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님의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중에서 눈 오는 밤 김 재진 편지를 쓴다 모처럼 하얀 종이위에 써 보는 편지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연필심따라 어디선가 환하게 눈 내린다. 미끄러지는 사람 있는지 까르르 입을 막는 여자의 웃음소리 들린다. 검은 세상의 하얀 약속들 누가 누구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에 몸을 담그는 거..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25
신경림님의 "시인을 찾아서" 중에서... 김종삼님의 '당편2' 당편2 김 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민영시인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절제된 말 속에 감..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24
황명걸님의 시 "후투티" 후 투 티 황 명걸 어느 맑게 갠 날 햇살이 투명한 아침 나절 물안개 걷힌 북한강가 무너미 내 집 뜨락에 홀로 내려와 앉아 한참을 재미나게 노니는 후투티 한 마리 그것은 나의 즐거움이다 관이 화려한 추장새여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20
원재훈님의 시 "20세기가 간다" 20세기가 간다 원재훈 석가모니가 예수가 간다 김소월이 백석의 부축을 받으며 진달래 동산으로 가고 김수영이 신동엽과 함께 피흘리며 풀속으로 가고 미당이 말당과 더불어 질마재 넘어가고 고은이 머리 빡빡 깍고 산속으로 울며간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현은 책을 읽으..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8
신경림님의 시 "갈대" 갈 대 신 경림 언젠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 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8
이 생진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成山浦)" 중에서 술에 취한 바다 이 생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8
서정윤님의 "눈 오는 날엔" 눈 오는 날엔 서 정윤 눈 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밟히고 있다. 날으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5
윤 동주님의 "서시" 서 시 윤 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4
노천명님의 "사슴" 사 슴 노 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4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윤 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들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 좋은 시를 찾아서 2011.09.11