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올 여름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읽느라고 시간을 보냈어요.
결코 얇지 않은 책이 세권이나 이어져서 읽는데 참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중간에 놀러다니고, 사이버 교육을 듣고... 그러다 보니, 더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 양이 만만치 않아 읽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루키의 대표작은 부피면에서 또한 시기적으로도 이 소설이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읽게 되었어요.
소설 속의 두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
20년 전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빈 교실에서 한번 손을 맞잡았던 두 초등학생들은 20년이 지난 시기에도 그 일들을 잊지 못하고 서로 그리워하고...
커서 덴고는 후카리에의 소설을 리라이팅하면서 1Q84로 빠지고
아오마메는 누군가를 저쪽으로 보내려 가는 도중에 막히는 도쿄의 수도고속도로에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 그 세계에 빠져요.
1Q84는 어떤 특별한 세계가 아니라 같은 세상이지만,
밤에는 달이 두개 뜨고, 리틀피플이 나와 공기번데기를 만들고, 리틀피플이 날뛰는 그런 비현실적인 세계이에요.
마더와 도터가 나오는 환상적인, 그러면서 우화적인 세계.
현실적인 세계에서 간간이 환상적이 이야기들이 무리없이 이어지고...
두 사람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게 돼요.
소설을 읽으면서,
내용에 있어서 많은 사건들이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밋밋하다고 할 정도로 느리게 일어나서 다소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대신에 문장들이 군더더기가 없고 탄탄하게 씌여져서 재미 없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은 그리 많이 들지 않았어요.
그 만큼 작가의 노련함, 능숙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고요.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자주 나타남에도 현실적인 부분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서 어색하기보다는 자연스러웠어요.
또한 등장인물들의 작은 행동들과 생각들도 세세하게 그려나가서 사건 전개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의식의 변화에 같이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또한,
"그는 서른 살이지만 자신이 어른이라고 인식해본 일은 없다. 그저 이 세계에서 삼십 년 남짓 살았다는 것뿐이다"
"올빼미는 숲의 수호신이고 현명하니까 밤의 지혜를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위와 같은 경구라고 할 수 있을 멋진 문장들이 많이 나와 읽으면서 문장 밑에 빨간 줄을 그었어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마루라는 등장 인물에 마음이 많아 갔어요.
조선인이면서 어린시절 사할린에서 일본으로 홀로 건너온 사람.
그 시절 고아원과 교화원과 폭력의 세계에서 살 수 밖에 없었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
그럼에도 틈틈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하여 아오마메에게 조언을 할 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줄 수 있었던 사람.
다마루라는 인물이 있어 더더욱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어요.
양도 많고, 빠른 사건 전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소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묵직한 소설을 읽은 것같아 마음이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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