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마흔 아홉)

자작나무1 2014. 3. 15. 19:07

선비와 산적두목(마흔 아홉)

 

 성난 군인들과

경복궁앞에서 헤어진 산적두목은

인정을 친지 오래되었슴에도

순찰을 도는 순라군들의 눈을 피해

청계천을 따라 길을 내려갔습니다.

 

 광교와 수표교를 지나고

오간수교를 지나

한참을 더 내려갔습니다.

 

산적두목도 그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채

무작정 청계천을 따라 길을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정처없이 걸어내려가는데,

어디선가 이 세상 소리가 아닌 것같은

피리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세상의 슬픔이 모두 고여 있을 것 같은 피리소리

 

 늦은 밤

뜻밖의 피리소리에 홀려

피리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키가 작은 사람 혼자서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키가 작아 나이조차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너는 누구냐고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 대답이 없는...

 

 그 사람은

산적두목이 가까이 다가와도

모른체하고

피리만 불었습니다.

 

 그 사람이 부르는 피리소리는

산적두목을 더더욱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 피리소리에 젖어

산적두목

그 사람옆에서

목놓아 통곡을 하고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의 슬픔을

모으고 모아 울러퍼지는 것같은

피리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