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김재진님의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중에서

자작나무1 2011. 9. 25. 15:38

눈 오는 밤                   김 재진

 

 

편지를 쓴다

모처럼 하얀 종이위에 써 보는 편지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연필심따라

어디선가 환하게 눈 내린다.

미끄러지는 사람 있는지

까르르 입을 막는 여자의 웃음소리 들린다.

검은 세상의 하얀 약속들

누가 누구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에 몸을 담그는 거라

너는 가르쳐 주었다.

어느새 눈 그치고

사각거리던 편지도 마침표에 닿는다.

지치도록 걸어가도 집이 보이지 않던

젊은 날의 시간

아무도 몸 담그지 않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편지의 말미에 얼른

여전히 사랑을 믿지 않는다. 추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