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순흥 여인숙에 부치는 글

자작나무1 2013. 2. 12. 16:07

 

 

 

 순흥 여인숙에 부치는 글

 

 동대문 호텔 뒷편의 

비좁고 허름하고 지저분한 뒷골목의 끝에서 만난 허름한 여인숙

순흥 여인숙

 

직장도 구하지 못한 채 

세상을 욕하고, 저 자신을 욕하면서

비루먹은 개처럼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젊은 날의 자작나무를

불의의 순간에 만난 듯

멈칫거려지고,

머뭇거려지고, 

마음 한편이 안스러워졌습니다.

쓰라린 젊은 날의 편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춥고 배고프고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적은 돈으로 따뜻한 하룻밤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비록 크고 깔끔한 건물들에 밀려

막다른 뒷골목에

옹색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우리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순흥 여인숙을

따뜻하고 고마운 눈으로 쳐다보아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글이 다시금 떠올라지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그저 허름한 여인숙에서의 풋사랑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순흥 여인숙은

철딱서니 없게 요즘도 여인숙에 들어가 자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 저에게

무언으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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