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을 듣고...

자작나무1 2012. 11. 19. 13:04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을 듣고...

 

어느 시골에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가난이, 가정의 불화가, 외로움이 싫어

어느 새벽녘에

집을 뛰쳐나와 대도시로 도망을 쳤습니다.

 

대도시로 올라온 아이는

먹고살기 위해서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잠시 동안은 큰 돈을 훔쳐 흥청망청 방탕한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 아이의 도시 생활은

배고품과 술과 담배와 감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밤이 되면 고향집과 어머니가 보고싶어 자주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그럼에도 그의 생활은 거기에서 거기였습니다.

단순 노동에 적은 임금.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대도시에서 그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가난과 배고품, 외로움은

어린 시절부터 그를 따라다니는 친구같은 존재였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를 받아줄 직장도, 친구들도 사라져가고

어느날 문득

새벽에 떠나온 고향이, 어머니가 그리워 미칠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반백이 된 그는

다시 고향으로, 어머니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고향 마을

동네개들이 낯선 그를 몰라보고 마구 짖어댔습니다.

 

고향집은

몇십년 전 어린시절에 떠났을 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사립문은 밤이 깊은 시간이었슴에도 열려져 있고

마당 구석의 개집에서 늙은 삽살개가 나와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그의 기척에 놀라신

늙으신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몇십년만에 돌아온 아들을 받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가 늦은 저녁을 준비하시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랫목을 내주고

구석진 곳에 앉아서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몇십년만에 늙으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 목이 메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그저 묵묵히 밥을 먹었습니다.

그 동안 어머니는 옆방으로 들어가 아들의 잠자리를 봐 주시고...

 

아무 말없이 식사를 끝낸 아들은

어릴적 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방은

그가 어릴 때 떠났던 그 날과 똑같았습니다.

그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며, 새총이며, 구슬까지...

몇십년이 흘렀건만,

그의 방은 그 때에서 조금도 시간을 먹지 않았습니다.

집을 떠나기 전날 밤

부모님방에 있었던 돼지 저금통을 몰래 가지고와

아랫배를 잘라 잔돈을 꺼내고

찢어진 저금통은 책상 밑에다 숨겨 놓았는데,

그 저금통도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에서 반백의 중년이 된 그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머리를 기대고 소리를 죽여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까지의 삶을 후회하면서...

다시 되돌아온 고향과 집과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울음으로 들썩이는 그의 어깨 위로 조용한 음악이 흘러 나옵니다.

척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

그 음악은 그의 마음 안쪽으로 파고들어

마음의 한구석을 따뜻하게 뎁혀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