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95

현기영님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고...

현기영님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읽고... "관덕정 광장에서 읍민이 운집한 가운데 전시된 그의 주검은 카키색 허름한 일군복 차림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집행인의 실수였는 지 장난이었는지 그 시신이 예수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에 높이 올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더욱 그랬던지 구경하는 어른들의 표정이 만감이 교차하는 듯 심란해 보였다. 두 팔을 벌린 채 옆으로 기울어진 얼굴. 한쪽 입귀에서 흘러내리다 만 핏물 줄기가 엉겨 있었지만 표정은 잠자 는 듯 평온했다. 그리고 집행인이 앞가슴 주머니에 일부러 찾아놓은 숟가락 하나. 그 숟가락이 시신을 조롱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보고 웃 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하여 그날의 십자가와 함께 순교의 마지막 잔영만을 남긴 채 신화는 끝이 났다. 민중 속에서 장두..

나의 이야기 2017.03.26

미국의 흑인 소녀에게 보내는 글

미국의 흑인 소녀에게 보내는 글 오늘 아침에는 우리학교 6학년 학생들의 진단평가지를 인쇄하였습니다. 국어 시험지를 인쇄하는데, 네모칸 안에 글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흑인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 버스 안에서 맨 뒷좌석에 앉은 어머니와 딸 백인 학생들은 뒷쪽을 바라보면서 비웃었고 그들끼리 흑인 모녀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습니다. 흑인 딸은 몹시 언짢은 표정을 지었고 어머니는 버스 안에서 앉아가는 것도 다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중간의 버스정류장에서 백인 가정집의 파출부로 일하러 가기 위해 내렸고 딸은 고개를 숙인 채 학교까지 갔다고 씌여 있었습니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최고라는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은 오래된 일이 되었고, 백인이나 흑인에게 인종차별은 내재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되고..

나의 이야기 2017.03.08

목포 유달산에서...

목포 유달산에서... 오늘은 겨울날씨답지 않게 날이 무척이나 맑았습니다. 적당히 바람이 불고 멀리까지 잘 보이는 날 사진 찍기 좋은 날 여행하기 좋은 날 목포 유달산에서도 목포 시내와 바닷가가 멀리까지 잘 보였습니다. 목포 유달산에서 바라본 전망 도시에서는 집과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목포대교가 지나가는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들... 옹기종기 목포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옹기종기라는 말이 떠올릴 정도로 정겹고 따뜻해 보였습니다. 또한 우리 사람들도 집이나 건물처럼 남해안의 섬들처럼 옹기종기 사이좋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멋진 전망 앞에서도 어수선한 우리나라가 빠지지 않고 끼어들었습니다. 산 위에서는 산 밑의 일들은 떠올리지 말아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

나의 이야기 2017.02.24

교장 선생님의 퇴임사를 듣고...

교장 선생님의 퇴임사를 듣고... 어제 오후에는 우리학교 교장 선생님의 퇴임식이 있었습니다. 행사 후에는 교장선생님이 교장선생님답게 길게 퇴임사를 하였습니다. 전쟁 이후에 태어나셔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국민학교를 다녔던 어린시절 어느날 선생님이 꿈을 적으라고 해서 자신은 꿈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말씀 앞의 친구가 꿈 앞에 선생님과 간호사를 적어 자신도 앞의 친구를 따라 선생님이라고 적었다는 이야기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상업학교를 나와 은행원이 되고자 하였으나, 옆의 친구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에 간다는 말을 들으시고, 자신도 교대에 들어가셨다는 말씀 어쩌다 선생님이 되었고, 어쩌다 교감선생님이 되었고, 어쩌다 교장선생님이 되었다는 말씀 이번에는 어쩌다가 아니라 시간에 밀려 퇴임식을 치르게 되었다는..

나의 이야기 2017.02.15

1월의 제주

1월의 제주 검은 돌들로 사방을 막은 밭담 안에는 파릇파릇 보리이삭이 돋아나고... 섭지코지 언덕 위에는 노란 꽃들이 꽃밭을 이루고... 제주 곳곳에 심어진 남도의 꽃, 동백 붉은 동백꽃이 피어 있고... 한림공원 비탈진 숲 속에는 노란 수선화가 꽃밭을 이루는... 꽃밭 가운데에는 매화가 매화꽃을 피우는...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도착한 봄 그 봄을 볼 수 있는 따뜻한 남도의 섬 제주도 1월의 제주

나의 이야기 2017.02.08

젊은 날의 아버지와 이중섭의 "소"

젊은 날의 아버지와 이중섭의 "황소" 설 연휴기간을 이용해 우리 가족들은 제주도로 4박5일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셋쨋날 서귀포항 근처의 횟집에서 푸짐한 점심을 먹고 근처의 이중섭 거주지와 미술관을 구경하였습니다. 이중섭 미술관 2층에는 이중섭의 그림 "황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중섭의 "황소" 그 그림은 제 눈에 익은 그림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방에 걸려 있어 어릴 때부터 자주 보았던 그림이었습니다. 젊은날의 우리 아버지 아침마다 이 그림을 보시면서 당신을 채찍질하시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졌습니다. 달려 앞으로 앞만 보고 앞으로 달려... 너는 이중섭이 아니야 가난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병마로 시달리는 이중섭이 아니야 너는 너야 앞으로 세상을 향해 달려 매일 아침 이 그림을 보시..

나의 이야기 2017.02.01

눈 쌓인 거리

눈 쌓인 거리 새벽에 쏟아진 눈 오래간만에 서울에 눈이 많이 내렸다. 내리고 또 내리고... 쌓이고 또 쌓이고... 눈에 파묻힌 거리가 눈에 덮어 따뜻하게 보인다. 눈이불을 뒤집어쓴 거리, 세상 세상의 온갖 부조리와 불평, 차별, 거짓을 덮고 온 세상을 하얀 눈으로 덮었다. 먼산마저도 가까이 보이는 착시현상 눈에 쌓인 거리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세상으로만 보인다. 감사한 풍경 겨울 풍경, 설경

나의 이야기 2017.01.22

2017년 새해의 첫 기쁜 소식

2017년 새해의 첫 기쁜 소식 오늘 아침에 YTN 뉴스를 통해 국회에서 청소하시는 용역 직원분들이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뉴스에서 많은 직원분들이 기뻐하시면서 박수를 치시는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고, 국회사무총장 우윤근님이 그 분들에게 큰절을 올리시는 모습 또한 또 하나의 감동이었습니다. 2017년 새해의 첫 기쁜 소식 올해에는 이렇게 기쁜 소식들이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일처럼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정부부처에서부터 간접고용이 직접고용으로 바뀌는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비없세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 이번 일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말고 다른 정부부처로 확산되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

나의 이야기 2017.01.03

아침의 까치소리

아침의 까치소리 아침에 일어나 편의점으로 우유를 사러 가는데, 좁은 골목길 나무 위에서 세마리의 까치들이 서로 우지짖으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시간 사람들도 차들도 안 다니는 조용한 골목길에 까치소리로 시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좁은 골목 안이 까치들의 소리로 꽉 찼습니다. 오늘은 까치의 생일날도 아닌데, 아침부터 시끄럽다고 투덜대면서 까치소리 가득찬 골목길을 지나쳤습니다. 오늘 밤에 아침 일들을 떠올려보니, 까치소리에 반가운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2017년 새해가 오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해를 뒤로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아침의 까치소리였습니다.

나의 이야기 2016.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