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마흔 넷)

자작나무1 2014. 2. 28. 20:35

선비와 산적두목(마흔 넷)

 

 대원군 집사가 주고 간

대원군의 서찰

 

 장문의 서찰에는

미천한 산적두목에게

최대한으로 경어체로 씌여 있어서

읽기에 거북할 정도였습니다.

 

 그 서찰에는

예전부터 산적두목의 명성을 알고 있었고,

못된 탐관오리의 재물을 뺏어

가난한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썼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마음속으로 존경을 하고 있었다고 써 있었습니다.

 

 또한

산적두목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준비를 했다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며,

 

 그런데 그 뜻을 도와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이 씌여있었습니다.

 

 지금 조선의 처지로서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옆나라 청이나 왜,

러시아나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하여

백성들이 하나로 뭉쳐

내부의 환란을 잠재우고

조선의 힘을 하루속히 키워야 할때라면서

 

 산적두목이 세우려는 새로운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조선을 바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이런 상황에서는

조선의 임금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조선이 조선으로서 살 수 있는 길이고...

조선의 백성이 조선의 백성으로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그 길에 산적두목도

자신을 믿고 힘껏 따라달라는

간곡한 청이 들어있었습니다.

 

 긴 편지를 읽어나가면서

시장사람들에게 대원군을 비하했던 어리석었던 자신이 떠올려지기도 하고...

대원군의 나라사랑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