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

자작나무1 2011. 10. 22. 21:21

오늘은 오전에 학교에서 시험관리를 하고, 오후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대회에 참석하였다.

우선, 서울시청 앞 광장에 대해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

광장이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공간인데, 정치적인 모임이라는 이유로 진입을 막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같다.

그런 식이라면 왜 광장을 만들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과연 광장이 무엇인지 광장의 의미마저 모른 채 광장을 만들었는지...

2천년 전 그리스에 있었던 광장(아고라)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모이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각종 요구가 넘쳐났던 곳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크라테스는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고, 그런 가운데 각종 의견과 요구들이 쏟아지고...

그것이 결국 그리스를 민주주의의 원조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2천년후  대단한 대한민국에서는 광장을 만들면서 정치적인 집회는 불허하는... 광장에 대한 모독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정치적인 것인데, 그것을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허하고, 불허하고...

다시 2천년 후 후세 사람들은 오늘날의 서울광장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정치사의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될지...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 중에 비정규직 문제도 소홀히할 수 없는 그런 문제이다.

여기저기서 비정규직의 해고와 탄압이 일어나고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노상천막이 쳐지고 노상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의 기륭투쟁도 그런 비정규직의 문제 중에 빠질 수 없었던 문제였고,

지금도 동희오토, 재능, 현대자동차 성희롱사건 등 많은 곳에서 농성과 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도 처음에는 파견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그 다음에는 비정규직을 자르고, 더 나아가 정규직마저 해고시키는 일이 벌어졌고,

현대자동차에서는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들을 성희롱하고, 그에 항의하자 가차없이 잘려버리고, 하도 억울하여 인권위, 여성부, 대법원에 제소해서 성희롱에 대한 판결이 이루어졌음에도 가해자들은 버젓이 회사에 다니고, 피해자들은 차가운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정의... 그런 것은 너무 거창하고,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학대, 거기에 항의하면 해고...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나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사실 회사를 만들고 회사의 사장, 회장 정도 된다면, 좋은 물건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이익을 추구하여야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자기 회사의 노동자들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적은 임금을 주면서 그것으로 이윤을 챙길려고 하다니... 정말 자본주의의 가장 나쁜 점들만 배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을 이간시키고,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결국은 회사의 입장에 고분고분한... 그런 말 잘 듣는 기계를 만들려고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런 자본의 횡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니, 노동의 유연성 확대니, 말들은 뻔지르하지만, 결국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줄여서 자본가들의 뱃속만 채우려는 얕은 술책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노동의 가치가, 노동의 소중함이 점점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현실을 방치한다면 끔직한 상황이, 야만의 자본주의가 판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한 노동자가, 피해를 본 비정규직의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

이런 불공정한 일들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그 외 집단의 연대, 그리고 투쟁만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고, 1%의 사람들을 위한 말도 안되는 미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당연히 많이 모여야하겠지만...

집회가 끝난 후에는 청계광장까지 가두행진도 있었다.

이런 모임이, 집회가 하나의 큰 물결을 이루어서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그것은 우리사회의 희망을 키우는 작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