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없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2)

자작나무1 2011. 10. 23. 10:10

나도 한동안 비정규직 용역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큰 건물의 시설관리를 하였는데, 그때 월급이 53만원(2001년)이었다.

그 때는 주로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경력 없이 근무하게 되어 월급이 작다고 생각하지 못 하고, 그저 일자리를 얻은 것만 마냥 행복해했었다.

그 때 나랑같이 근무했었던 사람들도 근무경력이 나보다 훨씬 많았슴에도 월급은 아마 80만원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일이 쉬웠다고 하더라도 그 월급으로는 가족을 꾸려나가기가 무척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나하고 같이 당직도 섰던 50대 초반의 기사님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랜드에 놀러갔는데, 오전에 아이들에게 놀이기구를 태워주고, 밖에 나와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이미 놀이기구 타는데 돈을 다 써버려서, 그러니까 돈이 없어서 근처 중국집에 데려가서 아이들은 자장면 보통을 시켜주고, 그 기사님과 부인은 아무 것도 시켜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같이 먹자는 말에 그 어머니와 아버지는 중국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둘러대면서 아이들의 먹는 모습만 지켜보고... 중국집을 나와서는 바로 집으로 달려와서 라면에 찬밥을 말아서 허겁지겁 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라면에 찬밥을 말아 먹으면서 웬지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고...

우선 못난 아버지로서의 자책감...

매일 출근에 몇일에 한번씩 야간당직을 서면서도 온 가족이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일 수 없었다는 가장으로서의 자괴감...

1960년대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도 아니고,

1970년대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억제하던 개발독재시대의 이야기도 아니고,

매스컴에서 맨날 21세기가 시작되었다고 떠들던 2001년 5월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나도 그렇고 그 이야기를 들려 주시던 기사님도 그렇고 이런 개인적인 문제가 결국은 우리사회의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라는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 했다.

그저 못 배우고, 공부 안 하고, 그런 자신의 문제로 생각했었었다.

많은 시간들이 지나고, 점차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의 전면에 떠오르면서 새삼 지난 일들이 떠올려졌고,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람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오늘날의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이면에는 이런 비정규직의 아픔이 숨어있다고 생각된다.

 

비정규직... 하루 빨리 없애야만할 우리 사회의 독소조항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 하게 하는 제도...

몇푼의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반인간적인 제도...

노동의 신성함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멍들게하는 반노동적인 노동제도...

더 나아가서는 우리사회의 미래를 갉아먹는 이런 제도는 없어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