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여행

공주 우금치

자작나무1 2012. 6. 24. 09:05

 어제는 아는 형이랑 공주에 있는 산에 갔어요.

공주버스터미널에서 공주경찰서로 와서 그 옆의 산길로 산으로 들어갔어요.

경찰서앞의 안내도에는 공주대로라고 씌여 있더라고요.

뭐 이름이 그렇게 거창한지...

길은 대로라는 말이 맞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참 좋더라고요.

다만, 오르내림이 심해 작은 산치고는 체력소모가 심했어요.

또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리봉을 지나치고, 길게 길을 따라 내려오니 우금치에 도착했어요.

우금치...

갑오년 동학농민전쟁 당시 이 고개를 통해 서울로 올라가려던 농민군들이

관군과 청나라, 일본군대에 막혀 무참히 막을 내려야했던 역사적인 고개.

외세의 침입과 지방의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맞선 농민군들의 대규모 투쟁.

그러나 농민군이라는 한계에 의해 무참히 깨져 버린 동학농민전쟁.

이제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우금치 마루에는 그저 무성한 나무들과 풀밭만이

유월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또 하나 우금치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어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이 산하에"라는 노래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없는 통곡이었거든

  불타는 녹두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위에 아침햇살 춤춘다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우금치 마루에 세워진 대나무로 만든 조형물

그런데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이런 조형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다만, 대나무를 보면서,

조정의 선비들이 대나무숲안으로 들어가면, 풍류가 되고 시가 돼지만,

성난 농민들이 대나무숲안으로 들어가면, 죽창이 되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되고, 성난 파도가 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구석에는 이런 목장승이 서 있더라고요.

이 곳의 장승님들은 궁평항의 목장승처럼 크게 웃고 있지 않더라고요.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있어서 그런가봐요.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그 날의 분노와 농민들의 눈물은 아직도 줄어드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날의 대장군, 여장군.

"한미FTA폐기대장군" "비정규직철폐여장군"

세상의 시끄러운 일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산으로 왔지만,

그럼에도 세상일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나봐요.

또 하나, 갑오년 동학농민전쟁 당시의 농민군들이 바라던 세상과

이런 오늘날의 장승을 만든 사람들이 바라던 세상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장승을 바라보면서 저도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었어요.

 

 

 역사적인 아픔이건, 오늘날의 복잡한 일들에는 아랑곳없이 우금치마루는 그저 평온하였어요.

어쩌면 자연은 역사며, 현실의 일들과는 상관없이 그저 무심하기만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자연속에 또다른 의미들을 구겨넣는 것들조차도 한낱 인간의 이기심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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