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영화 "극장판 검정 고무신 : 즐거운 나의 집"을 보고...

자작나무1 2023. 2. 14. 07:16

 

 229. 영화 "극장판 검정 고무신 : 즐거운 나의 집"을 보고...

 

 중학생 기철이는 아버지가 주신 육성회비를 학교에 내지 않고 써 버린다.

 어쩔 수 없는 강요에 의한 것이지만, 동네 깡패형들에게  음식을 사 주고

마음이 있던 숙이에게 잘 보일려는 마음으로 빵을 사주고...

다음에 또 만나 숙이에게 또 빵을 사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 기영이에게도 부모님께 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짜장면을 사 준다.

그러면서 학교 수업료는 점점 없어져 간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

아버지께 혼날 생각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결국 가출을 한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고,

작은 거짓말, 작은 부정이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큰 사건으로 변한다.

 

 아버지가 주신 기성회비를 벌여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기철이는

거리에서 구두닦이를 하는 용수, 용식 형제를 만나

그들의 구두닦이 일을 도우면서 지낸다.

다행히 밖에 나가 나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인데...

매일 라면을 먹는 고단한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다방에서 닦을 구두를 가져온다.

그런 생활도 잠시,

어디에서 깡패들이 찾아와 용수, 용식 형제가 그 동안 모은 돈을 빼앗고,

구두닦이 자리도 빼앗긴다.

다른 사람들이 그 곳에서 구두닦이를 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용수, 용식 형제는

가게에서 가죽지갑을 사

서울보다는 텃새가 덜한 대전역 근처에서

다방을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에게 가죽지갑을 판다.

기철이의 재치로 돈 많아 보이는 사람에게 

가죽지갑을 500원에 팔아 

고기를 먹는 호강도 누리지만,

대부분 돈이 없어 하루 한끼도 먹지 못 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착한 용수는 피를 팔아 동생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한다.

차츰 지갑 파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돈도 벌고, 배도 곪지 않고, 여인숙에서 자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기철이 어머니는 기철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시고,

기철이의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의 말을 쫓아 대전까지 내려 오셔서

대전역 근처의 다방을 돌아다니면서 기철이를 찾고...

 

 어느 날,

용수는 기철이에게 수업료를 주면서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면서

기철을 여인숙에 혼자 남겨두고

용수, 용식 형제는 기철이를 떠난다.

기철은 대전역에서 서울로 가는 기찻표를 살려는데,

그만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소매치기 당한다.

우째 이런 일이...

그 순간 내 마음이 답답해졌다.

 

 실은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나도 기철이처럼 가출 중이었는데,

그래서 대전역 앞에서 돈이 없어

여관 골목 안쪽의 허름한 식당에서 하루 한끼 식사를 하고,

밤에는 12시에 다방에 들어가 커피 한잔 시키고 밤을 새운 적이 여러번 있었다.

또 서울에 갈려고 대전역에 들어갔는데,

그 곳에서 기철이처럼 지갑을 몽땅 잃어버렸다.

그 때의 막막함....

 

 결국 기철은 걸어서 서울로, 집으로 갈 맘을 먹고,

걸어서 서울로, 집으로 돌아간다.

기철이 걱정에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 하던 어머니는

밤에라도 기철이가 돌아올까 대문을 잠그시지 않고...

기철이가 없는 빈 방에 연탄불을 놓으셨다.

내가 가출 동안 우리 어머니도 저렇겠지 하는 맘에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도 짠해졌다.

 

 보통 철이 없는 10대에 가출을 하는데,

난 직업없이 카드를 쓰다가 카드 빚에 몰려,

30대가 되어서 가출을 시작했고,

여러번 가출을 하여

우리 부모님 마음을 퍽이나 많이 썩이게 만들었다.

못된 자식

그래서 어머니는 나 때문에 속병이 깊어지셨고,

그래서 일찍 돌아가셨다는 죄책감

그러면서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많이 떠올라졌다.

 

 나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렇게 나의 철 없었던 젊은 날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래서 나를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어리석었던 나의 젊은 날들을 반성하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 "극장판 검정 고무신 : 즐거운 나의 집"

 

 영화 "극장판 검정 고무신 : 즐거운 나의 집"

 감독 : 송 정율님     원작 : 이 영일님, 이 우영님      음악 : 방 용석님

목소리 : 박 지윤님, 오 인실님

2022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