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가을 단상(2)... 황금빛 가을 들녘

자작나무1 2011. 10. 17. 19:46

올 여름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려서 이번 농사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곤 했어요.

비도 문제지만 거기에다 일조량이 부족하여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을 받으며 자라야할 벼며, 농작물들이 생육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한거죠.

실제로 몇일 전에 신문을 보니, 올해는 평년보다 약30% 수확량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여튼 그런 무자비한 여름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이 나마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농사를 직접 짓는 농부님들의 입장에서는 저의 생각과는 물론 다를 수도 있겠지요.

일기불순으로 인하여 농사를 망치면 농사 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망치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시골에 가면 황금빛 들녁이 펼쳐져 있어요.

그간의 사정으로 인해 더더욱 황금빛 들녘이 고맙고 또 고마워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랑 가을날 들판을 거닐 때 꼭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누런 들판을 보면서 꼭 하시는 말씀이 생각나네요.

저 들판을 보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저도 어린 꼬마에서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다보니, 그 말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씀 속에는 봄부터 여름 내내 고생하셨을 농부님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 그런 것이 들어있지 않았을까요.

또 요전에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에는 이런 글이 있더라고요.

한국의 논과 밭은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이라고.

그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탁견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농부님들의 피와 땀이 묻혀진 정원...

그런 의미에서 황금빛 들녘은 인간들의 노동과 자연의 순환으로 일궈낸 최고의 결실인 셈이죠.

올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그런 들녘을 구경하러 한번 가보고 싶어요.

가서 가을도 느껴보고, 농부님들의 노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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