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을 보고(둘)...

자작나무1 2023. 9. 15. 06:46

 

 265.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을 보고(둘)...

 

 나, 두지

내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꼬였어.

엄마는 홍등가의 매춘부이었고,

내가 크면서 더 이상 홍등가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는 어린 나를 데리고 경극장으로 데려갔어.

경극장 사부는 나를 육손이라고, 운명이 아니라면서

날 거절했지만,

엄마는 나의 손가락 하나를 자르고,

무작정 경극장에 맡기었어.

비정한 엄마

아이들은 홍등가의 아이라고 나를 놀리고...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익히고...

매일 매를 맞으면서 경극을 익혔어.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옆의 아이는 이제는 매를 맞아도

아프기 대신 간지럽다고 이야기 했어.

그 말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지

어느 날, 친구랑 경극장을 도망쳤지만,

거리에서 경극을 보면서

난 경극 배우로 성공하기로 마음 먹었어.

그 어린 나이에 그게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지

도로 경극장을 찾아가고,

모진 매를 맞았지만, 난 아프다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

그 나이에 오히려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

결국 난 경극 배우로 성공했어

패왕별희의 우희

꼬인 인생은 계속 이어졌어.

남자이면서도 여자 역할을 해야했고,

높으신 어른들은 나를 여자로 알고,

침실로 데려갔어...

난 패왕역의 시투를 좋아했지만,

시투는 공연 후 술집을 다니더니만,

술집의 여자하고 결혼을 하고, 살림을 차렸어.

그런 시투가 미웠고...

일본군이 쳐들어오고...

이젠 일본군 앞에서 경극을 했어.

일본군 장교는 경극을 이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다시 일본군이 물러가고, 중국군이 들어왔어.

격동의 시대

중국 군인들은 일본군 앞에서 공연을 했다고,

일본군 장교와 가까이 지냈다고,

법정에서 나를 몰아세웠고,

난 경극을 일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어.

그게 잘못이라고는 생각 못 했지...

장 개석 부대가 대만으로 쫓겨나고,

중공군이 들어왔어.

이젠 중공군 앞에서 경극을 펼쳤어.

문화 대혁명

젊은 아이들(홍위병)이 나와 시투를 끌여다가 공개 재판을 벌였어.

욕을 하고, 때리고, 서로 공개비판을 하라고 윽박질렀어.

난 시투가 술집을 다니고, 술집 여자와 결혼했다고,

시투는 내가 일본군 장교와 가깝게 지냈다고 이야기 했어.

난 내 인생이 송두리째 무시 당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런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아편에 빠졌어.

사부님을 만나고, 사부님한테, 그것도 나이 드신 사부님한테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매를 맞으면서 정신을 차렸고,

아편을 끊고, 다시 무대에 올랐어...

아내의 성화로 과일 장사를 하던 시투와 함께...

모 택동 시대가, 사인방 시대가 지나고...

1990년에 북경에서 커다란 경극 축제가 벌어지고...

천 카이거 감독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어.

경극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온전히 담겨 있었어.

그 영화를 보고나서 난 엄청 많이 울었어.

지난 시기, 격동의 세월을 모질게 이겨냈던 내가, 우리가 

슬프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하여튼 이 영화로 난 내 인생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감독 : 천 카이거

출연 : 장 국영, 공 리, 장 풍의

           지앙 웬리, 갈 우, 오 대유, 잉 다, 댄 리

1993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