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님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고... "관덕정 광장에서 읍민이 운집한 가운데 전시된 그의 주검은 카키색 허름한 일군복 차림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집행인의 실수였는 지 장난이었는지 그 시신이 예수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에 높이 올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더욱 그랬던지 구경하는 어른들의 표정이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심란해 보였다. 두 팔을 벌린 채 옆으로 기울어진 얼굴. 한쪽 입귀에서 흘러내리다 만 핏물 줄기가 엉겨 있었지만 표정은 잠자 는 듯 평온했다. 그리고 집행인이 앞가슴 주머니에 일부러 찾아놓은 숟가락 하나. 그 숟가락이 시신을 조롱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보고 웃 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하여 그날의 십자가와 함께 순교의 마지막 잔영만을 남긴 채 신화는 끝이 났다. 민중 속에서 장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