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우리가족 유럽여행 ... 다섯쨋날 ( 2월 13일)

자작나무1 2024. 4. 1. 06:33

 방에서 자고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창 안으로 아침

햇살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기분 좋음

창 밖으로는 도로 사이로 커다란 종려나무가

자라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 너머로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사촌 동생이랑 바닷가에 나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넓게 넓게 펼쳐진 바다. 역시

바다는 지중해이다.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바다, 바다

 어떤 흑인 아저씨가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지나가고... 난 그 소리에 까뮈의 "이방인"을

떠올린다.

 바닷가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즐기시는 사람들, 절로 

휴양지 분위기가 난다. 그것도 고급 휴양지

 방으로  들어와 아침 식사를 한다. 테라스에서의 

아침 식사. 프랑스답게 각자의 밥 옆에는

물 대신 콜라가 놓여 있고... 따뜻한 남국의 

햇살과 바다를 보면서 아침 시간을 즐긴다.

 

 

 식사 후 각자 나갈 준비를 한다. 호텔 앞

Fabron 트램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고

종착지 Port Lympia 트램 정류장으로 간다.

 정류장 앞의 바다, 따뜻한 햇살에 부드러운

바닷바람. 넘실거리는 바다에 푸르른 빛.

역시 바다는 지중해이다. 작은 어머니께서

작은 아버지가 항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

으시니까 뱃사람처럼 찍으시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 이야기에 난 그리스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린다.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여자, 과일, 이상...... 이 세상에 기쁨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따사로운 가을날 낯익은 섬의 이름을 외며

바다를 헤쳐 나가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쉬 천국에다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어서 나는 좋아한다.

 그 곳 만큼 쉽게 사람의 마음을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옮겨 가게 하는 곳은 없으리라. 꿈과

현실의 구획은 사라지고 아무리 낡은 배의

마스트에서도 가지가 뻗고 과물이 익는다.

그런 현상이 그리스에서는 필요가 기적의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옮김 p.26

 

 해변을 올라와 버스 정류장에서 607번 모나코행

시내버스를 타고 모나코로 간다. 창 밖으로 푸르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언덕 위에는 그리스식 집들이

즐비하다. 주황색 지붕에 회벽. 마당에는 곧게 자란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다. TV나 블로그에서 자주 보았던

풍경. 내가 이런 풍경들을 실제 보리라고는 미처 몰랐고...

 창 밖으로 바다를 보면서 모니코로 간다.

 나도 여행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언코,

내 생애 가장 아픔다운 풍경이고, 길이다. 그런 풍경에

스스로 기뻐하면서 모나코로 간다. 나중에 니스에 온다면,

모나코까지 걸어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시간 동안의 행복한 버스 여행

 

 

 모나코 도착. 키 큰 나무들로 둘러쌓인 공원

안의 산책로를 따라 언덕길을 내려가고...

이 곳은 전세계 나무들이 다 자라고 있는 것 

같다. 호주와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 인도의

반 얀 트리, 전세계의 멋진 나무들을 모나코

왕국에 초대한 것 같다.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와 레니에 대공.

오드리 헵번을 비롯해 그 당시 영화 배우 사진

들이 크게 걸려 있고, 작은 엄마는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가 되었으나, 불행했고,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함께 탔던 딸은 하나도 다치지 않아

모나코 왕비의 죽음에 의혹이 많았다고 이야기

해 주셨다.

 아래 광장에는 카페와 잎 마당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그 많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가득히 앉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지만, 길 거리

파라솔 아래에서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모습

들이 가장 유럽적인 모습이라고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밥을 먹는 것을 꺼리는

습성이 있지만, 개인주의 사회, 유럽인들은 그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자기 식대로,

제 멋대로 사는 것 같다.

단,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

길거리에서도 파란 불이 안닌데도, 차가 없으면,

그냥 건너고, 좀 심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많은

버스 정류장에서도 태연히 담배를 피운다.

 그래서 몇일 동안 파리에 있으면서, 흡연자와

개들의 천국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몬테카를로 카지노 Monte Carlo Casino를

통과하고, 모나코 대공궁을 찾아간다.

해변의 요트들. 작은 어머니는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이 많다고말씀을 하신다.

왕궁은 언덕 위에 있다.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고... 작은 어머니는

오름길에 힘들어 하시고... 힘들게 계단길을

오르시는 작은 어머니를 보면서, 오래 전에

작은 집 식구들이랑 제주도에 놀러 갔었는데,

중문 색달 해변에서 계단길을 힘들게 오르시던

어머니가 떠올라졌다. 이번에 여기에 어머니도

함께 오셨으면, 우리 어머니는 얼마나 좋아하

셨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덕 위에서는 바다와 모나코 시내와 산 위의

집들이 전체적으로 잘 보이고...

 파노라마 뷰 오브 모나코

 Panorama View of Monaco

 아름다운 모나코 전경...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모나코라는 샹송을

마음 속으로 부르고 있었다.

 파리에서는 비가 내리고 날이 좋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날이 참 좋다. 화창한 날씨,

거기에 신선한 바람

남국의 태양 아래에서 과일이 익어가고, 나무들이

자라는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동생 말대로 여행의 모든 것은 날씨가 좌우한다.

 모나코 국기가 걸린 모나코 대공궁

 Prince's Palace of Monaco

 우리는 건너편 골목길을 통해 대성당을 찾아간다.

모나코 대성당 Cathedral of Monaco

 유럽에는 마을마다 성당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유럽 여행 시 신자가 아님에도 성당을 많이 찾아

다니게 된다. 사촌 동생 말처럼 1일 1성당이다.

나에게 유럽 여행은 또 다른 의미에서 성지 순례이다.

 

성당을 나와 언덕길을 내려오고, 버스 정류장에서 

607번 니스행 버스를 타고 니스로 돌아간다.

아침보다 승객이 많았고, 그럼에도 앉은 자리가 

있었음에도 서서 창 밖을 보면서 니스로 간다.

모나코에서 니스로 가는 길은 서서가는 불편을

감수하고 창 밖을 내다봐야할 만큼 아름다운

길이었다. 내 동생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서서

갔다. 

 종점에서 내려 Port Lympia 트램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고 Fabron 트램 정류장에서 내리고,

우리 가족이 하루 묵었던 adgio apart hotel에서

맡긴 짐을 챙겨 다시 트램을 타고 니스 공항

제2터미널로 간다.

터미널에서 배네치아행 easy jet(19:45)을 타고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 나온다.

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입국 수속이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내 동생에게 물어보니, EU 국가간

이동에서는 그런 절차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 말에 EU는 한 나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에

비해 많이 뒤떨어진 유럽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ECC라는 모임을 만들고, 우여곡절 끝에 하나가 되었다.

난 나대로 나라들이 유럽이라는 큰 들에 모여 있고,

같은 역사적 경험, 고대 로마의 지배, 중세, 근대,

식민지 개척과 산업혁명, 현대 2차례의 세계대전과

이념 대립 - 공통의 역사적 경험과 낙후한 경제를

살릴려는 필요성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같은 여행객들이 조금은 편하게 국경을

넘고, 나라가 달라도 유료화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고... 우리도 조금은 EU의 덕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공항 버스를 타고 

우리가 묵을 숙소를 찾아간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을 지나 찾아간 BARBATO

ROOMS. 내 동생이 숙박공유웹(에어 BNB)에서

찾은 집이다. 

처음 방에 올라와서 방을 보면서, 우리가 묵을 방이

아니라 구경하는 집인 줄 알았다. 아주 넓은 집

넓은 거실에는 오래된 가구들이 놓여 있고, 벽 마다

그림들이 걸려 있어 개인 집이 아니라 조그만

화랑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안내하는 아저씨는

일부의 가구들은 300년이 넘은 물건들이라면서

그곳은 구경만 하고, 만지지는 말라고 부탁을 한다.

자그마한 미술관 같은 집

그렇다. 문화라는 것이 거리에 오래된 멋진 건축물

들이 있다고, 미술관이 많다고 문화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집 안에 미술품이 걸려 있고,

오래된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고, 책들이 쌓여 있는 것

문화라는 것이 돈이 있어야 생기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돈이 많다고 무조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

오래된 이탈리아의 가정집에서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각자의 짐을 챙기고, 난 거실의

탁자에서 공책에 여행기를 적으면서 밤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