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마흔 아홉)
성난 군인들과
경복궁앞에서 헤어진 산적두목은
인정을 친지 오래되었슴에도
순찰을 도는 순라군들의 눈을 피해
청계천을 따라 길을 내려갔습니다.
광교와 수표교를 지나고
오간수교를 지나
한참을 더 내려갔습니다.
산적두목도 그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채
무작정 청계천을 따라 길을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정처없이 걸어내려가는데,
어디선가 이 세상 소리가 아닌 것같은
피리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세상의 슬픔이 모두 고여 있을 것 같은 피리소리
늦은 밤
뜻밖의 피리소리에 홀려
피리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키가 작은 사람 혼자서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키가 작아 나이조차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너는 누구냐고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 대답이 없는...
그 사람은
산적두목이 가까이 다가와도
모른체하고
피리만 불었습니다.
그 사람이 부르는 피리소리는
산적두목을 더더욱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 피리소리에 젖어
산적두목
그 사람옆에서
목놓아 통곡을 하고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의 슬픔을
모으고 모아 울러퍼지는 것같은
피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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