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검은 비둘기에 대한 단상

자작나무1 2014. 2. 8. 07:13

검은 비둘기에 대한 단상

 

 우리 학교에는 비둘기가 자주 찾아옵니다.

학기 중 급식이 있는 날에는

음식 찌거기를 먹기 위하여

여러 비둘기들이 찾아오고...

아예 음식 찌거기를 바라보고

학교 5층 베란다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비둘기들도 있습니다.

 

 급식이 없는 겨울 방학에는

학교 울타리에 심은

쥐똥 나무의 까만 열매를 먹기 위하여

학교에는 사철 비둘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비둘기 중에

하얀 비둘기 한마리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하얀 깃털이

여러 얼룩이 묻어서

지저분해지고 검어진

비썩 마른 비둘기가

유독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지저분해지고 검어진 비둘기

젊어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허름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녔던

저의 젊은 날들이

그 비둘기를 통해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평화를 상징했던 비둘기

요즘은 도심 속의 유해조류로 전락한 비둘기

 

 가끔은 길거리에서

한쪽 다리가 없거나

날개죽지 한쪽이 망가진

비둘기들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유해조류 이전에

창공을 날아다니는 한마리의 새일텐데...

지저분해지고

몸의 일부가 상해있는 비둘기들...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들이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면

주위의 비둘기들도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야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에 모이를 못 찾아

얼어죽는 비둘기가 생긴다면,

하얀 비둘기가

지저분한 얼룩이 묻어

검어진 비둘기가 되었다면,

그런 곳에서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기는 힘든 것은 아닐까...

 

 학교에서 본 검어진 비둘기는

저에게 안쓰러움과 함께

많은 가슴 아픔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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