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산적두목

선비와 산적두목(서른 여덟)

자작나무1 2014. 2. 3. 12:49

선비와 산적두목(서른 여덟)

 

 마을 위

양지바른 터에

번듯하게 지어진

귀양에서 풀린 선비의 집

 

 선비의 집이 완성되자

온 마을사람들이 모여

선비의 집 마당에서 잔치를 벌였지

 

 저녁부터 시작한 잔치는

자정이 넘어서도 계속 이어졌고

술과 흥에 겨운 마을사람들은

마당앞에서 넘실넘실 춤을 추었지

 

 밤이 깊어가면서

어느 바다에서 올라왔는지

늙고 커다란 거북이 한마리 마당앞으로 나타났지

 

 마을사람들은

잔치마당앞에 나타난 거북을 보고 놀랬지

그러면서 우리 동네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면서

늙은 거북에게 막걸리와 먹을 것을 갖다 주었지

 

 늙은 거북은

천천히

천천히

술과 음식들을 먹었지

 

 다 먹은 후에는

또 천천히

천천히

마을사람들에게 인사를 올렸지

 

 그에 맞춰

마을사람들도 거북이에게 인사를 드렸지

 

 거북이는

뒤를 돌아

천천히 천천히

바다를 향해 내려갔지

 

 마을사람들은

바다를 향해 가는 거북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을의 평안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