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쉰 하나)

자작나무1 2014. 3. 22. 07:21

선비와 산적두목(쉰 하나)

 

 산적두목과

밤새 피리만 불던 사람은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양지바른 마당 한켠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피리 부는 사람은

태어나면서 말벙어리라

산적두목의 물음에

땅바닥에 글을 써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식의 대화를 통해

피리 부는 사람은

연못에서 데려왔다는 이유로 이름은 강연이고,

나이는 스무살

삯바느질을 하시는 노모와

궁중에서 춤을 추는 누이와

경복궁옆 서촌에서 살고,

자신도 궁중에서 피리를 부는 일을 한다고

땅바닥에 글을 썼습니다.

 

 산적두목

땅바닥에 글을 써나가는

어린 강연을 바라보면서

웬지 친근감이 느껴지고,

나중에 다시 한번 만날 것 같다는

뜬금없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강연을

꼭 껴안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쉰을 넘은 자신이

어린 아들을 대하는 느낌

그런 느낌에 까마득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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