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Up Where We Belong"을 듣고...

자작나무1 2012. 11. 21. 13:00

"Up Where We Belong"을 듣고...

 

1989년 눈이 내릴 것같이 잔뜩 흐린 겨울 오후

춘천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가평에서 옷가게를 하는 아는 누나에게

가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나가 혼자 자취하는 방으로 전화를 거니

누나가 감기기운이 가득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나는 아파서 오늘 하루 가게 문도 못열고

감기약을 먹고 하루종일 자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자취방으로 갈까 이야기하자

왕짱구에서 꼬마김밥과 만두를 사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가평터미널.

터미널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구 쏟아지는 함박눈.

그 눈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누나가 있는 방으로 갔습니다.

노크를 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누나는 깜깜한 방안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누워 있었습니다.

테이프를 통해 방안을 가득 메우던 노래는

Joe Cocker와 Jennifer Warnes가 함께 부른

"Up Where We Belong"

누나는 내 기척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고

난 누나 옆에 조용히 누워

이 노래를 반복해서 계속 들었습니다.

 

밖에서는 어둠 속으로 함박눈이 마구 쏟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