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윤재철님의 시 "아버지"

자작나무1 2011. 7. 31. 09:18

 

아버지

                              윤 재철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이 점차 혼미해지면서

아버지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거기서 아버지는 몸부림치며

집으로 가자고 소리쳤다

링거 주삿바늘이 뽑히고

오줌주머니가 떨어졌다

남자 보조원이 아버지의 사지를

침대 네 귀퉁이에 묶어버렸다

 

나중에는 의식이 없어

아무 말도 못하면서

짐승처럼 몸부림만 쳤다

팔목이며 발목이 벗겨지도록

집으로 가자고

 

고향도 아니었다

집이나마나 창신동 골목길 셋방이었다

 

 

...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그리운 곳은 집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가장 그리운 곳은 병원이 아니라 집이다. 비록 단칸방일지라도 내가 몸 부비고 채취를 풍기던

    내집이 가장 편안하다. 집은 내 육체와 정신의 천국이자 안식처다.

 

 

*** 언젠가 이 짧은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의 몸부림... 가고자 하던 집... 그 집은 큰 집도 아니고, 자기 소유의 집도 아니고, 그저 창신동 골목길 셋방... 아버지가 가고자 했던 곳은 그런 방, 일상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이 시 속에서도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차마 골목길 셋방만한 일상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