
수제 만두라고 해서 김치만두인 줄 알았는데,
김치만두가 아니라 고기만두였다.
우리집 겨울철 별미, 만두
우리 어머니는 가을에 김장을 마치면
지난 김치들을 거둬 만두를 빚으셨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한겨울
반찬이 없으면 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런 낙이 없어졌다.
서운함
어머니는 나에게 커다란 산이었는데,
태산
만둣국을 먹으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리움
부산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노포역으로 간다.
부산에 자주 왔슴에도
이렇게 지하철을 타는 일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버스로 이동을 하였다.
노포역에서 방금 도착한 기장 2-3번 마을버스를 타고
아홉산을 찾아간다.
경륜장과 경마장이 함께 있는 금정체육공원을 지나고,
철마산 아래의 마을들을 지나
고갯길을 넘어 종점인 중리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이정표를 따라 아홉산을 찾아간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찾아갈려는 아홉산은 1,2월은 방학이라고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씌여있다.
또한, 입구의 도로는 무슨 공사중이었다.
대나무와 금강송과 한옥이 어울리는 아홉산
잔뜩 기대를 갖고 왔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좀 더 알아보고 왔어야 하는데,
대중교통만 알아보고 더 이상은 알아보지 못했다.
황당한 일
다시 중리마을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여행 첫날 오후시간을 그냥 날려버렸다.
종점슈퍼에서 콜라를 사 마신다.
분한 마을을 달랜다.
한참을 기다려
184번 반여 농산물도매시장행 시내버스를 타고
부산 시내로 들어간다.
반여 농산물도매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4호선 반여 농산물도매시장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동래역으로 가고,
동래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다대포항역으로 간다.
1호선 동래역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이어서
환승구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본의 아니게, 오늘은 부산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긴 여행길이 되었다.
다대포항역에서 내려 다대포항을 찾아간다.
가는 중에 갑자기 배가 고파
대복식당에서 병어구이로 이른 저녁을 먹는다.
병어회와 병어조림은 먹어보았는데,
병어구이는 이번이 처음이다.
병어가 작아 뼈를 발라먹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럼에도 맛있게 잘 먹는다.
내가 부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싼 가격으로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어서...
병어구이 세마리에 만원
이른 저녁을 먹고, 다대포항으로 간다.
바다, 바다 위의 작은 배들
어시장과 냉동창고
어수선하고 복잡한 거리
또 바닥도 지저분하다.
그런 모습들에 실망스럽기보다는
원래 삶이란 이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무질서함
그게 삶의 모습이자 삶의 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연한 질서 안에서 무슨 활기가 느껴질 수 있겠는가...
지저분하고 어수선하고 복잡함
그 안에서 그 나름의 질서가 잡혀가고,
삶의 생기가 띠어지는 것이겠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진기에 담지 않는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
팔자 좋게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서...
그래서 바닷길을 따라 바다만 내 사진기에 담는다.
항구 앞 갈매기들도 덩달아 바쁘기만 하다.
분주한 항구를 떠나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간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4년전에 다녀왔던 곳이다.
그 때에는 몰운대에 갔었었다.
이번에는 해지는 모습들을 내 사진기에 담을려고 간다.
길을 걷다가 아직 해가 질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
중간의 카페, Venga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카페
창 앞 탁자에 앉아 주강현님의 "풀어낸 비밀 속의 우리문화2"를 읽으면서
냉커피를 마신다.
카페를 나와 어두워진 다대포 해수욕장 데크길을 걷는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갈 것 같아 바닷가 가까이로 가지는 않는다.
낮에는 날이 좋았는데, 저녁 때는 날이 흐려지면서 해넘이도 없이 지나간다.
저 멀리 가덕도와 연대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그런 모습도 괜찮다.
적막강산
풍경은 말이 없고, 그 말 없슴에 나 자신도 말이 없어진다.
그저 사진을 찍고, 멍하니 바다를 내다본다.
바다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어두워진 거리를 지나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간다.
지하철을 타고 하단역으로 오고...
붉은 네온사인으로 어지러운 하단역 뒷골목으로 들어와
오늘 하룻밤 묵을 여관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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