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시집 "모여살기" 중에서

자작나무1 2011. 9. 25. 19:54

젊은의 유서1                    박 영규

 

태어남이 인간의 뜻으로 되지 않듯이

죽음도 그렇게 이해하면 쉽다.

어느 순간이라고

정해지지 않은 죽음의 날들이

바람없는 겨울처럼 닥치면

모가지를 드리울 여가도 없이

쓰러지겠지

 

이제 사랑을 시작한 자들아

그대들의 연인들에게 네 진실을 고백하고

지워지지 않을 잉크물로

젊음을 기록해 두어라.

 

젊음은 오늘도 변함없이

성좌를 훔치기 위해

십자가 아래를 서성거리며

소크라테스의 독백을 찾는다.

 

교회당 강대상 너머

나체상으로 매달린 청년에게

"당신의 부활보다는 죽음이 더 진실했다"고

소리치고픈 것은

내가 신의 아들이 아닌 까닭이다.

누구든 신의 간섭을 받지않고

죽음을 가질 수 있다면

스스로가 신일 수 있었다.

 

때가 되면

신이 되기 위해 죽어야 하리라

부활로 인해

성서로운 죽음을 모독받고 싶지않다.

그저

소크라테스의 독백처럼

순전한 죽음으로 남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